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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는 8월 첫 대중강좌 <평등을 위한 준비운동>을 열었다. 4회에 걸친 이번 강좌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들이 모여, 난민혐오, 여성혐오 등 주요 이슈들로 차별이 발생하는 구조를 읽고, 연대를 위한 반차별 감수성은 무엇일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이 열기가 10월 20일 평등행진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며, 차제연은 각 강좌에 대한 후기를 연속기고로 전한다 - 기자말
 
 차제연 대중강좌 <평등을 위한 준비운동>
 차제연 대중강좌 <평등을 위한 준비운동>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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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반대한다' 라는 말은 제정연대 활동에 참여하는 나에겐 당연한 명제다. 그러나 선언적 의미에서 멈춘다면? 사회 전체가 차별금지법 제정과 반차별이란 명제에 동의하는 것이 현재로선 중요한 목표일 테지만, 일상에서 구체화되는 실천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평등한 세상을 향한 운동은 멈칫거릴지 모른다.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면서 보호하고 관리해 주는 것이 인권이라는 이들을 만나면 운동에 대한 고민은 더 복잡해진다. 제정운동이 또 다른 규칙을 만드는 법이 아니라 평등하게 서로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도전하는 기회와 장소가 되려면 어떤 고민을 놓지 말아야 할까.

1강은 '차별하면 안된다는 쉬운 말 대신'을 주제로 인권운동사랑방 미류님이 열었다.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도 차별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시대다. 차별 한다는 행위가 나쁜 것이라는 상식은 있지만, 내 행동의 영향으로 발생할 차별에 대해선 굳이 힘들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반인권 세력은 오히려 이런 영향력을 노리기도 한다.

먼저 반차별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는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의 사례가 소개 되었다. 장애여성 이숙은 대학에 온 후로는 아무도 자신을 병신이라고 놀리지 않았지만 동아리나 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동등하게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차별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 서로 존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장애를 가진 사람과 구체적인 관계를 맺는 방식은 무엇이어야 할지는 비어있다.

장애인에 대한 에티켓 교육이 넘쳐나지만,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라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장애인이 살아가야 하는 불평등한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동등한 관계 맺기는 어렵다. 그러니 비장애인 위치에서 만들어진 에티켓은 장애인과 평등하게 관계를 맺을 시도를 애초에 차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별하면 안된다는 말'만 놓여져 있을 때 오히려 차별 당하는 사람과 차별하는 사람을 사라지게 하고 진공 공간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고, 그러면 차별을 이해하기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미류는 강조한다.

차별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을까?

차별받는 사람들의 경험은 더 알려져야 하고,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그 경험들과 만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차별받는 경험을 듣는 것은 타인의 삶과 내가 만나게 되는 시작이며, 나의 차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그널이 되어준다. 여성으로서 차별받은 누군가의 경험으로 인해 내 삶의 풀리지 않았던 실타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차별의 경험을 당당하게 밝히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미류는 사회적 소수자를 비가시화 시키는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지적했다.
 
"2011년 서울역은 노숙인을 내쫓고 청결하게 하여 시민들에게 서울역을 되돌리자고 말했다. 해외 조사에서 성소수자 동료나 친구 물어보면 절반 정도인데 한국은 4퍼센트 정도다.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고 숨겨야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청소 노동자들의 '따뜻한 밥 한 끼 캠페인' 의 슬로건은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였다. 청소년은 미성숙한 나이라서 선거권 줄 수 없다고 얘기하지만, 제도가 19세 이하 청소년이 정치적 입장을 갖기에 미성숙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동등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이야기가 들리지 않고, 이야기가 들리더라도 인정되지 않는다. "
 
차별받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비가시화 되고,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가시화는 강화되며 차별을 이야기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반복된 경험은 위축감을 가져오기 쉽고 '말하기'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게 된다. 따라서 차별받는 사람들이 당당히 말하고 맞서 싸우면 되지 않냐 라고 말하는 것은 처해진 현실을 바로보지 못하고, 개인적 노력으로 사회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과 같다.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목소리가 없다는 건 자리가 없다는 뜻이다. 모든 사람에게 인정하는 권리를 그 사람에게는 주지 않겠다는 것, 다른 위치로 던져놓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은 이름을 얻지 못하고 성소수자, 장애인, 난민 같은 이름표를 붙어야 볼 수 있게 된다."
 
