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선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선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헌법재판소가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군사정권 고문·간첩조작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청구권을 제한한 양승태 대법원의 판결이 '일부 위헌'이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대법원의 손해배상 패소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30일 헌재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어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화보상법 18조 2항 등은 일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도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수령했다는 이유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었던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헌재는 "민주화보상법상 보상금 등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포함돼 있지 않다"라며 "배·보상이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마저 금지하는 건 지나치게 가혹한 제재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보상금 등엔 적극적·소극적 손해(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보상 성격이 포함돼 있다"라며 '국가 손해배상 청구권'을 '정신적 손해'에만 제한했다.

반대의견을 낸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는 정신적 손해를 포함한 피해 일체를 의미한다"라며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지 않아 해당 조항은 합헌이며, 국가배상청구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더라도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결정 등을 근거로 재심을 신청, 무죄판결을 받고 국가배상소송을 냈다. 그런데 2015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는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생활지원금을 받은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국가와 법률상 화해한 것이므로 정신적 손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8대 5로 판결했다.

이후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접촉하며 "사법부가 국정운영에 협조하는 사례"로 꼽았던 사실이 드러나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대법원 판결, '긴급조치 합헌'은 아니다"

헌재는 이날 또 과거사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민법상 소멸시효제도(민법 166조 1항 등)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 일부 어긋난다고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결정했다. '중대한 인권침해 및 조작의혹사건'이나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등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은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과 근본적으로 달라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과거사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을 희생할 정도로 국가배상청구권의 시효소멸을 통한 법적 안정성 요청이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라며 "국가가 공무원의 조직적 관여를 통해 불법적으로 민간인을 집단 희생시키거나 장기간 불법구금·고문 등에 의한 허위 자백으로 유죄판결을 내리고, 사후에도 조작·은폐를 통해 진상규명을 방해했는데도 그 불법행위의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는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헌재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등이 긴급조치 관련 국가 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고 한 것은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각하했다.

다수 재판관들은 "해당 대법원 판결들이 헌재의 위헌 결정에 반해 긴급조치들이 합헌이라고 했거나 합헌임을 전제로 긴급조치를 그대로 적용한 바가 없다"라며 "대법원 판결들에서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은 긴급조치가 합헌이기 때문이 아니라 긴급조치가 위헌임에도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해석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대법원 판결들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에 대한 심판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이수·안창호 재판관은 "대법원 판결들은 긴급조치가 위헌이 명백한 것을 알면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하는 '입법을 한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지 않았다"라며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은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대상이 되는데 이러한 재판에는 헌재 위헌 결론을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이유의 논리를 부인하는 법원의 재판도 포함돼야 한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백기완 소장 등이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심판 대상에서 제외한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위헌'이라고 한 헌법소원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관 9명 전원은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앞서 백 소장은 긴급조치 위반으로 불법체포·구금돼 재판에 넘겨져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2009년 재심을 청구해 2013년에 무죄가 확정됐다. 이후 백 소장은 무죄 판결을 바탕으로 긴급조치에 근거한 불법체포·구금 수사에 대해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는 패소했다.

이에 백 소장은 대법원 판결이 긴급조치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헌재 결정 효력을 부인한 것이라며 지난 2015년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 법원 재판을 헌법소원심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68조1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함께 헌법소원 심판을 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장. 차이가 차별을 만들지 않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