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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산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이제 어렵게 되었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이제 어렵게 되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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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집 한 채 없는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이제 서울은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되었다. 두 아이 양육 때문에 6년 전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했다. 서울에서 경기도로 밀려나면 다시 서울로 들어오기 힘들 것이라는 상사의 예언은 딱 맞았다. 이제 나의 월급과 자산으로는 서울이라는 거대한 성벽을 넘을 수 없다. 서울에 살았다면 서울에 집을 샀을까? 알 수 없다.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처럼 지금의 결과를 과거에는 전혀 몰랐으니까.

개인적으로 '인(in) 서울'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지금 사는 경기도 지역이 아이들 키우기에도 좋고, 한적한 걸 좋아하는 내 취향에도 잘 맞는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서울에 집을 산 동료와 나의 자산 차이가 2억 원 이상 벌어졌다.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이사 가려고 눈여겨보던 아파트 하나는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1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벌어졌다.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오히려 매매가가 떨어졌다.

당시 매매하지 못하고 지켜만 봤던 이유가 있었다. 내가 사는 집 이외에 추가로 1억을 넣어둘 여유가 없었을 뿐더러, 아이들 양육 때문에 서울로 갈 수도 없었다. 시부모님이 현재 사는 곳 옆 동에 살면서 아이들 돌봐주시기 때문이었다. 아마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선택은 같았을 것이다.

절망적인 것은 벌어진 자산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대한민국에 별로 없어 보인다는 현실이다. 자산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부동산, 주식, 사업이다. 이 중 대부분의 직장인이 안정적으로 자산을 불려갈 수 있는 길이 하나 닫힌 셈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불안하고,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직장에 다니는 다수의 서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부동산이었다. 이제 그 길이 닫혔다.

자산의 차이는 교육의 차이를 만든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기는 옛말이 되어버렸고, 고소득을 유지하는 지역에서 사교육으로 만들어진 아이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 결국 자산의 크기는 교육의 대물림을 만들어낼 것이다.

대한민국은 현재 가난이 대물림되기 쉬운 구조로 정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런 구조로 가는 것은 전형적인 선진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 빠른 속도에서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 즉,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하나도 없는 젊은이들은 자산을 추월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다.

집값 폭등, 누구에게 좋을까?

그럼 서울에서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다 좋을까? 적어도 '실거주'인 사람들은 아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집을 사지 않았더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떠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할 테다. 과거에 자신이 선택을 잘했다며 자부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좋아할 만한 일도 아닌 듯하다. 나는 우리 아이들 세대가 걱정된다. 아이들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거나 서울에 있는 직장을 다니며, 서울에서 결혼해 살 경우를 가정해보자. 인구가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100세 시대를 감안하면 가구 수는 늘어나고 집은 더 필요한 법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서울의 살인적인 집값이나 월세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월급의 대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해야 할지도 모른다. 혹은 내가 했듯이 직장까지 왕복 4시간 출퇴근을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앞으로 결혼 연령은 더 늦어질 것이고, 아이는 점점 낳지 않을 것이다. 결혼연령이 늦어질수록 부모님과 함께 사는 기간이 늘어날 것이고, 소위 '캥거루족(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해 사는 자녀들)'도 많아질 것이다. 최근에 미혼 1인 가구를 위한 셰어하우스가 늘어나는 경향도 이와 비슷하다.

2014년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부동산 시장 대결에서 진정한 승자는 정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는 일단 이겨놓고 게임에 참여했다. 집값이 올라간다면 세금을 더 거두어들일 수 있고, 각종 세금을 인상하는 충분조건이 되었을 것이다. 선거 공약으로 약속한 복지를 위해서는 많은 세금이 필요했으니까. 

만약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켰더라면 정부는 정책 성공이라는 목표를 이루었을 것이고, 지지율은 올라갔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정부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그런 면을 본다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는 언제나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결과만 놓고 보면 집값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정책을 믿은 서민만 패자가 된 것 같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최근 서울 강남·강북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최근 서울 강남·강북을 가리지 않고 집값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지난 26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전면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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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제 전문가도,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다. 최근 계속 솟아오르는 집값을 바라보며 허탈한 마음이 드는 소시민일 뿐이다. 회사에 다니고 아이 키우며 부동산 정책에 일일이 대응하기 힘든 소시민이다

계속되는 정부의 규제책이 대출 규제와 겁주기에만 머물러 있는 듯해 안타깝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열심히 직장에 다니며 아이들 키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도 규제로는 더 이상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겠다. 그런데도 규제를 또 내놓는다니 답답하다.

정부는 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모두 강남에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왜 사람들이 강남에 살고 싶어 하는지, 왜 서울에 살고 싶어 하는지 생각은 해봤을까? 서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공급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더불어 질 좋은 일자리가 서울 이외에도 여러 곳에 분산되어야 한다.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지금, 부동산이 폭락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부동산 폭락이 온다면 대한민국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고, 먹고사는 일조차 힘들어질 수 있으므로. 다만,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 원하고, 노력한다면 내가 원하는 곳에 주거할 수 있다는 희망. 노력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현실이 될 것이라는 희망.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좀 더 살기 좋고 멋진 세상일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틀, 두가지 삶을 담아내다>(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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