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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 실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한 최근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6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 실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한 최근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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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몇 달간 지켜보았다. 그 논의의 형식적 마침표는 어제(26일) 장하성 실장의 기자회견인 것 같다. 마침 같은 날 여의도 통개발 등 박원순 시장의 정책을 전면 보류하는 발표도 있었다.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통계청장도 새로 임명되었다. 가계소득통계 논란이 일었던 통계청장이 바뀌었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 일들이 모두 일요일 하루 동안 벌어졌다. 현상은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지만, 본질은 경제다. 그 와중에 논란이 된 경제지표를 작성한 청장이 경질되었다. 그 정도로 상황은 심난하다. 그나마 장하성 실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우니까 여기까지 온 것이지, 그 정도 아니었으면 아마도 정책실장이 바뀌어도 몇 번 바뀌었을 상황이다.

외형상으로는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의 갈등, 그것도 개인 간의 사적감정이 아니라 경제 노선 갈등처럼 보인다. 참여연대 출신과 정통 EPB(옛 경제기획원) 관료, 말을 붙이기에 따라서는 시민단체와 관료기획통이 철학과 노선에서 정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지, 둘 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금융경제 전성기 시절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금융경제 중심, 거시경제 중심, 그리고 대기업 중심 시대, 이 두 사람이 익숙하던 시대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다. 두 사람 모두 실물  경제나 제조업에는 별로 관심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세계협동조합의 날 지정 등 2008년 이후에 세계적 경제 침체의 대안으로 등장한 사회적 경제에는 역시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실물 경제와 사회적 경제는 빼고 논하는 국민경제, 그게 장하성-김동연 논의의 한계다.

실물 경제와 사회적 경제는 빼고 논하는 국민경제

쉬운 것부터 얘기를 해보자.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정권 초기에 결정된 것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랐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상가 임대료나 프랜차이즈의 공정성 제고, 이런 사전적인 제도 정비가 거의 없이 최저임금부터 인상한 것은 좀 무리해 보였다.

업종별로 최저임금 상승의 충격을 상쇄할 정도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최저임금 인상폭을 증가시켜도 되는데, 사전 조치 없이 바로 강행하면 자영업자와 영세 기업들에서 곡소리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한국 경제 구조에서 실업률이 영향을 받는다. 이건 그냥 산수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진작 정책 같은 게 따라 나올 줄 알았는데, 이런 건 또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에도 경제 위기가 왔다. 2010년 당시 43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앞세운 영국 보수당이 정권을 되찾아왔다. 젊은 보수쪽 총리가 7월 9일 리버풀 호프 대학에서 역사적인 연설을 한다. 그 내용중에는 "협동조합, 상호조합, 자선단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부 자료집을 발간하겠습니다" 라고.

논쟁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이 때 영국의 보수당이 사회적 경제를 자신들의 중심 축으로 활용을 했다. 경제 위기 때 사회적 경제를 핵심으로 운용하는 것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1929년 세계 대공황 때 파시즘의 바로 그 무솔리니가 협동조합을 엄청나게 강조한 것은 유명한 얘기다. 패전 후 폐허의 상태에서 일본 정부도 생활협동조합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일본 정부가 무슨 진보 정부고, 민주당 정부고 그런 건 아니다. 1962년 5.16 이후 8월에 군인들이 지금의 농협을 만든다. 그들도 협동조합을 중요한 경제 수단으로 여겼다.

국내외 보수정권이 했던 일

질의에 답변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질의에 답변하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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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의 단기적 하락이 예상될 때 사회적 경제를 활용해 충격을 줄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몇 번 있었다. 1998년 IMF 경제 위기 때 DJ 정부는 '자활'이라는 이름으로 실업자들이나 지방 거주민들에게 긴급히 일자리 대책을 세웠다. 그 해 우리나라의 복지 기본법이 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자활 항목이 들어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MB는 사회적 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대적인 지원 방안을 만들었다. 물론 문제도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단기 고용관리로 사회적 경제만큼 효과가 빠르고 즉각적인 것도 없다. 특히 마을 기업이나 지역 서비스 분야는 여전히 우리가 취약하기 때문에 예산으로 좀 큰 돈을 쓴다고 해도 필요 없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출산율 저하와 보육 대책, 필요성도 존재한다. 사회적 경제가 김동연 부총리나 장하성 실장, 두 사람 모두에게는 낯설고 너무 단기대책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사회적 경제가 주요 선진국 경제 운용의 핵심축이 된 것은 사실이다.

긴급 대책으로 사회적 경제가 들어갔음직한 자리에 김동연 부총리의 '생활 SOC'라는 요상한 단어가 들어갔다. 결국 믿는 것은 토건밖에 없다는 정통(!) 경제관료의 얄팍한 발상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슬쩍 수소 충전소를 끼워 넣었다.

지역 주민들이 꺼려하는 대표적인 혐오 시설인 수소 충전소가 무슨 생활 SOC냐? 수소차를 지금처럼 무리하게 추진하면 결국 이 문제로 몇 사람 국회 청문회에 나가게 될 것이다. 이건 별도의 에너지 논의가 필요한 건데, 살짝 '생활' 시설인 것처럼 집어넣은 것은 해도 너무한 일이다(수소 에너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로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자).

