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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갔다오면 취업할 때 불이익 있는 건 아닐까요?"
"아니에요, 저 버틸 수 있어요. 혼자 한번 이겨내 볼게요..."
"조현병? 저사람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무서워.."


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아래 정신장애)은 일종의 '낙인'으로 찍히는 경향이 강하다.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나 심지어 뉴스에서 마저도 정신질환의 선정적인 면만이 강조되어 유통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정신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나 '정신보건'에 대한 시스템 문제에 대한 논쟁은 좀 부족한 감이 있다. 결국, 일상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인데 부족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또 잊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게다가, 2016년 8월부터는 정신병원 강제입원 규정이 강화되면서, 격리되었다가 사회로 나오게 된 정신장애인들도 서서히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져본다면, 의대에서 정신과 실습을 마쳤던 나조차도 선뜻 그렇다고 이야기 하긴 어렵다.

 자유가 치료다. 건강미디어 협동조합. 백재중
 자유가 치료다. 건강미디어 협동조합. 백재중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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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한 생각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녹색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내과의사 백재중이 지은 <자유가 치료다>라는 책을 선물로 받았다. '정신병원이 없다니...' 최근 정신과 폐쇄병동과 지역정신보건센터를 돌며 실습을 했던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참에 책을 토대로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정신보건 실태를 짧게나마 비교분석 해보기로 했다. 먼저, 이탈리아의 정신보건 개혁과 정신과 의사 '바살리아'의 삶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탈리아가 어떻게 '정신장애'를 병원없이 해결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자.

바살리아가 추구한 정신보건 "자유가 치료다" 
 이탈리아 정신보건혁명의 주역 프랑코 바살리아
 이탈리아 정신보건혁명의 주역 프랑코 바살리아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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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그는 이탈리아 북부의 고리찌아 정신병원 원장으로서 정신병원에 대한 충격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병원의 강제수용 시스템과 철저한 의학적 판단에 기반한 치료가 아닌 비인권적 치료 (전기충격, 인슐린충격 요법)를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들의 행동을 나쁘게 하고 있다는 것을 관찰한다. 그는 이러한 치료들은 병원이 환자를 사회통제와 치료의 대상으로만 치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산 지오반니병원에 취임한 바살리아는 시범적으로 정신병원 해체 작업에 돌입한다. 먼저, 병원 분위기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입출소, 환자간 교류가 가능한 파티를 통해 그들이 자유로울 권리를 되찾도록 도왔다.

또한, 병원 마당을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여 정신질환자들이 '온전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일상적인 삶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했다. 더불어, 작업치료라는 이름으로 무임착취 되었던 활동을, 직접 고용을 통해 정당한 급여를 부여하였다. 결국 그의 노력은 많은 지역에 알려졌고, 1978년 국민투표에 의해 점차적으로 정신병원을 폐쇄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전문성과 사회통합성 둘 다 놓치지 않은 이탈리아의 정신보건센터

정신병원을 점차 폐쇄하는 법의 통과는 순조로웠지만, 지역사회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은 난제중의 난제였다. 병원 해체 이후 민간 병원으로 환자가 흡수되기도 하고, 지역 사회로 나왔지만 거주지나 직업, 가족 등이 없어 노숙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러한 혼란을 바로잡기위해 바살리아와 그의 동료 프랑코 로텔리의 '트리에스테 모델'을 참고했다. 각 지역별로 정신보건센터, 정신질환자를 위한 거주지(그룹홈), 취업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 문화 예술을 위한 아틀리에를 설립했다. 정신질환자들은 이러한 정교한 시스템 아래 다양한 공동체를 구성해 나갔다.

