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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정보분석원 입구 모습
 금융정보분석원 입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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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정치인 등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만든 예금통장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세청과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또 금융회사는 외국인 정치인과 금융거래를 할 때 실명확인을 더 엄격하게 하는데 국내 정치인의 경우에도 이런 절차를 밟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9일 국회에서 열린 '차명재산 실소유자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손성은 FIU 기획협력팀장은 "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 FIU와 국세청이 정보를 공유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손 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국세청의 주주변동명세서 등을 실제소유자 정보로 간주한 바 있다"며 "FIU는 국세청으로부터 이 정보를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세무서장은 기업이 제출한 주주변동명세서, 상속 등과 관련한 신탁내역 등을 받게 되는데 여기에 적혀있는 정보를 토대로 금융자산 등의 실제 주인을 파악한다는 의미다.

영장 있어야만 국세청 정보로 자금세탁 추적..."G20 국가 중 한국이 꼴찌"

그런데 국내에서 의심스러운 금융거래나 고액현금거래 등을 추적해 재벌기업 등의 자금세탁 여부를 분석하는 FIU는 국세청으로부터 정보를 자유롭게 받을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국세기본법에서 정보공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영장 집행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국세청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손 팀장의 설명이다.

앞서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는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채택된 '실소유자 투명성에 대한 원칙' 10가지를 소개하며 우리나라의 자금세탁 방지 관련 제도를 지적했다. 이 상임이사는 "(자금세탁 방지) 제도가 가장 허술한 두 나라에 한국이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지난 2014년 마련된 G20의 자금세탁 관련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했는데, 2015년에 이어 작년에도 한국이 꼴찌등급을 받았다는 것이 이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이어 그는 "G20 국가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등이 포함돼있는데 이런 나라들이 우리보다 제도를 잘 마련해놓고 있다'며 "이 가운데 꼴찌를 했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회사와 달리 부동산중개인은 실소유자 확인 안 해...규제해야"

 29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차명재산 실소유자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29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최한 '차명재산 실소유자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책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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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임이사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회사 외 부동산 중개인과 귀금속상, 변호사 등은 고객 자산의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확인할 의무가 없어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명성기구에서 조사한) 다른 나라들의 평균점수와 한국의 점수가 가장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이 G20의 원칙 7이었다"고 설명했다. 원칙 7은 국가가 금융회사와 부동산 중개인 등 특정 비금융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고객에 대한 실소유자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이 상임이사는 "국내 금융기관에선 실명확인을 하고 있지만 (부동산 중개인 등은) 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올바른 규제가 이뤄져야 차명재산을 더욱 투명하게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상임이사는 강조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선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가 국내 정치인과 금융거래를 할 때 더욱 엄격하게 자산의 실소유주를 확인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토론에 나선 한윤택 크레딧아그리콜(credit agricole)증권 준법감시인은 "우리나라는 (자금세탁 관련 법에서) 정치적 주요인물을 외국인으로 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들 180% 실적달성 압박...차명계좌 봐도 추적 안 할 가능성"

이와 함께 그는 "(금융회사가) 국내 정치인에 대해서도 고객 확인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에선 국내 정치적 주요인물과 고위험 거래를 하는 경우 금융회사의 고위 경영진이 거래를 승인하고, 자금출처를 확인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것이 한 준법감시인의 설명이다.

더불어 이번 토론회에선 금융회사 직원들이 과도한 실적경쟁에 내몰려 고액의 자금세탁이 의심되더라도 이를 묵인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에 노출돼 있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명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영업환경이 실적위주로 돌아가고 있고, (직원들은) 목표보다 180%의 성과를 달성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 실장은 "신분증을 확인하면서 (차명거래로) 의심되더라도 이를 더 추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차명 고객이) 몇 십억 원을 예금해주는 것은 실적과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도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금융회사가 차명계좌를 찾아내고, 또 우리 사회가 투명사회로 갈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투명성기구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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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경제팀 기자입니다. sh7847@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