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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아래 진상조사위)는 2009년 쌍용차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해, 당시 경찰이 '대테러 진압' 수준의 작전으로 노동자들의 파업을 탄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주요한 불법 과잉진압 경위는 ▲ 대테러 임무 담당한 경찰특공대 투입 ▲ 헬기를 이용한 유독성 최루액 혼합 살포 ▲ 고무탄·테이저건·다목적 발사기 등 금지된 장비 사용 등입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당시 사건이 발생한 평택을 관할지역으로 두고 있던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이 경찰력 투입을 반대하던 강희락 경찰청장을 건너 뛰고 직접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의 승인을 받아 이 같은 작전을 실행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조현오 전 청장은 50여 명의 경찰을 동원해 인터넷 상에서 노조에 부정적인 여론몰이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불법입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취하를 권고했습니다.

도를 넘은 경찰의 폭력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연루가 알려지면서 언론에서도 이를 조명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언론이 공권력의 무자비한 남용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은 아닙니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이를 은폐하고 오히려 조사위의 '권고'만 물고 늘어지며 본질을 왜곡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MB정부 청와대의 국가폭력 승인' 숨긴 TV조선과 채널A

진상조사위의 발표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으로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불법 진압을 승인했다는 점이 꼽힙니다. 경찰에 의한 국가폭력 사태의 최종 결정자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5공 군사 독재를 떠올리는 시민들도 있습니다. 8월 28일,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가 모두 진상조사위 발표를 다뤘고 보도량은 SBS, MBN 2건, 나머지 방송사들은 1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방송사가 이명박 청와대의 국가 폭력 승인을 전달한 것은 아닙니다. 놀랍게도 TV조선과 채널A는 '이명박 청와대 최종 승인'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주요 조사결과를 대부분 누락했습니다. 두 방송사는 대신 경찰의 손배소 취하 여부와 '노조의 불법시위'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보도 제목에서부터 극명히 나타납니다. TV조선과 채널A를 제외한 5개 방송사가 모두 '이명박 청와대의 폭력진압 승인'을 제목에 포함시킨 반면 TV조선은 제목에서부터 '불법시위'를 언급했습니다. 채널A의 경우 TV조선처럼 '노조의 불법시위'를 제목에 명시하지 않았으나 역시 'MB 청와대 최종승인'은 없었습니다. TV조선·채널A만 제목에서 '청와대의 승인으로 이뤄진 국가폭력'이라는 핵심은 보여주지 않은 것이죠.

 ‘경찰 진상조사위 발표내용’ 관련 첫 보도 제목 비교(8/28)
 ‘경찰 진상조사위 발표내용’ 관련 첫 보도 제목 비교(8/28)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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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발표 내용은 대부분 은폐, '노조의 폭력'만 부각한 TV조선·채널A

전반적인 보도 내용을 비교해보면, TV조선과 채널A는 조사위 결과 발표 내용 중 극히 일부만 전달했고 2009년 쌍용차 사건을 묘사할 때도 노조를 부정적으로 그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TV조선 <또 '소 취하' 권고…'불법시위 어떡하나' 반발>(8/28 조정린 기자 https://bit.ly/2PdTmnK)이 전달한 조사위 발표 내용, 즉 경찰의 과잉진압 경위는 "헬기로 최루액을 투하하고 저공비행을 한 바람작전을 문제 삼았다"는 딱 한 마디뿐입니다.

채널A <"쌍용차 파업 때 과잉진압" 결론>(8/28 이민준 기자 https://bit.ly/2wtoZlK)는 더 심각해서 "대테러 장비와 헬기 이용"만 거론했습니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박 청와대의 최종 승인' '경찰의 조직적 댓글 여론조작'을 누락했고 '테이저건·다목적 발사기·고무탄 등 대테러 장비' '대테러 임무 담당인 경찰 특공대 투입' 등 구체적인 불법 진압 내용도 외면한 겁니다.