안정적인 시설도 필요하지만, 정신장애인들이 '정신과적 응급상황'(자살, 폭력충동 등등) 이 발생 했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는것이 중요하다. 이탈리아의 정신보건 센터는 이러한 응급상황을 대비하여 24시간 동안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 '응급상황'이란 타인의 위기가 아니라 환자 자신의 위기로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환자와 관련된 자원이나 관계망을 이용하여 회복을 돕는것이다. 센터는 그래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들과 정신 질환자 간의 이해를 높여나가는 중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센터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정신질환자의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보건실태와 비교해 본다면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 관리는 정신병원과 정신 요양시설의 대형화, 수용 위주의 환자 관리, 환자의 장기입원 및 높은 강제 입원률이라는 특성을 띤다고 한다. 이는 통계를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의 평균 재원기간은 2012년 기준 247일. 이탈리아의 평균 재원기간은 13.4일이다.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한국이 이탈리아보다 10배를 훌쩍 뛰어 넘는다. 그러나, OECD 기준 인구 10만명당 정신과 의사수(2011)는 이탈리아는 18명 한국은 7명이다. 수치만 봐도 우리나라가 사회복귀, 재활중심 진료보다 격리, 수용중심이라는 경향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처럼 하면,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조차도 정신질환자의 강력 범죄 비율은 비 정신질환자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책에서도 강조하지만, 이탈리아에서도 바살리아 법 이후 교도소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사람이 늘지 않았고, 집중 시행되었던 트리에스테 지역은 오히려 감소했다. 1971년 교도소에 입원한 정신질환자는 24명 이었으나, 정신병원 폐쇄 이후 2004년에는 단 2명이 입원했다.

정신 질환자들의 '탈 시설화'에 대한 이해 필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지역의 보건지표 변화. 지역 정신보건체계가 효율적인 방식으로 개선됨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지역의 보건지표 변화. 지역 정신보건체계가 효율적인 방식으로 개선됨을 알 수 있다.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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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신 질환자들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반 낙인(Anti-stigma) 캠페인과 정신질환의 치료가능성, 반차별 캠페인을 보건부와 교육부가 함께하여 젊은이들에게 정신보건 이슈를 알리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도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존재한다. 특히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는 4명당 1명이 정신질환을 앓으며, 이는 높은 자살률과 함께 큰 사회적 문제임을 인식하여 정신건강센터의 역활 강화를 꾀했다.

그러나,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정신건강증신센터 운영실태 분석(2016)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에서 제공되는 임금을 맞추기 어려워 전문 인력의 확보가 힘들고, 고용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상근 정신과 전문의와 센터장의 부재로 전문의 역할이 자문 수준으로만 개입하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반면 이탈리아의 경우, 지역 정신보건센터에 적어도 정신과 의사 2~4명이 포함되어 직접 팀을 운영하기도 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분도 고려대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중증정신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증진센터와 정신병원의 병원 수는 이탈리아의 상황과 달리 동반증가하고 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지역 정신건강 체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트리에스테 지역은, 병상 수도 적고, 사회 경제적 비용도 절반 이상 줄었다. 전문성도 떨어지는 저효율의 고비용체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모델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겠다.

커뮤니티 케어? 커뮤니티 재생이 먼저 

서로에 대한 이해, 인권과 존중은 서로의 삶에서 부터 녹아들어가야 성공한다는 것은 이탈리아 정신보건의 사례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바탕에는 탄탄한 공동체가 있었다. 정신질환자를 위한 거주지(그룹홈), 취업을 위한 사회적 협동조합, 문화 예술을 위한 아틀리에를 설립해 나간 이탈리아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서로간의 '돌봄'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공동체와 공간의 재건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지역 공동체가 '이권 추구화' 되어 있거나, 젊은 2030공동체는 한시적이거나 와해되어 있는 것이 실상이다. 커뮤니티가 없는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가 성공할 수 있을까? 기초부터 다져야 하는 초심자가 벌써 김칫국을 마시려고 하는 건 아닐까.

이탈리아의 정신병원은 대부분이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임에도, 모두 폐쇄하는 데까지 약 20년이나 걸렸다. 그 사이에 시민들이 정신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혼란도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걸릴까?

책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이 민간병원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강제입원이나 인권 침해는 민간병원에서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므로, 소수밖에 없는 공공정신병원을 폐쇄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기도 하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민간병원이 우세한, 공동체 재건이 시급한 우리나라에서도 바살리아의 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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