두 사람이 다 관심을 안 보이는 것은 사회적 경제만이 아니라 제조업을 비롯한 실물 경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해괴한 단어에 갇혀, 전통적이지만 엄연히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조업은 찬밥이다. 요즘 표현대로 하면 '아웃 오브 안중'인 것 같다.

제조업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독일이나 스웨덴의 화려해 보이는 경제 담론 내부를 들여다보면 결국 어떻게 하면 제조업을 고도화하고 미래 체계에서도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제조업 정책이다. 트럼프 경제도 뭔가 복잡하고 과격한 것 같지만, 그 실체는 철강이나 자동차 등 이전 정권이 '구산업'이라고 방기한 분야를 어떻게 하면 되살릴 것인가, 그런 것이다. 산업정책, 쉽지 않은 문제지만, 제조업의 관점으로 보면 장하성 실장이나 김동연 부총리나 전부 낙제점이다. 뭘 했어야 채점이라도 하지, 한 게 없으니 틀린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참여정부 사례 하나 들어보자. 2007년 참여정부 5년차, 경제가 굉장히 좋았다. 성장률도 좋았지만 내용 자체가 좋았다. 원화 가치가 높아졌는데, 수출도 기록적으로 높아졌다. 강한 원화를 극복하고 수출 증가, 전 세계가 원하는 경제 성장의 목표다. 이것이 힘드니까 수출 증가를 위해서 우리는 늘 원화 가치를 희생시켜왔다(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상품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 편집자 말).

당시 경제가 좋았던 이유가 뭘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일부는 정치적으로 레임덕에 빠진 노무현 청와대의 약화를 거론하기도 한다. 정부가 쓸 데 없이 나서지 않으니까 국민경제가 알아서 잘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물론 박근혜 레임덕 때 경제가 안 좋았으니까 이는 부분적인 설명이다.

또 다른 설명은 좀 코믹하다. 한미 FTA 때 업종별 대책 만든다고 각종 협회 등 업종별로 몇 년간 자주 모이다 보니까 동종 회사들 사이에 소통과 정보 교환이 원할해지면서 혁신이나 공동 과제 도출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진짜로? 그럴 가능성도 실제 배제하기는 어렵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니까 우리는 사람들이 소비를 덜 하고, 각종 구매지수가 내려가는 것만 생각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회원사들이 어려워서 회사들의 정보가 모이고 공동 대책을 세우는 협회도 어려워진다. 당연히 협회 차원의 분석 능력도 떨어지고 미래 과제에 대한 대응도 늦어지게 된다. 한 때 한국 제조업 전성시대에 화학공업협회나 자동차공업협회 같은 데에 정말로 실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갔고, 거기서 멋진 보고서들이 나왔다.

탈핵 정책에는 태양광이 핵심이다. 한 때 열 명 정도 있던 관련 협회에 세 명, 네 명, 겨우겨우 간판만 지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의 각종 회사들이 공동 대응하는 후방 조직들이 경제 위기에서 연명 상태인 것이 엄연한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그 상태에서 경제부총리든 기재부든, 개별 회사한테 뭐 좀 가지고 오라고 해봐야 나올 것이 없다. 산업 후반 지원능력이 지금 너무 떨어져 있다.

규제 탓이 아니다

생활형 SOC, 특히 수소 충전소 이런 데 쓸 돈을 제조업 협회 등 후방 지원분야에 인건비 지원으로라도 먼저 쓰면 좋을 것 같다. 서너명이 해당 산업 전체를 지원한다는 것, 말이 안된다. 이게 1~2년 정도 시간이 걸리지만 가장 확실하게 고용효과 등 경제효과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건 협회 지원이라서 내국민 대우 등 WTO 조항에도 위배 안된다. 정부가 제조업을 간접 지원할 수 있는 편안한 방법이다.

이렇게 기반 지원부터 하고 공동 과제와 중장기 과제를 발굴해 나가는 것이 지금 쓸 수 있는 제조업 지원의 거의 유일한 방안이다. 효과는 천천히 나오지만, 사실은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부가 앞으로 수소에 쓴다고 하는 돈만이라도 제조업의 각종 협회에 지원하시길 바란다. 산업 후방지원 기능이 지금 고사하기 직전이다. 

장하성 실장, 김동연 부총리, 뭔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제조업 등 실물경제에 관심 없고, 사회적 경제에는 무관심한 것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현 내각에서 그나마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있는 것은 이낙연 총리 정도다. 이 양 쪽 분야에 돈을 넣어야 내년이라도 고용 상황에 단기적으로 변화가 온다.

SOC, 이건 아니고, 수소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지금처럼 하다간 두 사람 모두 언젠가 국회 수소 청문회 자리에 앉게 된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IT만 붙잡고 있다고 제조업의 경쟁력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규제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이 위기를 겪는 것이 아니다. 발로 뛰고,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 관료가 한국에 있는가?

덧붙이는 글 | 우석훈 기자는 스스로를 비(B)급 경제학자라고 부른다. 2007년 '88만원세대'를 통해 세대간 불평등 문제를 실랄하게 지적했고, 이후 생태와 환경 등 사회경제 다양한 분야에서 글쓰기와 책을 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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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