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러울 때가 있다. 과학 동화책을 보며 고등학교 때 배웠던 내용 같은데 이렇게 쉽게 설명하고 있다니 싶어 놀라기도 하고, 벌써 대륙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것을 보며 나도 어릴 적 지도를 자주 봤다면 지리와 역사가 이토록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싶어 아쉽기도 하다. 지식의 양이 많아져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게 되면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을까 걱정도 되지만, 지금은 그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끊임없이 물어보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기특하다. 이런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그 답을 제시한 책이 오가와 다이스케의 <거실 공부의 마법>이다. 작가는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이 배움의 시간이다. 놀이와 공부를 분리하지 않고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움틀 때 그것을 확장시키고, 앎이 즐겁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거실 공부의 마법' 책표지
 '거실 공부의 마법' 책표지
ⓒ 키스톤

관련사진보기


아이들에게 부모란 절대적이다. 놀이방을 정해두고 장난감을 모두 넣어 정리해두면 어느새 거실로 몽땅 가지고 나와 정리가 안 된다는 엄마들을 자주 본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 부모인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방을 마련해 책상을 놓아주고 조용히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작가는 아이의 주 활동 공간을 거실로 정한다. 다시 말해 부모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아이들은 부모의 칭찬과 반응에 강하게 반응합니다. 부모에게 말을 걸었을 때 부모가 바로 반응해주면 안도하고, 자신이 뭔가 물어봤을 때 부모가 대답을 해주면 신뢰감을 느낍니다.그리고 '또 해봐야지', '더 잘하고 싶어'하는 의욕이 생겨납니다. -p.29

그렇다면 거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이들은 주변의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한다. 아이들의 질문을 도감, 지도, 사전으로 해결하며 앎을 확장시켜 나가자 한다. 모르는 단어는 사전에서 찾는다. 실제로 보고 싶고 그것에 관한 지식이 궁금하다면 도감을 활용한다. 모든 일이 일어나는 곳은 세상, 곧 지구이기에 지도를 통해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인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세상이 편리해져 핸드폰 하나면 모든 것을 검색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기보단 수준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더욱 낫다.
아이가 질문했을 때 "나중에 찾아보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이가 지식을 흡수하는 최적의 타이밍은 지적 호기심이 안테나를 세웠을 때입니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제든 아이가 지식에 접속할 수 있게 거실에 도감, 지도, 사전을 두어야 합니다. -p.32

예를 들자면 이렇다. 태풍 솔릭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며 아이는 태풍이 온다는 데 그건 어떻게 알았는지, 태풍의 눈의 사라져 작은 태풍이 되었다고 하니 '눈'이 무엇인지, 파도가 집채만 하다니 얼마만큼 큰 것인지, 태풍의 이름은 또 왜 그러는지, 왜 우리나라에는 허리케인이 안 오는지 등 궁금한 것이 넘쳐난다.

이때 부모는 아이와 함께 '태풍, 태풍의 눈'은 무엇인지 사전에서 찾아본다. 우리는 그저 비와 바람으로 태풍이 왔음을 느끼지만 그 거대한 모습은 실제로 어떠한지 도감을 통해 찾아본다. 그리고 어디서 발생한 것을 각각 태풍, 허리케인이라고 하는지 지도를 보며 확인한다.

이렇게 알게 되는 지식들은 대부분 생물 과목, 사회 과목과 관련이 있다. 세상살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생물과 사회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만들어주는 과목이다. 아이들은 생물수업을 받으면서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법칙을 배우고, 사회 수업을 받으면서 삶과 세상의 구조를 배운다. 그 지식들은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필요로 하게 될 지식과 사고방식의 근간이 된다.

또한 세상은 선을 긋듯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속에 과학이 숨어 있으며, 자연에서 삶의 원리를 찾을 수 있다. 과목은 그저 학교 교육을 원만하게 진행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일 뿐이기에 하나의 현상을 복합적으로 바라보고 사고하여 지식과 지식을 자유자재로 이어 붙이는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부모인 내가 학교 다닐 때 쪼개서 배웠던 지식들을 세상 속에서 하나로 통합하여 사회를 인식하는 안목을 키워야 하는지도.
만약 공원에서 민들레를 보고 집에 돌아와 도감을 펼치는 경우에도 도감을 찾아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검색 영역을 사전과 지도로 확장시키면 아이의 종합적 사고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됩니다. -p.77

도감, 지도, 사전 세 가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겠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려는 시도와 자세'가 목적이니 또 다른 해결책을 찾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준에 따라 다양한 도감과 지도, 사전이 있으니 초등학생까지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책쟁이엄마' 정미현씨가 국내 서적 중 수준과 내용을 고려한 여러 가지 도감, 지도, 사전을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제시하고 있다. 그 책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흥미로운지 책은 한 번 읽어도 정씨가 제시하는 책들은 도서관에 갈 때마다 들춰보게 된다.

작가는 일본의 입시 전문가이자 학습 전문가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 '엄격한 학습 지도서'로 오해할까 걱정도 했다고. 이 책은 '공부'가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에게 도감, 지도, 사전을 이용해 마음껏 '놀고', '즐기는' 방법을 제안하는 책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방법이 아이의 공부 저력을 키워주는 바탕이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반드시 알려줄 것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세상에는 다양한 것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 인식시켜주면 됩니다. 그것이 아이가 폭넓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토대가 되고, 공부 저력을 키워 훗날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됩니다. -p.64

물론 이것을 갖춘다고 해서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달려들지는 않는다. 우선 부모가 무심한 듯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함께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흥미 있는 일,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생긴 일, 궁금했던 일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도감과 지도, 사전으로 찾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저 그 옆에서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 '굉장하네!', '나도 가르쳐줄래?' 하고 한 마디 건네며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 그만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싶은 두 아이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