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난 8월 28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준위협종으로 지정한 큰부리도요 2개체를 금강하구에서 확인했다. 400여 마리 흑꼬리도요 사이에 섞여 먹고 쉬는 어린 개체였다.
큰부리도요는 국내 멸종위기종이나 법적 보호종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매우 드물게 관찰되는 희귀한 도요새다. 국내 탐조동호회 회원들도 이 종을 어렵게 관찰한다.
필자가 아는 바에 의하면, 큰부리도요가 금강하구둑에서 발견된 것은 2011년, 2016년에 이어 세번째다. 즉 큰부리도요가 금강하구둑을 주요 중간기착지(장거리 이동 중 잠시 쉬어가는 곳, 사람으로 따지면 휴게소 같은 곳)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큰부리도요가 이곳을 매년 통과하더라도 사람의 능력과 탐조횟수 등에 따라 관찰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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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꼬리도요 무리에 섞인 큰부리도요(사진 가운데, 검은 부리). |
ⓒ 오승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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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부리도요는 크기가 35cm정도로 부리의 끝이 완만하고 둥근 형태를 보인다. 검은색 부리는 직선형을 띠고 있어 다른 도요새와 구별이 가능하다.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을 마친 도요새는 호주 등의 남반구까지 약 1만km 이상 이동하여 겨울을 난다. 이렇게 이동하는 수만 마리의 도요새들은 대한민국의 서해안 갯벌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데, 금강하구 역시 이런 중간기착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매년 금강하구는 흑고리도요, 뒷부리도요, 개꿩,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20여 종 내외의 도요새 수만 마리의 중간기착지로 쓰이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큰부리도요가 관찰됐다는 사실은 금강하구 생태계 보전가치를 입증하는 셈이다.
본격적인 도요새 이동시기가 도래했고, 금강하구에서는 9월 말까지 다양한 도요새의 이동이 목격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금강하구의 도요새를 꾸준히 조사하여 기록으로 남길 예정이다. 이런 조사를 통해 다양한 도요새의 이동을 확인하고 금강하구유역 생태계를 관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