다수가 있을 때 소수자에게 이름표를 붙여놓으면 식별하기 쉬워진다. 식별하기 쉬운 방식으로 소수자를 특정한 이미지(주로 부정적인)나 특성으로만 호명한다. 이런 방식은 ~~라서 그렇다는 특정집단에 대한 편견을 강화 시킨다. 개인으로서 존재하기 어렵고 특정한 집단의 이름표 안에서만 존재할 때 자기다운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사회 안에서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며 살아가기 위해 언제나 용기를 내야하고,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야 할 것이다. 설명할수록 나에 대한 이야기로 공명되기 보단, 이름표의 특성으로만 환원되어 무기력함을 경험하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사회는 소수자가 있어야할 자리를 일방적으로 지정한다.
 
"차별의 시작은 어떤 개인을 특정한 집단으로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차이를 이해하는 것만큼 근본적으로 동등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특징들이 부착되기 시작하면 고정관념, 편견 고착화되고 제도화된다. 어떤 집단들이 권리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제 되는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왜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해 졌는지 고민을 던지는 이야기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과 남성,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선주민과 이주민... 어찌 보면 당연한 차이의 구분처럼 보이는 집단의 분류는 마치 차이가 처음부터 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차이는 무엇을 기준으로 차이가 구분되었는지 사람들의 질문을 막기도 한다.

차별을 말할 자격을 묻는 것이 차별

차별을 말할 때에도 자격이 필요하니, 차별받는 사람의 목소리는 더 들리기 어렵다고 미류는 꼬집는다. 외국인들이 '한국사람 다 됐네요.'라는 평가를 받아야 비로소 평범한 한국 사람이 되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나로서 얘기하지 못하고 내가 아닐 때 얘기가 들리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이것은 차별을 말할 때 자격을 따져 묻는 것과 연결된다. 차별 당하는 사람일수록 멀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말하기도 어렵고. 말하기 시작해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선 차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크게 들려오기 쉽다. 또한 미류는 차별의 핑계도 우리에게 내면화되어 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거주 시설로 공간을 한정하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차별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그러니 차별의 구조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차별에 충분히 가담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한다. 그래야 누군가가 해결해야하는 문제가아니라 내가 움직이고 변화해야할 나의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강의 내내 현장은 진지했다. 참여자들은 피해자가 존엄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말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지, 피해자와 가해자 대립구도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를 설명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지, ~해선 안된다는 금지의 언어가 아니라 ~해야 한다 라는 실천적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운동의 전략은 무엇일지 흥미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명시될 차별 사유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현실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걸 함께 확인 했다. 성적지향, 학력, 출신국가, 병력 등 차별금지 사유들이 명시된 법을 갖는 건 누군가의 말하기를 돕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으로, 차별하면 안돼,로 바로 평등해 지는 게 아니라 서로의 얘기를 나눌 때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음을 기억해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1회 대중강좌는 마무리 되었다.

다음 질문을 기다리며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공동체 안에 타인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을 모색하는 것이기도 하다. 각자의 삶에서 답답했던 것들이 서로를 일깨우는 시그널이 되어준다면, 차별이 발생하는 구조와 차별받는 사람들의 위치를 고민하며 공동의 움직임을 만들어 본다면, 우리는 반차별 운동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동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별하면 안 된다는 쉬운 말을 치우고, 그 자리에 새로운 질문들이 자리 잡게 해준 시간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 많아서 더 반가웠던 대중강좌. 1회 강좌에서 던져진 수많은 질문은 어디선가 다음 질문으로 이어질 것이다. 질문은 다음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까. 질문은 토론을 불러오고, 토론을 통해서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노정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진희님은 장애여성공감 활동가이자 차제연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평등UP 기고글은 차제연 홈페이지 equalityact.kr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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