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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파업 농성에 대한 경찰의 '대테러 진압' 수준의 무력 진압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승인 하에 진행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009년 8월, 정부는 농성장에 대테러 임무를 담당한 경찰 특공대를 투입했고 최루액 헬기 살포, 고무탄, 테이저건 등 금지된 장비를 사용한 불법적인 과잉진압을 자행했습니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28일 발표한 '쌍용차 사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경찰력 투입을 반대하던 강희락 경찰청장을 건너 뛰어 직접 청와대 승인을 받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조현오 청장이 경찰 50여 명을 댓글 부대로 동원해 쌍용차 노조에 부정적인 여론몰이를 주도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공권력을 과잉 행사해 인권을 침해했다"면서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공식 사과를 권고했습니다.

중앙일보의 '침묵', 조선‧동아의 '경찰 조사위' 비판

충격적인 사실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인 29일, 경향신문‧한겨레 3건, 서울신문은 4건 보도하며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반면 동아일보는 2건, 조선일보는 1건에 그쳤습니다. 놀랍게도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를 내지 않았습니다.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침묵입니다.

 △ 6개 신문사 ‘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의 ‘쌍용차 사건’ 조사 보고서 관련 보도량(8/29)
 △ 6개 신문사 ‘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의 ‘쌍용차 사건’ 조사 보고서 관련 보도량(8/29)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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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량 뿐만 아니라 보도 내용에서도 신문사 간 극명한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먼저 보도제목만 봐도 논조 차이를 분명히 느낄 수 있는데요.

한겨레․경향은 각각 3건의 기사 중 2건의 제목에서 '이명박 승인'을 강조했습니다. 한겨레는 <쌍용차 폭력진압 'MB 청와대 승인' 있었다>(8/29), <"이명박이 죽였다"…쌍용차 해고자들 폭우 가른 절규>(8/29), 경향신문 <2009년 쌍용차 파업 무력진압은 MB 청와대서 최종승인>(8/29), <사설/이명박 청와대가 폭력진압 승인했다니>(8/29)에서 '이명박 청와대의 최종 승인'에 비판점을 두고 있습니다. 서울신문도 4건 중 1건에서 "MB 청와대가 승인"을 명시했습니다.

반면 조선․동아는 관련 보도 모두에서 손배소 취하를 권고한 '진상조사위'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조선일보 <법원 판결까지 뒤엎으라는 경찰 인권조사위>(8/29), 동아일보 <1‧2심서 불법파업 인정한 손배소 취하하라는 경찰 조사위>(8/29), <사설/2심 판결 난 '쌍용차 파업'에도 면죄부 주라는 경찰 조사위>(8/29)는 모두 '2심 재판까지 경찰에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경찰 조사위'가 이를 뒤엎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의 살인진압'이 발표됐는데 '손해배상 여부'만 조명하며 본질을 흐린 겁니다. 심지어 조선‧동아는 사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명박 청와대의 '최종 승인'을 보도 말미에 짧게 언급하는 수준으로 축소했으며, 경찰의 인터넷 여론 조작은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은 것이죠.

 △ ‘쌍용차 사건’ 조사보고서 관련 8/29 관련기사 제목
 △ ‘쌍용차 사건’ 조사보고서 관련 8/29 관련기사 제목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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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시작하자마자 조사위에 '색깔론 낙인'

