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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덕사 가는 울울창창한 숲길.
 진덕사 가는 울울창창한 숲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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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의 봉곡사, 경북 청도 운문사, 강원도 월정사 등의 공통점이라면 사찰 입구로 향해 가는 숲길이 참 좋다는 것이다. 길이 완만하고 순해 힘들지도 않고 청정한 숲속 길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어 절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경기도 시흥시 능곡동 깊은 산속에 자리한 작은 사찰 진덕사(眞德寺, 시흥대로 268번길 50-65)도 그런 절집 가운데 하나다. 절에 집이란 말을 넣을 정도로 포근하고 아늑한 숲속 길 끝에 자리하고 있다.

고려시대에 창건되었다가 폐사된 곳으로 추정되는 진덕사는, 따로 기록이 전하지 않아 그 역사를 알 수 없으며 언제 폐사 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한다. 1940년 절터에서 조선말기의 석조약사불좌상이 출토되었고 이를 봉안하기 위해 절을 다시 세웠다.

일주문도 없는 아담한 절로서, 사찰의 중심건물인 대웅전을 중심으로 약사전, 삼성각, 요사채(스님들의 주거지) 자리하고 있다. 약사전엔 시흥시의 향토유적인 석조약사불좌상(石造藥師佛坐像)이 있다.

차를 타고 가면 손해 보는 숲길
 진덕사 가는 걷기 좋은 숲길.
 진덕사 가는 걷기 좋은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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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별 새들이 지저귀는 진덕사 숲길.
 별별 새들이 지저귀는 진덕사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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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덕사 입구 버스 정류장(1번, 20번 5602번 경유)에서 진덕사까지 약 1km의 숲길을 걸어 절에 찾아갔다.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안장에서 내려 산책하듯 걸어갔다. 새들이 노래하고 매미들이 소리 높여 합창하는 울울창창한 숲길이 내내 이어진다. 차량들이 오갈 수 있도록 1차선의 찻길이 나있지만, 빽빽한 나무들이 서있는 숲속 길은 빨리 지나갈수록 손해 보는 길이다.

장대하고 구불구불한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길 양옆에서 도열하듯 서있다. 어느 나무 하나 똑같이 생긴 것이 없다. 숲길을 걷는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진다. 빨리 걸으면 절까지 20분이면 닿겠지만 이 길은 느릿느릿 걷는 것이 제 맛이다.

사색하듯 고요히 홀로 걷는 사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는 모녀의 모습, 아이를 번쩍 안고 걷는 아버지의 모습이 숲길만큼이나 예뻐 보인다. 진덕사의 자랑은 석조약사불좌상이라지만, 실은 이름 없는 이 숲길이 아닐까 싶다.

세속의 번뇌를 씻고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일주문 대신 청청숲길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듯하다. 깊은 산속 옹달샘이 있을 것 같은 절에 들어서면 마당에 앉고픈 나무 벤치와 함께 오래된 단풍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풍성한 잎에 여러 갈래로 가지를 뻗은 단풍나무가 "가을에 또 오세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대웅전 앞에 불자들의 소원이 새겨진 기와들이 쌓여 있다. 합격, 행복, 건강, 소원성취 등 다양한 소망들이 여러 필체의 손 글씨로 적혀 있다.
 진덕사 대웅전.
 진덕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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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덕사 불전.
 진덕사 불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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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위 언덕배기에 삼성각이 있다. 우리나라 절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삼성각(혹은 산신각)이라는 작은 불전이다. 사찰마다 있는 전각으로 산신령과 여러 무신(巫神)을 모시는 곳이다. 불교가 전래되기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믿어오던 무신을 배척하는 대신,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신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여 포용한 것이다. 절마다 산신령이나 무신 그림이 달라 절을 하면서 유심히 보게 된다. 어릴 적엔 꿈에 나올까봐 무서웠는데 어느 때부턴가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삼성각(三聖閣)은 칠성(七星)과 독성(獨星) 및 산신(山神)을 한 곳에 모셔놓은 곳이다. '산신'은 산에 있는 신을 의미하며, '칠성'은 북두칠성을 말하는 것으로 별나라의 주군(主君)으로 인간의 수명과 복을 담당한다고 한다.

'독성'은 나반존자(那般尊者)라고도 불리는데 십이인연(十二因緣)을 혼자서 깨달은 후 성인의 위치에 올라서 중생에게 복을 내린다고 한다. 중생을 위한 방편으로 채택되었기 때문에, 그 건물의 이름을 전(殿)이라 하지 않고 그 아래인 각(閣)으로 일컬은 것이다.
 삼성각에 있는 산신.
 삼성각에 있는 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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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한옥을 연상하게 하는 종무소엔 누구나 와서 앉아 쉬어가며 차와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종무소안 불교 소품가게에서 파는 제품들은 평소에 보기 드문 작품 같아 눈길이 간다. 고운 수건에 새겨진 글귀가 눈길을 머물게 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에 있지 않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에 있다.'


흰 옷 입은 석조약사불좌상
 석조약사불좌상이 있는 전각.
 석조약사불좌상이 있는 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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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병을 두손으로 감싸 쥐고 있는 석조약사불좌상.
 약병을 두손으로 감싸 쥐고 있는 석조약사불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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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래울 마을로 이어지는 진덕사 숲길.
 가래울 마을로 이어지는 진덕사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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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불상이 흰 옷을 입은 듯 하얀색이다. 옛부터 능곡동 일대 주민들 사이에서 이 불상의 영험함이 전해져 왔는데, 돌 자체의 빛깔이 두려운 느낌을 줘 현재처럼 몸 전체를 석고로 발라 놓았다 한다. 전통에 충실한 양식은 아니지만, 주민들의 신앙의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지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어 향토유적으로 지정됐다.

약사불(藥師佛)이란, 모든 중생의 질병을 치유하고 재앙을 소멸시켜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부처로 약사여래라고도 한다. 약사불의 가호(加護, 신의 보호)를 빌면 모든 재액이 소멸되고 신병이 치유된다 하여 일반 민중들 사이에서 많이 추앙받는 부처이기도 하다.

약사불은 왼손에 약병을 들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인데, 진덕사 석조약사불의 경우 양손을 중앙으로 가지런히 모아 약병을 들고 있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대웅전 옆 숲길가에 시흥 늠내길이라 적혀 있는 작은 팻말이 서있다. 진덕사는 시흥 늠내길 1코스의 경유지이기도 하다. 팻말을 따라 나무계단을 걸어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가면 가재울 마을이 나온다.

▶ 진덕사 안내 누리집 : www.jdsa.kr

덧붙이는 글 | 지난 8월 19일에 다녀 왔습니다.
시흥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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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랍니다. 소박하게 먹고, 가진 것을 줄이기. 이방인으로서 겸손하기, 모든 것을 새롭게 보기를 실천하며 늘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