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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6일 오후 2시 20분]

현재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1~8호선은 일평균 700만 명 가량의 시민이 안전하고 정확하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많은 시스템의 기계 장비 등 엄청난 구조 속에 어느 하나라도 소홀해서 실수나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는 것을 지난 대구지하철 화재나 상왕십리역 추돌사고, 구의역 안전문 사고 등으로 배웠다. 

서울교통공사는 2013~2015년 100회 가량의 시험운행을 위해 연구용역비 2억3천만원을 투입했으며, 전동차 내 CCTV설치 등 단기과제로 총 7억 원의 비용을 계획했으나 예산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2년이 지난 후에 2017년 7월부터 전자동운전(DTO)이라는 이름으로 2차 시험을 거쳐 2018년 8호선의 전자동운전 확대시행을 문서화하고 있다. 

20여 년의 무사고운전 기관사로서 우선 무인운전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지 밝혀보고자 한다. 크게 무인운전이 불가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승객운송량의 증가와 인식의 문제, 둘째 기술적인 어려움의 위험성, 셋째 안전의 문제다. 여기서는 승객운송량과 기술적인 문제점까지는 접어두고서 세번째 문제인 안전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항공, 선박, 철도 등에서 무인운전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했다. 그럼에도 기장, 항해사, 기관사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안전의 문제가 너무 크고 사고시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제로에 가까운 확률도 수없이 반복되다 보면 엄청난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린 알고 있다. 

1~8호선 중 가장 승객이 적다는 8호선도 일평균 28만 명이 이용한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승강장에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하고 다음 열차를 이용하라는 방송과 함께 문을 닫고 출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역시 섬세하고 정확히 출입문을 취급하지 않으면 출입문 끼임과 닫힘의 충격, 심지어는 출입문과 안전문 사이에 끼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10여 년 전에 산성-복정 지상구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많이 불 때 선로에 커다란 무언가를 발견하고 기관사가 급제동을 취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10여m 앞에서 멈췄다. 선로 위에 그것은 바람에 날려 온 주변의 꺾인 통나무로 기관사는 객실 내 3~4명 승객의 도움으로 나무를 선로 밖으로 옮기고 다시 운행을 할 수 있었다.

만약에 이것을 기관사가 발견하지 못하고 열차가 선로 위의 나무를 밟고 올라섰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선로 위에 철 구조물이 낙하하거나, 선로 무단 침입자를 발견하는 등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들이 너무도 많다. 

공사는 한발 물러서 무인운전은 안 하고 전자동 운전으로 시행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인력감축은 없고 예산의 증가도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이미 전자동 운전을 위한 연구용역비 등으로 수억을 집행했다. 전자동 운전은 기관사의 역할이 없다시피 하고 열차감시원 정도로 지위와 역할이 낮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기관사로서 수백만 명을 태우고 안전하게 운행해왔다는 자부심은 없어지고 업무에 대한 자괴감이 밀려올 것이다. 

기술과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역할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완벽한 보완이 이루어진 이후에 시행돼야 한다. 만약 수많은 반대에도 무리하게 시행한다면 관련 책임자 등이 명확히 정해져야 할 것이다. 차라리 노동조합, 실무자, 시민단체 등과 충분히 토론 등을 거친 후에 완벽히 준비를 한 다음에 무인운전이든 전자동운전이든 시행하여야 한다.

차량 당 수천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지하철의 안전관련 시스템 도입은 사고 확률이 제로에 가까울 때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제로라는 확신이 섰을 때 시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8호선 기관사입니다.


태그:#지하철,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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