지상파 3사와 JTBC는 이런 내용을 모두 전달했고 MBN <'쌍용차 강제진압' 청와대가 승인>(8/28 이현재 기자 https://bit.ly/2N20N42)의 경우 '테이저건 등 대테러 장비 사용'과 '경찰특공대 투입'을 빠뜨렸습니다.

 7개 방송사 ‘쌍용차 사건 조사 결과’ 관련 보도 내용 비교(8/28)
 7개 방송사 ‘쌍용차 사건 조사 결과’ 관련 보도 내용 비교(8/28)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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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쌍용차 사건'을 설명하는 데서도 TV조선·채널A가 유독 두드러졌습니다. 두 방송사는 노조가 파업에 이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노조의 폭력'이 '경찰 진압'을 야기했다고 암시했습니다.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경찰의 폭력 행위는 화면에서 사라졌습니다. TV조선은 "쌍용차 노조는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평택공장을 77일 동안 점거했"다면서 화면으로 새총을 쏘는 노조원들에 이어 최루액을 살포하는 경찰 헬기를 보여줬습니다.

 노조 투쟁은 보여주면서 경찰 폭력진압은 숨긴 TV조선 <뉴스9>(8/28)
 노조 투쟁은 보여주면서 경찰 폭력진압은 숨긴 TV조선 <뉴스9>(8/28)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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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는 TV조선보다 훨씬 더 편파적이라는 지적입니다. 채널A는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평택 공장에서 장기 파업을 벌인 쌍용차 노조, 노조는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고, 경찰은 헬기와 특공대를 투입해 해산시켰"다고 전했고 화면에는 화염병을 던지는 노조원이 먼저 나온 뒤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최루액을 살포하는 경찰 헬기가 등장했습니다. 이는 화면으로만 '노조의 폭력'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TV조선보다 더 노골적인 묘사입니다.

 노조원들이 화염병 던지는 장면만 부각시킨 채널A <뉴스A>(8/28)
 노조원들이 화염병 던지는 장면만 부각시킨 채널A <뉴스A>(8/28)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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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배상소송 취하'에 '불법시위' 걱정하기 바빴던 TV조선·채널A

이렇게 조사위 발표 내용을 대부분 은폐한 TV조선과 채널A는 대체 뭘 보도한 걸까요? 바로 조사위의 '손배소 취하 권고'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경찰의 불법 폭력진압은 무시한 채 '노조의 불법 파업'이라는 과거 재판부 판결만 읊조리면서 '손배소 취하'가 불가능한 것처럼 몰아간 것입니다.

TV조선은 "앞선 손해 배상 재판에서 노조측은 1,2심 모두 졌"다면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파업에 가담한 피고들의 손해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는 재판부 판결을 언급했고 "전체 10명의 위원 중 2명이 소송 취하를 반대했고, 2명은 위법 논란이 있는 헬기 피해에 대해서만 소송을 취하하자고 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사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는 겁니다. TV조선은 여기다 "경찰 내부에선 잇따른 소송 취하 권고에, 향후 불법 시위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도 했는데 정작 근거로 제시한 익명의 경찰 관계자 인터뷰 발언은 "현장의 의견도 수렴해서 취하할 것인지, 지금과도 관계가 있잖아요, 앞으로도 있을수 있고"라는 아리송한 내용이었습니다.

채널A도 똑같습니다. 채널A는 "법원 판결과는 엇갈린 결론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면서 "파업 직후 경찰이 훼손된 장비 배상을 노조 측에 청구한 재판에서 1·2심 법원은 경찰 손을 들어줬"다고 강조했습니다. "점거파업은 불법", "폭력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재판부 판결도 거론했습니다. 채널A는 다만 TV조선처럼 궁색한 '경찰 내부의 불만'까지 엮지는 않았습니다.

