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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해체 제거공사를 감시하고 있는 학교 석면 모니터단.
 석면 해체 제거공사를 감시하고 있는 학교 석면 모니터단.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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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이번 여름, 우리 집 두 아이는 방학을 시작하고 엄마인 나는 학교로 출근을 시작했다. '학교 석면 모니터단'의 일원으로 경남 사천시 관내 사천초, 삼성초, 용산초 3개 학교(전국680학교, 경남 82학교)에서 시행된 석면해체·제거 공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학교 석면 모니터단(이하 모니터단)'은 이름 그대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석면해체·제거 공사의 전(全) 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일을 하는 단체다. 구성은 해당 학교의 학부모, 학교 관계자, 민간단체, 외부전문가, 감리인 등 10여명이며, 나는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대표 설재웅)' 즉, 시민단체 몫으로 참여했다.

'석면 모니터단'이 구성된 배경

학교의 석면 해체·제거 공사는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발표된 이후 2005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 대부분에 사용된 석면을 모두 제거하기로 하였고, 특히 아이들이 생활하는 학교부터 시작하여 2028년 전국의 모든 학교의 석면을 제거한다는 계획 하에 진행 중이다. 공사는 2016년부터 시작되었으나 '모니터단'이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없던 모니터단이 새롭게 구성된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의 공사 과정에서 학교 및 감독청의 행정력만으로는 관리에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예로 지난 18년 겨울방학에 전국적으로 시행된 석면 공사 학교 303개교 중 57개 학교에서 석면 잔재물이 검출되었으며 공사 수칙 불이행 등의 부실시공 문제가 발생했다. 심지어 석면 공포에 등교 거부까지 결정한 학교 모습이 방송에 공개되기도 했다.

석면 해체 제거공사를 감시하고 있는 학교 석면 모니터단.
 석면 해체 제거공사를 감시하고 있는 학교 석면 모니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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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모니터단이 구성됐다. 모니터단의 참여로 부실 공사를 미연에 방지하여 석면의 유해성으로부터 아이들과 교직원들을 보호하고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 배경이다. 물론 모니터단의 구성 외에도 법과 제도를 보완하여 노동부의 관리·감독 강화, 감리의 전 공사과정 참여 등도 이전보다 강화된 부분이다.

학교 석면 해체·제거 공사의 과정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작업계획서 작성 △석면 해체·제거 작업 설명회 개최 △집기류 이동 및 사전 청소 △비닐 보양(비닐로 감싸기) 및 밀폐 △설비 해체·제거 △석면 해체·제거 실시 및 석면 농도 측정 △폐기물 처리 △석면 비산농도 측정 △잔재물 조사 △결과 보고 및 홈페이지 게시로 총 10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 중 모니터단은 공사 준비 시 석면 공사 사전 설명회 지원, 작업 착수 전 석면 조각 존재 여부 사전 확인 및 집기류 이동의 적정성 판단, 비닐 보양 시 밀폐의 적정성 확인과 보양되지 않은 곳 확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면 해체·제거 완료 후 잔재물 조사이다. 전체 10단계 중 네 번 정도 참여하는 셈이다.

더위와 싸우고 석면과 싸우고

지난 7월 2일 경남교육청에서 석면 공사를 실시하는 모든 경남의 학교를 대상으로 공사업체,감리자, 학교 관계자, 학부모, 시민단체 등 담당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석면 공사 전 과정에 대한 연수가 있었다.

그리고 7월 23일 용산초를 시작으로 삼성초, 사천초의 설명회가 이어 진행되었고 집기류 이동 및 사전 청소 점검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사전 청소가 미비한 한 학교가 있어 모니터단의 결정으로 다시 청소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틀 뒤 다시 점검한 후에 다음 공정으로 넘어갔다.

석면 모니터 요원이 교실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석면 모니터 요원이 교실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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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비닐 보양(감싸기)과 밀폐 과정에 대한 점검이 있었다. 공사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단계가 비닐 보양이다. 학교 교실의 천장 석면을 떼어내는 중에 석면 가루와 석면 조각이 흩어지거나 틈새로 떨어지지 않게 교실 바닥과 벽면, 고정식 물건을 비닐로 감싸는 과정이다.

공사를 하는 교실은 2겹으로, 공사를 하지 않는 복도는 1겹으로 감싸야 한다. 그동안 석면 공사에서 부실 관련하여 문제가 가장 많이 되었던 부분도 바로 이 비닐 보양이다. 2겹을 해야 하는데 1겹으로 한다든지, 벽에 꼭 붙어 있어야 할 비닐이 떨어지거나 찢어져 석면 가루가 날리는 등 문제를 많이 노출하였다.

