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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후반의 김재희(가명)씨는 올해로 이마트 순천점에 비정규직노동자로 입사한 지 13년이 되어간다. 2005년 순천에 이마트 매장이 오픈했을 때,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유통판매회사에 들어갔다는 나름의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13년이 흐른 지금도 그녀는 매월 168만여 원의 급여명세서를 받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다.

2019년 최저임금이 시급 8350원으로 결정되자, 여기저기에서 찬반양론의 목소리가 높다. 13년 동안 비정규직노동자로 살아온 김씨를 지난 8월 13일 순천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 그에게 최저임금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았다.

13년째 이마트에서 일하는 그의 4월 급여명세서를 보니 기본급이 72만 9000원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범위에 들어가는 세 가지 직무·직책수당을 포함하니, 월 154만 8000원으로 2018년 최저임금(월 209시간 기준) 157만여 원을 지키는 수준이다.

김씨는 "성과급은 400%, 명절상여금은 200%로 기본급 기준인 72만 9000원으로 주는 거죠. 우리 아파트 청소하시는 분들도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인 154만 원이래요"라고 말한다.

2016년 최저임금이 6030원에서 2017년 6470원으로 440원 올라서, 주 40시간 노동자(월 209시간)의 월 최저임금은 2016년 약 126만 원에서 2017년 약 135만 원으로 약 9만 원이 올랐다. 그러자 이마트는 새로운 방안을 내놨다.

"이마트는 2017년에도 기본급은 2%만 올리고, 400% 주던 성과급 중 상반기 200%를 떼어서 12개월로 나눠서 지급했어요. 성과급 200%를 기본급과 각종 수당에 녹인 거죠. 결과적으로 임금을 거의 올리지 않으면서 최저임금 기준을 위반하지 않게 된 거예요. 대단한 꼼수죠."

신세계는 2018년 1월부터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임금의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기존 임금을 그대로 유지함은 물론이고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되는 임금 인상 역시 추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씨는 "임금을 예전처럼 기본급 2% 정도 올리면, 2018년 월 최저임금 157만 원도 미치지 못하잖아요. 그렇다고 나머지 성과급 200%를 또다시 각종 수당에 편입시키는 꼼수를 부리자니 안팎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거에요" 라며 회사를 비판했다.

그렇다면 주 35시간제가 그와 동료들의 '일과 가정 양립'에 도움이 되긴 했을까?

"마트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의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8시간에 하던 일을 7시간에 마무리해야 했다. 생활임금에 턱없이 모자란 임금을 받는 마트노동자에게 회사 일방으로 이뤄지는 노동시간 단축은 그냥 임금삭감일 뿐이에요."

또한 문재인 정부가 이야기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월 209만 원)가 온다고 해도, 이마트 월급여는 183만 원(주 35시간, 월 183시간 기준)이다. 오히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한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해 김씨는 "저 같은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최고임금인 셈"이라며 "정말이지 가정을 꾸리기에 턱없이 부족한 임금이에요, 적어도 기본 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해요"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순천광장신문에도 중복게재합니다



태그:#이마트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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