똑같이 '손배소 취하 권고' 문제 삼았으나 나름 균형감 갖춘 SBS

TV조선·채널A 외에 '손배소 취하 권고'를 문제삼은 방송사가 또 있습니다. SBS입니다. SBS는 2건의 보도 중 1건에서는 조사위 발표 내용과 경찰의 불법 진압에 초점을 맞췄고 나머지 1건에서 '손배소 취하 권고'를 다뤘는데요. TV조선·채널A와 다른 점은 손배소 취하를 비판하는 진영이 보수진영임을 밝혔다는 점입니다.

SBS <'손해배상 소송 취하' 권고에..경찰은 고민>(8/28 김관진 기자 https://bit.ly/2ogTR51)는 "소송 취하가 배임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어 경찰이 고민하고 있"다면서 TV조선·채널A와 마찬가지로 "경찰은 진압 당시 경찰이 입은 피해에 대해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내 1심과 2심 모두 승소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경찰은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소송을 취하해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을 받지 못하면 배임에 해당한다며 야권이나 보수단체에서 경찰 지휘부를 고발할 수 있"다며 '손배소 취하는 배임' 주장이 '야권 및 보수단체'에서 나온다고 밝힌 SBS는 "민중 총궐기 집회 과정에서 고 백남기 농민이 숨진 사건과 경찰에 대한 폭력, 기물 파손은 구분해야 한다며 법 질서 확립이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이 많다"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부정적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SBS가 또 하나 TV조선·채널A와 다른 점은 "경찰특공대의 투입,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굉장히 과도한 진압 행위에 대해서 형사 및 민사 책임을 물을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는 김태욱 전국금속노조 법률위원장 인터뷰, "청와대가 진압 작전을 최종 승인한 것이 밝혀진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노조 입장을 덧붙여 나름 균형을 지키려 했다는 점입니다.

끔찍했던 국가 폭력이었지만

TV조선·채널A, 그리고 SBS가 보도한대로 진상조사위가 경찰에 권고한 '손배소 취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을 수 있고 경찰 내부에서 고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8월 28일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내용의 핵심은 '손배소 취하 권고'가 아니라는 겁니다.

손배소 취하는 조사 결과 드러난 경찰의 불법 폭력 진압을 바탕으로 조사위에서 말그대로 '권고'한 겁니다. 당연히 본질은 '경찰의 불법 진압', 그리고 '이명박 청와대의 승인'에 있습니다. TV조선·채널A는 이를 철저히 은폐하면서 '손배소 취하 여부'에만 매달렸고 심지어는 과거 재판 결과를 근거로 이 권고를 비판하기도 했죠.

이런 편파적 시각과 달리 보도 구성과 화면에서 조사위가 발표한 경찰의 불법 폭력 진압을 생생히 보여준 방송사가 있습니다. 바로 KBS·MBC·JTBC입니다. 이 세 방송사는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을 묘사하는 것으로 보도를 시작했고 이를 조사위 발표 내용과 적절히 연결해 사태의 본질을 전달했습니다.

 경찰의 국가폭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MBC <뉴스데스크>(8/28)
 경찰의 국가폭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MBC <뉴스데스크>(8/28)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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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차별 폭행에 최루 헬기... "MB 청와대가 승인">(8/28 전예지 기자 https://bit.ly/2PJPP1u)의 경우 보도를 시작하는 앵커 멘트부터 "경찰특공대가 투입되고 각종 대테러장비가 동원된 9년 전 쌍용차 농성 진압 현장"이라는 묘사였고 기자가 "옥상으로 진입한 경찰특공대와 기동대가 흩어지는 노조원들을 쫓아갑니다. 진압 대원 여러 명이 쓰러진 노조원을 둘러싸고 방패와 소화기로 마구 때립니다. 공중에선 헬기와 컨테이너 박스 등이 총동원돼 쉴새 없이 최루액을 쏟아냅니다"라며 경찰의 폭력적 진압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화면에도 경찰 특공대가 노조원을 곤봉으로 때리고 전투화로 걷어차는 등 무자비한 폭력이 나타났습니다. KBS와 JTBC 역시 보도 구성이 비슷하여 앵커와 기자가 보도 도입부부터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상황'을 설명하고 영상으로 이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엄재희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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