비닐 보양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검사하기로 한 날에 다 못하여 다시 날짜를 잡고 검사를 실시한 한 학교가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보양에 문제가 있어 재검사로 이어진 학교는 없었다.

마지막 점검은 8월 20일에 진행된 석면 잔재물 검사였다. 모니터단의 존재 이유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이때는 모니터단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해당 학교 학부모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검사가 이루어졌다.

한 교실 한 교실을 돌며 창문 틈과 칠판 위, 바닥 틈새, 사물함 안 등 아래 위를 꼼꼼하게 살피며 혹여 남아있을 수도 있는 잔재물을 찾아 바닥을 기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등 점검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번 여름이 유독 덥지 않았는가? 매 과정이 더위와의 싸움이었지만 잔재물 검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석면 잔재물 검사를 끝으로 한 달 남짓 모니터단 활동이 마무리되었다. 모니터단원들끼리 우스개로 "반 전문가 다 된 것 같아요.", "반 전문가 됐으니 겨울방학에 또 맡아주실 거죠?",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등 소회를 짧게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활동을 통해 학교 석면 해체· 제거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었고, 모니터단이 왜 필요한지를 알 수 있었다.

'석면 제거'... 다음을 위한 제언

유례없는 폭염에 공사업체도, 학교도, 모니터단도 쉽지 않은 여름을 보냈다. 한 달 남짓의 활동을 되돌아보니 이후 석면 공사를 계속할 학교들을 위해 몇 가지 정리하고 가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첫째, 공사 기간을 안정되게 확보하는 것이다. 공사 과정에서는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고, 공사 단계 중 재점검 결정이 나면 예정된 공사 기간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석면 잔재물이 검출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출입을 통제하고 정밀 청소 후 재조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 기간만 해도 3~4일은 족히 걸린다.

그리고 학교 석면 공사는 천장 석면 텍스 제거 후에 에어컨 교체 공사와 LED 조명 공사가 동시에 진행된다. 심지어 화장실 공사와 창문 및 바닥 교체 공사까지 한꺼번에 진행되는 학교도 있다. 공사 기간의 빠듯함이 모니터단을 압박하여 모니터단의 역할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겠다.

둘째, 여름방학보다는 가능한 겨울방학에 공사를 할 것을 제안한다. 물론 예산의 문제, 공사 업체 선정의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겠으나 교육부, 노동부, 환경부 등 관련 정부 기관의 유기적 협조가 이루어진다면 해결 못할 것도 아니다. 특히 여름철 공사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

셋째, 모니터단 활동을 공개하고, 전문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모니터단의 존재만으로도 부실 시공의 절반은 막을 수 있다. 공사에 임하는 업체의 자세가 다르고, 사후 처리가 다름을 눈으로 확인했다.

넷째,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한 정기적인 점검과 청소가 필요하다. 학교의 역사와 학교 건물의 역사는 같이 간다. 따라서 학교에는 노후 건물과 먼지 쌓인 공간이 너무나 많다. 석면 공사 중 실시한 청소 점검은 석면 잔재물 제거뿐만 아니라 오래 묵은 학교의 먼지를 털어내는 과정이었다. 미처 다 걷어내지 못한 게 안타까웠다.

교실 창틀과 유리, 학교 바깥 벽면, 바닥 틈새, 칠판 속 등 최소 5년에 한 번씩 점검을 하고 청소 전문 업체에 맡겨 청소를 실시한다면 미세먼지, 곰팡이 등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다. 예산이 필요하겠지만 의지의 문제이다.

석면 모니터링 일지.
 석면 모니터링 일지.
ⓒ 바른지역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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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도 없으면서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다는 책임감으로 모니터단 활동에 용기를 내었다. 그 과정에서 만난 교육청 관계자, 공사업체 담당자, 감리 책임자, 그리고 학부모들의 땀방울 덕에 사천에서의 학교 석면 해체·제거 공사는 사고 없이 이뤄졌고, 모니터단 활동도 끝났다. 한 학교당 최소 4번, 세 학교에 12번을 참가하였으니, 여름방학을 학교에서 거의 보낸 셈이다. 개학 하는 날 확 바뀐 교실에서 생활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흐뭇하다. 이래저래 잊지 못할 2018년 여름이었다.

박남희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뉴스사천>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석면, #교실, #학교, #사천, #석면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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