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드리프트> 포스터

영화 <어드리프트> 포스터 ⓒ (주)이수C&E


영화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에는 여러모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요소로 가득하다. 요트 여행이라는 로망을 담고 있다는 점, 바다 위의 헌신적인 로맨스가 주제라는 점,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까지. 여기에 <안녕, 헤이즐>의 쉐일린 우들리와 <헝거게임> 시리즈의 샘 클라플린이 커플로 출연한다는 점도 기대 요소이다. 재미가 보장된 원작과 시각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젊은 배우들의 출연은 관객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는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지상낙원 타히티를 배경으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남태평양 항해를 떠난 두 연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유로운 영혼인 태미와 바다를 사랑하는 섬세한 남자 리차드는 첫눈에 서로에게 반하고 아름다운 섬에서 사랑을 나눈다. 리차드는 한 노부부로부터 요트를 운반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여행에 태미가 동참하길 바란다. 그런데 드넓은 바다 위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눌 줄 알았던 두 남녀 앞에 허리케인이라는 엄청난 고난이 다가온다.

로맨스와 재난 영화 사이에서 길을 잃은 이유... '교차편집'

이 영화는 실제 이야기 속 주인공인 태미 올드햄 애쉬크래프트가 직접 쓴 <슬픔의 붉은 바다>를 원작으로 했다.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재난 속에서 이를 이겨내는 두 남녀의 뜨거운 사랑을 보여준다. 도입부에서 폭풍에 휩쓸린 요트의 모습과 리차드를 애타게 찾는 부상 입은 태미의 모습을 보여준 후 이와 상반되는 타히티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때만 해도 영화는 흥미를 준다. 아쉽게도 영화가 재난과 로맨스 사이에서 길을 잃기 시작하는 지점은 교차 편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부터이다.

 영화 <어드리프트> 스틸컷

영화 <어드리프트> 스틸컷 ⓒ (주)이수C&E


영화는 교차 진행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타히티에서 사랑을 나누는 태미와 리차드의 모습과 허리케인 후 살아남기 위해 부상 입은 리차드를 대신해 요트를 운전하는 태미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문제는 이 대비가 극적인 느낌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로맨스도 재난도 띄엄띄엄 진행되다 보니 무엇 하나 감정을 이어가기 힘들다. 한 장면에서는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보여주다가 다음 장면에서는 위태로운 재난 로맨스를 선보이니 감정선이 매끄럽게 연결되기 어렵다.

이런 교차편집은 재난 영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형식으로 고난에 처한 인물의 현재와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며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헌데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교차편집이 악수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에 있다. 바로 상황의 급전환이다. 타히티에서 '허리케인의 한 가운데'에 들어간다는 상황의 급전환은 인물들이 처한 상황에 변화를 가져오며 관객의 감정을 급격하게 변화시킨다. 이전까지 따뜻한 로맨스물이라 여겼던, 그리고 바다에서 아름다운 로맨스가 펼쳐질 것이라 여겼던 관객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헌데 교차편집은 이런 이야기를 살리지 못하는 선택이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떻게 기승전결을 짜느냐에 따라 재미가 변하기 마련이다. 이 영화는 결말부에 더 진한 감정을 낼 수 있는 구성 대신 교차편집을 통해 지루함은 덜하지만 감정의 깊이는 얕아지는 선택을 하였다. 여기에 교차편집의 타이밍도 좋지 못하다. 교차편집은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넘어갈 때 장면의 유사성과 동시에 감정선도 따라와야 한다. 재난영화에서의 교차편집은 주인공이 고난의 상황에서 가장 갈증을 느끼는 감정 또는 인물과 과거가 연결된다. 그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통해 관객들은 감동을 느낀다.

감정 연결이 조금 더 매끄러웠더라면...

 영화 <어드리프트> 스틸컷

영화 <어드리프트> 스틸컷 ⓒ (주)이수C&E


반면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에는 이런 감정적인 연결이 부족하다. 교차 편집을 택했으면 감정의 연결선을 잘 이어야 하는데 행복한 장면 한 번, 고난 한 번 수준으로 장면을 넘기니 감정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2017년 국내에 정식유통 된 재난 로맨스 <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과 비교되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은 두 주인공이 탄 경비행기가 눈 덮인 산에 추락, 생존하기 위해 산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피어나는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다.

관객들은 재난의 시작부터 극복까지 이어져 가는 두 주인공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그들의 사랑에 이입된다. 재난이 주는 고난과 그 사이에서 서로를 의지하는 사랑이 균형을 이룬 것이다. 반면 <어드리프트: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이런 균형감에서 약간은 아쉬운 영화라 할 수 있다.

결말이 주는 감동은 있으나 그 감동이 실화가 지닌 힘을 살리지 모두 못한다고 본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쉐일린 우들리의 열연을 생각했을 때 교차편집이 감정의 극대화가 아닌 산만함으로 몰입을 방해한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브런치, 블로그와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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