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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퇴사! 새해 첫날 좌천 통보를 받고, 나락으로 떨어지던, 무기력한 40대 회사원이던 제가 딴짓을 하면서 퇴사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과연 퇴사할 수 있을까요? - 기자 말

[이전기사] 40대 직장인의 댓글부대... 월요병이 사라졌다

내가 쓴 글을 보관해 둔다는 의미로 블로그를 만들었다고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내심 인터넷의 위력을 기대하며 내 글들이 날개를 달고 전국 방방곡곡에 날아가기를 기대했다.

그렇게 블로그가 알려지기 시작하면, 혹시라도 파워 블로그가 되어 배너광고 같은 게 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어떤 일을 하건 최대치의 희망을 품어 보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지 않을까? 자가당착에 빠져 과대망상으로 연결되면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파워 블로그의 꿈은 과대망상에 가까웠다. 일일 방문자 수가 3을 넘기지 못했다(3천도, 3만도 아닌 그냥 3이다). 아내가 한 번, 내가 두 번이었다. 블로그에 올릴 때 주제에 맞게 #이자겸#이자겸의 난이라고 해시태그를 제대로 썼는데도, 검색창의 연관 검색어에 내 글이 (당연하게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는 주 2회 꾸준히 역사 글을 올렸다. 댓글이 많이 달리는 날과 적게 달리는 날의 차이는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무플(댓글 0개)'은 없었다. 댓글 하나하나에 진심으로 기뻐했고 감사했다. 그래서 지치는 줄 모르고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저축해 나갔다. 이 글들로 물건을 살 수 없지만, 내가 쓴 글에 달린 댓글은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엄청난 행복감을 나에게 가져다주었다.

A4지 4~5장 분량의(글자 크기 12pt) 역사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정도 분량이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에 딱 알맞은 분량인 것 같았다. 분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지만, 목표치라는 게 있으니 글쓰기에 조금 더 수월했다.

글로 돈을 번 첫 순간
 
 어느 독자가 <오마이뉴스> 블로그뉴스로 올린 내 역사 글에 좋은기사 원고료로 무려 1000원을 후원해 주셨다. 나의 글에 수익이 최초로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어느 독자가 <오마이뉴스> 블로그뉴스로 올린 내 역사 글에 좋은기사 원고료로 무려 1000원을 후원해 주셨다. 나의 글에 수익이 최초로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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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인터넷을 찾아보니 글을 연재할 곳이 많았다. 글쓰기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독자가 <오마이뉴스> 블로그뉴스로 올린 내 역사 글에 좋은기사 원고료로 무려 1000원을 후원해 주셨다. 나의 글에 수익이 최초로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여, 여보... 어떤 분이... 내 글에 천, 천 원을 후원해 주셨어. 그리고 댓글까지 달아 주셨는데, 눈물이 나. 너무 감동적이야.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

돈은 많고 적음을 따지기보다 어떻게 가치 있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에 반은 동의하면서도 반은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분의 댓글을 본 순간 1000원이라는 화폐단위가 100억 원 보다 가치 있게 내 가슴을 요동치게 했다.

"저는 암 투병 7개월 차 환자입니다. 처음 겪는 항암 치료는 소문보다 훨씬 힘들군요. 그런데, 님의 글을 읽는 동안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웃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날의 감동은 오랫동안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아마 평생 이런 칭찬을 다시 받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 일을 계기로 나에게 꿈의 영역이었던 인터넷매체 <딴지일보>에 글을 투고해 보기로 결심했다. <딴지일보>에 글을 올리는 분들의 엄청난 필력에 감탄만 하며 지내온 지 10년. 드디어 나도 그곳에 글이란 걸 쓰게 된 것이다.

<딴지일보>는 독자 게시판에 일단 투고를 하면, 편집부가 선별해 좋은 글은 기사화하는 시스템으로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에 따라 동일인물의 글이 기사로 3회 채택(그들은 '납치'라고 표현)되면 <딴지일보> 필진이라는 위대한(?) 타이틀이 수여된다.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릴 때 보다 더 많은 심사숙고 끝에 신사임당 이야기를 <딴지일보> 독자 게시판에 올렸다. 그리고 약 2주간 접속을 해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의식적으로 들어갔고, 마침 누군가 쓴 신사임당 이야기가 기사화된 것을 발견했다.

'하긴. 신사임당이야 워낙 소재가 많으니, 어디 나랑 어떻게 다른 식으로 썼나 한번 보자. 뭐야, 내 글을 표절했나? 앗, 이건 표절이 아니고 완전히 내 글을 베껴 쓴 건데? 도대체 누구야?'

글쓴이는 놀랍게도 바로 나였다. 그랬다. 내 글이 기사로 채택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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