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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여의도-용산 개발 보류

"여의도·용산 마스터 플랜 발표와 추진은 현재의 엄중한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보류하겠다."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0일에 발표했던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마스터플랜)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밝혔다. 마스터플랜 발표 이후 나타나는 주택시장의 이상 과열 조짐을 깊이 우려하며,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시장 안정이 최우선으로 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월 26일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보류, 공공주택 공급 대폭 확대, 공시가격 현실화 등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8월 26일 오후 시청 브리핑룸에서 여의도ㆍ용산 마스터플랜 보류, 공공주택 공급 대폭 확대, 공시가격 현실화 등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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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언론들, 특히 보수 신문들은 박 시장을 맹비난 하고 나섰다. 강북 집값을 올릴 때는 언제고, 왜 이제야 발을 빼냐며, 박 시장의 무책임을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불내놓고 불끄겠다는 박원순…정부 대책 발표 전 새치기하나 - 조선일보
47일 만에 밑천 드러난 박원순의 부동산 정치 - 중앙일보
집값 불 지르고 뒤늦게 진화 나선 박원순 "여의도-용산 개발 보류" - 동아일보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약 한 달여 만에 거둬들이면서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시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정부와 협의도 없이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서울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른 당사자가 이제는 진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특히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책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새치기'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조선일보 2018.08.27 

물론 박 시장이 위와 같은 비판에서 100%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난 10일 발표는 누가 봐도 개발과 관련된 공약이었으며, 이로 인해 주택시장의 과열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박 시장이 차기 대선을 노리고 일찍부터 공약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거림까지 있었을까.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보수 신문들의 박원순 때리기는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비록 해당 지역 부동산 과열에 대한 소재는 서울시가 제공했지만 그것을 확대재생산한 것은 바로 언론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은 이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부동산 시장에만 주목한 그들

"안 오른 곳이 오른다"…이번엔 은평·강북이 들썩 - 조선일보
개발 호재에 여의도·용산 들썩… 서울 집값 다시 오르나 - 조선일보
개발호재 창동 아파트 `삼성래미안` 5억 원대 매매완료 - 매일경제


사실 그동안 포털에서 박원순 시장을 검색하면 많은 부분이 박원순 표 개발과 집값 상승에 관한 기사들이었다. 경제지들은 꾸준하게 서울의 부동산이 이제 다시 들썩인다고 군불을 때었으며 툭하면 부동산과 관련된 기획기사를 내곤 했다.

특히 지난 8월 박원순 시장은 근 한 달을 삼양동 옥탑방에서 지내면서 서울시 정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는데, 이에 대해 언론들은 그 모든 것이 쇼에 불과하다고 폄훼하면서도 이후 나올 수 있는 서울 강북발 개발에 주목했다. 어쨌든 박 시장이 강북과 관련된 정책을 발표할텐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부동산이라는 프레임을 짠 것이다.

강북투자 정책구상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강북투자 정책구상 밝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오후 서울 강북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동고동락 성과보고회'를 열어 강북투자 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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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박원순 시장이 옥탑방을 나와 '강남북 균형'과 관련된 '강북플랜' 정책을 발표하자 언론들은 그 중에서도 1조 원 투입, 경전철 확대 등과 같은 도시 인프라 확장에 주목했다. 결국 이것이 박원순 발 개발 호재이며, 그것이 강북 개발과 부동산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박 시장은 이밖에도 서울시가 발주하는 용역·조달 조건을 완화해 협동조합이나 마을기업들이 집수리 등 동네일을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 주차장 신설보다는 공유 차량제를 이용하겠다는 등의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정책들도 함께 밝혔으나 언론은 이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개발과 부동산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박 시장이 지난 19일 오전 tbs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해 직접 정책을 밝힌 것은 프로그램이 높은 청취율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언론들이 주거지 재생 사업, 사회적 경제 부분 등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민들에게 진의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박 시장의 '강북 플랜' 발표 이후 서울의 사회적경제 중간지원 조직들은 바쁘다. 언론들은 부동산 개발만 주목했지만,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는 시장이 언급했던 공약들을 현실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중지를 모으고 있는 중이다.

주민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형태의 마을관리기업, 주민들이 스스로 집수리와 가구제작을 하는 마을목공방과 적정기술 집수리학교, 일상생활에서의 자원순환과 공유경제, 일자리 거점으로서의 마을순환 되살림 가게 등 현재 서울시와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들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사회적경제로 어떻게 사회를 혁신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경제는 심리다

경제는 심리라고들 한다. 다수의 전망에 따라 경제는 움직인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부동산에 가지는 기댓값에 따라 오르내림과 그 진폭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가만히 있는 집값이 뛰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 집이 처해있는 조건이 월등하게 나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그 개발 차익을 노리고 일부러 소문을 흘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조선일보 2018.08.27자 11면 부동산 광고
 조선일보 2018.08.27자 11면 부동산 광고
ⓒ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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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금까지 우리 언론들은 그 개발 차익을 노리는 자본의 나팔수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보수 신문들을 보자. 광고의 많은 부분이 아파트나 토지에 대한 광고들이다. 어디에 지하철역이 개통되고, 어디가 개발되니 늦기 전에 빨리 매물을 구매하라고 부추겨왔던 것이 언론들이다. 그랬던 그들이 과연 이번 박 시장의 발표를 비판할 수 있을까. 박 시장의 인프라 사업을 개발호재로 만든 것은 바로 그들이다.

박 시장의 말마따나 지역 개발이 무조건 토건 사업으로 이해되는 건 1970년대식 발상이다. 아직도 부동산과 관련된 토목·건축 자본들과 그들의 광고를 받는 언론들은 국민들에게 한 방을 꿈꾸도록 유도하지만 그 유통기한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부동산 활성화를 통해서는 국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음을, 오히려 빈부격차가 더 커지게 될 것임을 국민들이 체득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의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보류도 그 연장선상에 서 있게 될 것이다.

언론들에 고한다. 더 이상 부동산 가지고 국민을 현혹하지 말라. 집값, 땅값이 올라 행복한 이들은 얼마 되지 않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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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