조선일보의 29일 유일한 보도 <법원 판결까지 뒤엎으라는 경찰 인권조사위>(8/29 김수경 기자 http://bitly.kr/bFer)는 조사위의 '손해배상청구 취하 권고'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보도는 구성부터 황당합니다. 먼저 진상조사위의 자세한 발표내용은 덮어두고 "지난 2009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농성을 주도한 전국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등을 상대로 경찰이 낸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하라고 권고했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이어 "조사위는 민변 출신인 유남영 위원장을 비롯해 진보 성향의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민간 위원이 다수"라며 진상조사위에 대한 색깔론을 제기했습니다. 경찰이 공권력을 동원해 국민의 인권을 침해했음을 지적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기본적 사실관계를 전하지도 않은 채 진상조사위에 대한 '이념적 낙인'부터 찍은 것인데요. 조선일보는 진상조사위가 어떤 결과를 발표한다 해도 불신하고 있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보도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조선일보는 조사위의 '이념'을 먼저 지적한 뒤, 이어진 보도 대부분은 '불법 파업을 인정하고 노조에 손해배상을 명령한 법원 판결'과 '2009년 당시 노조의 폭력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먼저 "조사위의 이번 권고는 사법부의 판단과 정면 배치된다"며, "1심 재판부는 경찰이 주장한 14억원대의 피해액 대부분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도 '11억원을 배상하라'며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고 상기시켰고, "점거농성은 불법", "노조원들은 사제 '볼트대포', 화염방사기, 화염병으로 맞섰다", "경찰은 여러 차례 해산하라고 경고했지만 노조원들은 새총을 만들어 볼트·너트를 쏘고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 진압을 막았다" 등 '노조의 폭력'을 열거했습니다. 보도에 사용된 사진 역시 노조원들의 '화염병 투척'만을 보여주면서 "새총과 사제 무기까지 동원한 노조의 격렬한 저항으로 (경찰은) 공장 진입에 실패했다"고 설명을 달아놨습니다.

조선일보는 많은 발표 내용 중 왜 '헬기 저공비행'만 반박했나

이렇게 보도의 절반 이상을 '조사위 비판'에 할애한 뒤에야 조사 결과를 전했지만, 그마저도 극히 일부만을 전달했습니다. 우선 조선일보는 "경찰이 진압 당시 헬기와 크레인, 테이저건 등을 이용해 노조원들의 집회·시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조사위 발표를 전하더니 곧바로 반박했습니다. "경찰이 농성자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헬기를 투입한 것은 위법"이라는 경찰조사위의 판단과는 달리, 2심 재판부의 "경찰의 기본업무 수행에 필요한 경우 300m 이하의 고도로도 비행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규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전한 것이죠.

특히 조선일보는 "조사위가 헬기를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손해배상 청구 금액 중 헬기 관련 피해 금액이 5억2000만 원대로 전체 소송액의 절반에 달하기 때문에 이 부분만이라도 취하된다면 노조 측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 계산한 것"이라는 익명의 경찰청 고위 인사 발언까지 덧붙였습니다. 조선일보가 이처럼 2심 재판부 판결에 기대 '헬기 저공비행'을 반박에 공을 들인 뒤, 정작 그들이 보도하지 않은 심각한 진압조사 결과는 전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누락한 참담한 조사 결과

조선일보가 누락한 사실관계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조현오 전 청장이 경찰 50여 명을 동원해 여론조작을 펼친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으며 경찰이 2009년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파업 중인 노조원에게 유독성 최루액 원액 2천ℓ가 섞인 물 20만ℓ를 살포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은 조선일보에 없습니다.

'헬기 저공비행'의 경우 2심 재판부 판결까지 가져와 위법이 아니라 주장했으나 진상조사위가 지적한 것은 저공비행만이 아닙니다. 최초로 헬기를 이용한 혼합 살포까지 이뤄졌음에도 조선일보는 이를 전하지 않았습니다. 헬기 레펠 병력 투입까지 벌어지는 등 아예 법령을 벗어난 진압작전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테이저건만 언급했으나 경찰이 사용한 대테러 진압 수준의 장비들은 다목적 발사기, 고무탄 등 더 다양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보기에도 해도 너무했다 생각하거나, 도저히 반박이 불가능한 내용은 무보도한 것이죠.

