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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서 회사 메일을 열어보니 다른 부서 이사님이 아침마다 회사 전체 메일로 올리는 행복편지가 와 있었다. 날마다 명언이나, 세상 사는 이야기, 유머, 좋은 글을 인용 글로 쓰며, 메일 용량상 삭제를 부르는 고용량 PPT까지 함께 첨부해서 보내 주시는데 가끔 공감하기 힘든 글이 올 때가 있다.

오늘 온 글은, 잘 생긴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잘나 보이지만 못생긴 사람이 가만히 있으면 인상파로 보이기 때문에 늘 미소를 띠며 살아가야 한다, 환한 기쁨과 미소는 나에게 행복을 전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듣기 좋고, 보기 좋아 보이는 내용인데 나는 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글의 내용이 불편하다는 걸 알아줄 사람이 몇일 것이며, 아침마다 오는 이사님의 행복편지에 감상을 말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다. 아침마다 장문의 글을 보내주시는 이사님의 부지런함과 열정은 존경스럽지만 내용이 아쉽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외양이 예쁘고 멋진 것은 보기만 해도 좋은 게 사실이라지만, 외모가 못났다고 조금이라도 보기 좋으라고 계속 미소 지으라는 건 고역이다.

외모를 따져서, 외모가 안 되면 웃는 게 좋다는 논리가 싫고, 못 생긴 사람은 가만히 있으면 인상파라는 숨은 매도가 불편하며,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웃으라는 논리가 강압적으로 느껴진다. 안 웃는 얼굴보다 웃는 얼굴이 보기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억지로 웃는 미소가 행복을 불러다 줄지는 의문이다. 또, 웃는 게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니다.
 웃으면 좋겠지만 그건 웃고 싶을 때 웃으면 되는 거다.
 웃으면 좋겠지만 그건 웃고 싶을 때 웃으면 되는 거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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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나는 회사를 이직해서 새로운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부서는 임원분들이 많은 곳이라 직급 차이도 많이 나고 많은 것이 낯설었다. 몇 번의 모임과 회식 후, 부장님 한 분이 나에게 좀 더 웃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다음 회식에는 얼굴에 쥐가 날 것처럼 웃는 내가 있었다. 또 다른 부장님 한 분은 그렇게 웃고 있는 나를 보고 "너무 영혼이 없는 거 아니니?" 하며 웃으셨다.

열심히 미소 지었는데,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이때의 경험으로 너무 억지로 웃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안면근육에 쥐가 날 것 같았고 피곤했다. 그 효과도 모르겠고 누구를 위해 이 고생을 해야 하나 의문이 들었다. 회식자리에서는 유독 많이 웃기는 하지만 그건 할 말이 없어서 면피 조로 짓는 표정에 불과하다.

즐거워서 웃기보다 필요해서 웃게 되는 것이다.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건 확인된 바 없는 거짓말이다. 그냥 보기 좋으라고 분위기 좋으라고 웃으라는 건데 즐거워야 웃지, 그냥 웃어서야 속없는 사람같이 보인다.

한 번은 국내에서 가족여행으로 지방의 어느 호텔에 방문했다. 그곳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보이는 직원을 만났는데, 서비스직의 업무상 친절 교육을 받고, 배운 것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직원이 엄청 어색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힘들게 미소 짓고 있었다. 경련이 일어나기 일보 직전, 우는 표정 비슷한 미소를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안 웃어도 되는데.'

억지로 미소 지었다를 넘어 익숙하지 않은 표정 때문에 힘들어서 얼굴 근육이 떨리는 게 보였다. 웃고 있는 사람 얼굴 보고 안쓰럽다고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외국에서 호텔에 가면 웃는 직원도 있지만 미소의 '미' 자도 없는 직원들도 많은데 무표정이나 화난 표정보다 어려운 미소였다.

웃는 것보다, 외모보다 중요한 건 그 표정을 짓는 당사자가 어떤 상태인가다. 상대방이 편하면 나도 편하다. 웃으면 좋겠지만 그건 웃고 싶을 때 웃으면 되는 거다.  잘 생긴 게 못 생긴 것보다는 좋겠지만 TV 속 연예인에 눈이 익숙해서 그렇지 뭐 그렇게 잘 생긴 사람들이 많을까 싶다. 못 생겨도, 평범해도 자연스러운 게 제일 보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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