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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고 함진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 간담회 연 한국당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폐기 촉구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고 함진규 정책위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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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야당들이 '기승전-최저임금' 인상이에요. 최저임금 인상 안 하거나 좀 적게 했으면 경제가 싹 풀립니까. 이게 무리한 주장이거든요. 그런 데 대해서 자신 있게 장관으로서 소신을 이야기해야 될 게 아니에요. 그렇게 갈팡질팡하니까 정치공세가 더 강화되고 있다고 보거든요. 최저임금 인상에 가장 큰 부담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대책이 강력하게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그런 경제민주화 조치가 지금 뒷받침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드러나는 거란 말이에요."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결산 회의.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격앙돼 있었다. 심 의원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그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발목잡기로 소득주도 성장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성토했다. 심 의원은 특히 야당이 맹공을 퍼붓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장면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이 최근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는 이유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최저임금 인상의 후유증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국민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는 다르게 흘러간다.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안정자금, 근로장려금, 소상공인 페이 시스템 구축, 소상공인 대출 확대 등의 대책들은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도 부족했다. 급기야 최저임금 인상에 분노한 소상공인들은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설익은 정부 대책과 소통 부재의 결과다.

최저임금 논란은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 언론의 책임 또한 크다.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단지 최저임금 인상뿐만이 아니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삶이 위태롭게 됐다는 논지의 기사를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갖은 병폐를 양산하는 왜곡된 시스템이다.

소상공인들이 비정상적인 시장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와 문어발 확장, 높은 상가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횡포, 높은 카드 수수료 등이야말로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질적인 요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같은 시장 상황은 외면한 채 최저임금 인상을 타켓으로 삼아 '을들의 전쟁'을 부추기는 언론의 행태는 무책임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한국당 등 보수야당 역시 최저임금 인상 논란 불 지피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중 자영업자 비율이 최고 수준이다. 최저임금 인상과는 별개로 해마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업소가 줄을 잇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들에게 손톱 밑의 가시인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반면 야당에게는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좋은 호재다.

실제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연일 공세에 나서고 있다. 미흡한 정부 대책과 소통 부족 등을 떠올리면 야당의 주장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심 의원의 지적처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상쇄시키기 위한 강력한 대책은 아직까지 미비한 실정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야당의 공세는 그 속내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주지한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은 지난 대선 당시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었다.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2022년까지, 유승민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태도가 180도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의 당위를 역설했던 그들은 이제는 그와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야당의 말바꾸기에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상정의 작심 발언,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전국 소상공인 단체 회장과 임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 참석해 자영업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최저임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벌이고 있다.
▲ 삭발하는 소상공인 전국 소상공인 단체 회장과 임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에 참석해 자영업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최저임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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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당의 이중성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8월 임시국회의 본회의가 열렸던 30일. 여야의 당초 합의와 달리 상가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처리가 불발됐다. 현행법은 상가 임차인의 영업기간을 5년까지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테리어 비용의 증가와 영업 이윤 감소로 초기 투자비용의 회수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임차인 보호를 위해 영업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궁중족발 사건'처럼, 소상공인들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이에 국회에 계류 중인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동안 법안 처리에 미온적이던 정치권도 모처럼 의기투합해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기로 합의하고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상가임대차법은 이날 국회 본회의 안건에 오르지도 못했다. 한국당이 인터넷은행법, 규제프리존법·특구법 등의 쟁점 법안들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면서다.

그동안 한국당은 재산권 및 소유권 침해의 소지가 있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계약갱신청구권 기간 연장에 난색을 표명해 온 터였다. 기간 연장과 관련해 여야 합의 과정에서도 5개 정당 중 유일하게 10년이 아닌 8년을 주장하는가 하면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자는 주장을 하기까지 했다. '민생'을 운운하며 최저임금 인상에 나라가 무너질 듯 거품 물고 달려들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행태다.

"다 나와 있잖아요,  지금.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해서 '상가임대차보호법' 왜 국회에서 처리 안 해 주냐고 물어보세요. 왜 발목 잡고 있냐. 지금 중소기업들이 가장 힘들게 생각하는 게 단가 후려치기인데 '하도급법' 개정해 주세요. 또 대리점 가맹점 갑질 해결하게 단체구성권도 좀 법으로 보장해 주세요. 법안 제출된 지가 얼마나 됐는데 지금 야당들이 발목을 잡아서 안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게 안 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란 말이에요."

민생이 심각하게 흔들린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하게 비판하던 한국당이 소상공인들에게 정작 시급한 상가임대차법 개정은 미적거리고 있다. 진짜 중요한 본질은 도외시한 채 자신들에게 무엇이 유리한지 '주판알'만 튕기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심 의원이 작심하고 쏟아낸 일침이 일주일이 지난 아직까지도 귓전을 맴도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태그:#상가임대차보호법, #최저임금 인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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