MB 언급은 했지만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 실어

조선일보는 보도 말미에서야 '이명박 청와대 최종 승인'을 언급했습니다. 조선일보 표현을 그대로 전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사위는 이날 당시 진압이 'MB 청와대'와 관련돼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조현오 당시 경기청장이 진압 계획을 청와대에 직접 보고했고 청와대가 최종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은 8월 4일 경찰이 평택공장에 투입될 때 관련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 강 청장은 다음 날도 경찰 투입 중지를 지시했지만 조현오 경기청장이 경찰청장을 넘어 청와대 고용노동담당 비서관에게 직접 접촉해 농성을 진압했다는 것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경찰 조직에서 경고를 받을 수는 있는 일이지만 원칙적으로는 농성 진압은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경기청장의 권한이라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는 MB가 쌍용차 살인 진압을 최종 승인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조사위가 'MB청와대가 관련돼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이는 경찰 내부에서 경고를 받을 정도는 되지만, 위법이라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한 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보도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배임'까지 거론한 동아일보, '색깔론'은 조선일보와 '판박이'

동아일보도 조선일보와 비슷합니다. 다만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손배소 취하할 경우 '업무상 배임'이라며 조선일보보다 더 강하게 비판했을 뿐입니다. 동아일보 <사설/1·2심서 불법파업 인정한 손배소, 취하하라는 경찰조사위>(8/29 http://bitly.kr/C2SI)는 첫 머리에서 "쌍용차 노조와 민노총 관계자를 비롯한 외부 세력 등은 2009년 5월부터 77일간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발해 폭력적인 공장 점거 농성을 벌였다"면서 2009년 쌍용차 노조의 파업을 '외부세력의 폭력 농성'으로 규정했습니다. 다짜고짜 진상조사위를 '민변, 진보'로 규정했던 조선일보와 대상만 다를 뿐, 일단 '비정상 세력'으로 낙인찍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이어서 동아일보는 "당시 발생한 피해 배상을 구하는 재판의 1, 2심이 진행돼 11억6761만 원을 경찰에 배상하라는 판결까지 내려진 만큼 진상조사위의 권고는 납득하기 힘들다"며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 공장 생산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한 것은 명백한 불법 파업에 해당한다"는 1, 2심 재판부 판결을 덧붙였고 "두 차례 재판에서 경찰이 손해를 배상받을 권리를 인정받았는데도 소송을 취하하면 업무상 배임의 소지가 크다", "불법파업과 폭력시위에 면죄부를 주면 공권력 행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보도 말미에서는 "쌍용파 차업을 주도한 사람은 공교롭게도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며 뜬금없이 한 전 위원장을 언급하더니, "민변 출신 위원장과 민변 및 시민단체 출신이 다수 포진한 진상조사위가 민주노총의 눈치를 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음모론까지 펼쳤습니다. 이 역시 '조사위'의 성향을 의심하는 '색깔론 갈라치기'라 할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의 침묵보다 조선‧동아의 왜곡이 더 저열하다

'색깔론'과 '발표 내용 은폐'로 점철된 조선·동아를 보면 차라리 중앙일보처럼 보도를 내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선·동아는 2009년 경찰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 의해 조직적으로 자행된 '대테러 진압 작전' 수준의 '노조 파업 진압'을 모두 외면했으며 오로지 경찰이 제기한 손배소 재판에서 나온 1, 2심 판결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 발표의 핵심은 '경찰에 대한 손해 배상 여부'가 아니라 2009년 공권력이 자행한 끔찍한 인권 침해 및 폭력 행위입니다. 하늘과 땅에서 '양동작전'처럼 벌어진 '대테러 진압 작전'에 생존권을 걸고 파업하던 노동자들이 희생됐으며 파업 후 9년, 총 30명의 해고자와 그 가족들이 세상을 등졌습니다. 조사위가 고발한 것은 그동안 조중동이 모른 척 하던 바로 그 비참한 현실입니다.

또한 최근 불거진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에서 쌍용차 해고자들이 제기했다가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혀 패소한 '해고 무효 소송'은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대상'이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비록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으로 사건은 다르지만 조선·동아가 부여잡은 '재판부 판결'도 권력에 굴종했던 역사가 드러나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살인 진압 피해자도, 박근혜 정부의 재판 거래 피해자도 모두 쌍용차 해고 노동자입니다. 조선·동아가 사실관계를 입맛대로 재구성하고 조사위에 '색깔론' 딱지를 붙이기 전에 조용히 곱씹어봐야 할 진실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글쓴이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엄재희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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