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다스(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 논란이 불거진 자동차부품업체)는 누구 겁니까'라고 10년의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물어왔다. 하지만 최근 검찰조사에서야 그 실체가 드러났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어쩌면 우연인지도 모른다. 핵심 관계자가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면, 아마 그 실체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은 채 의혹으로만 끝났을 수도 있었다.

지금도 수많은, 또 다른 다스들이 은밀히 숨어 있는지 모른다. 아마 상당히 많은 돈이 같은 방식으로 다른 사람 이름 뒤에 숨어 있을 것이다. 최근 한진그룹에서도 차명을 이용하여 기업을 소유하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등 거대 부패사건에서는 '차명' 논란이 단골손님으로 등장하고 있다.

왜 이렇게 차명이 단골메뉴가 되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잘 들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종 탈법과 불법을 이용해 재산을 숨기려는 이들에게 차명은 가장 안전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다스의 경우처럼 차명의 실체를 밝히는 작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물론 수사 의지나 수사 능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지극히 은밀하게, 매우 복잡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그 실체가 제대로 규명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내부자의 고발이나 진술이 없으면 더욱 어렵다.

돈세탁으로 거액을 자산을 은닉할 뿐 아니라 세금을 탈루하고 이 돈을 부패한 자금으로 쓰려는 사례도 있다. 2016년 세상을 놀라게 한 '파나마 페이퍼스(국세탐사보언론인협회가 세계 각국 정치인·유명인사의 역외 탈세 폭로한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내부문건)'에는 20만 개 이상의 역외 회사 정보가 있었으며 러시아 대통령, 우크라이나 대통령,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 영화배우 성룡 등 수많은 정치인, 기업인, 스포츠 스타 등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이어 2017년 폭로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파나마 같은 역외탈세처로 유명한 버뮤다에 조세회피한 사례를 담은 젝트)'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로스 미국 재무장관, 마돈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모두 범죄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의혹의 대상임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차명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지만 상당히 실효성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대책이 이미 나와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도 그 대책을 채택하는 국제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FATF와 G20가 대표적이다.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가이드와 차명 뒤에 숨어있는 실소유자(Beneficial Ownership)를 투명하게 밝히려는 G20 원칙들이 중요한 국제적인 가이드이다.

최근 G20국가들이 이러한 국제적인 가이드를 국내에 적용하기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자금세탁방지명령을 채택하여 각국 정부가 실소유자 확인, 위험평가, 실소유자 정보를 등록하는 등기소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가장 먼저 차명재산 실소유자 등기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G20 국가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서 차명 뒤에 숨어 있는 실소유자 정보를 투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가이드를 외면하고 국제적인 흐름에서 비켜 서 있다. 그 결과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실시한 조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G20 국가(G20 게스트 국가 포함)들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이다. 더욱이 2015년 국제투명성기구 조사에서 한국과 같은 등급을 받았던 미국, 중국, 브라질, 호주 등이 2017년 조사에서는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는 동안 한국은 캐나다와 함께 여전히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G20원칙에 따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러하지 못하다. 특히 이 기간은 다스나 국정농단사태로 차명 재산 은닉이 사회적 관심 사안이었음에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았다.
 
 국제투명성기구(TI) 각국 평가 결과
 국제투명성기구(TI) 각국 평가 결과
ⓒ 이상학

관련사진보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G20에서는 차명재산 실소유자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10가지 원칙을 채택하였다. 위험평가, 실소유자 정보 확인, 정보 공개, 금융기관이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역할, 국내·외 관계기관 협력 등이다.

G20게스트 국가를 포함한 G20국가의 평균과 한국의 점수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어느 하나의 원칙에서도 평균보다 높은 것이 없다. 특히 중요한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실소유자 정보 수집(원칙 3), 정보 공개(원칙 4), 금융기관과 전문가들의 의무(원칙 7)에서 G20국가들과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칙 3은 기업을 비롯한 각종 법인들이 그들의 주주 등에 대한 실소유자 정보를 확인하고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고, 원칙 4는 정보 공개에 대한 원칙이다. 또 유럽연합에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제공하기 위해서 실소유자의 정보를 취합하여 제공하는 실소유자 등기소를 설치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데,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이미 실소유자 등기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원칙 7은 금융기관과 변호사 등 각종 전문가에게 고객들이 실소유자인지 확인할 의무를 부여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에 실소유자 확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에게는 극히 제한적으로 이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이다(자세한 내용은 http://www.ti.or.kr/xe/board_oKbG36/101806 참고).
 
 G20국가 평균과 한국 점수 비교(%)
 G20국가 평균과 한국 점수 비교(%)
ⓒ 이상학

관련사진보기


한국은 경제규모로 10위권에 속하는 국가이다. 그렇지만 금융부문 투명성과 관련한 여러 가지 지표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차명 실소유자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서도 매우 등급이 낮다.

두 전직 대통령이 범죄자의 신세가 되어 구속되어 있는 이유에도 바로 이 차명이 있으며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집회 때도 차명은 하나의 이슈였다. "불법 해외 재산 도피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5월 발언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차명 뒤에 숨은 실소유자 정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 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차명을 이용하는 세력은 대부분 돈과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저항은 완고할 것이다. 그렇지만 촛불정신을 현실의 제도로 만들어 내고, 경제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바로 차명을 이용한 불법과 탈법을 막는 일이다.

이는 또한 한국의 국제사회 내 위상과 신인도, 그리고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되는 일이다. 또 우리 사회에 팽배한 사회상층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고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는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고 외치지 않아도 되도록 실소유자 정보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상학 기자는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입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한국본부 /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상임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