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러 가면 항상 보게 되는 안내문구가 있다. 쓰레기는 영화가 끝난 뒤에 가지고 나갈 것이며, 앞자리를 발로 차지 말고, 전화는 밖으로 나가서 하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항상 기억하라는 듯 관객들에게 영화를 볼 때마다 상기시켜준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광고가 끝나고 영화관의 불빛이 꺼지기 전까지 옆사람과 대화를 하고 핸드폰으로 메신저를 하며, 심지어는 앉은 자리에서 전화를 하기도 한다. 마치 영화관 에티켓은 영화가 시작된 뒤에만 지키면 된다는 듯이.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관 불빛이 꺼지면 보던 핸드폰도 무음모드로 설정해두고 넣어두거나 대화를 그만둔다. 문제는 하던 대화, 하던 메신저를 지속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불빛은 뒷자리에서 가장 잘 보이더라

 영화 상영 중 휴대폰 불빛, 예의가 아니다

영화 상영 중 휴대폰 불빛, 예의가 아니다 ⓒ 픽사베이


사실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떠들거나 핸드폰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은 왠지 모르게 망설여진다. "아니 아직 영화 시작 안 하잖아요!"라는 핀잔이 돌아올 것 같아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의 이해심은 영화관 불빛과 함께 사그라든다. 내가 돈 내고 영화를 보러 왔는데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분명 있지 않나.

며칠 전 <마일22>라는 영화를 보러 갔을 때의 일이다. 정확히 앞 자리의 사람이 영화 중간에 핸드폰을 하는 것이 아닌가. 굉장히 신경 쓰여서 한마디 하려다가 나중에 또 하게 되면 지적을 하고자 했다. 늘 이런 식이다. 어쩌다 한번쯤은 대화할 수 있고 핸드폰을 볼 수 있겠지, 싶어서 한 번은 참는다. 그런데 도대체 왜 영화관에서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무례한 행동을 한 번으로만 끝내지 않는 걸까? 다음에 그 사람은 수신 메시지를 보는 것을 넘어 문자를 당당히 보냈다.

극장에서 핸드폰을 켜게 되면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만, 특히 뒷사람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내가 예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옆 사람이나 옆 라인의 폰 불빛보다 앞 사람의 그것이 가장 신경 쓰이고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된다. 문자를 보내는 그 사람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앞 의자를 두드렸다. 문자 그만 보내시라고.

이때 '진상'들의 두 번째 특징이 드러난다. 분명 자기가 방금 하고 있는 행동 때문에 불쾌감을 느낀 누군가가 그 행동을 하지 말라고 의자를 두드린 것일텐데, 꼭 그런 사람들은 뒷자리를 돌아보고 누가 자기 의자를 친 것인지 볼려고 한다. 아니, 그냥 폰 넣어두시고, 대화 그만 하시라구요. 왜 제가 누군지를 보려고 하세요.

그러다 보니 영화가 끝나고 나서 말싸움을 한 적이 있다. 언젠가 다른 영화관에서 상영 도중에 일행과 잡담을 하는 앞 사람에게 늘 그랬듯이 조용히 할 것을 요구했다. 앞 사람은 늘 그렇듯(?) 뒷자리의 나를 쳐다보고 대화를 멈췄다. 영화가 끝나고 그 사람과 눈이 마주쳤는데 나이가 지긋한 노년의 남성이었다.

그 사람이 왜 자꾸 의자를 치냐고 불평했는데, 나는 "아니 영화 보는데 왜 핸드폰을 하시는 거에요. 그러면 안되잖아요"라고 정말 지극히 당연한 말로 응수했다. 그러자 불쾌한 표정을 지우지 못한 그 남자는 "내가 너 할아버지뻘이야"라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쏴주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냥 방해받지 않고 영화 좀 보자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일까.

영화감상에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당연한 이유

 영화 'silent theater'(2000) 중 한 장면

영화 'silent theater'(2000) 중 한 장면 ⓒ silent theater


저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1일 개봉한 <신과 함께 - 인과 연>을 지인과 함께 보러 갔다. 아니나 다를까 옆 라인에서 영화 시작 전 광고 파트 때부터 시끄럽게 떠드는 두 사람이 있었다. 역시 위에서 말했듯 영화관 소등을 하지 않은 상태니 그러려니 하고 참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두 사람은 소등 이후에 영화가 시작하던 순간까지 잡담을 멈추지 않았다.

늘 그렇듯 옆 라인으로 넘어가 지금 영화 시작한 거 안 보이냐고, 입 좀 다물라고 다그쳤다. 그 광경을 나와 같이 영화를 보러 왔던 지인은 처음 봤던 모양이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의 대화.

"좋게 좋게 말하면 되잖아. 저런 사람들은 화낸다고 안 바뀌어. 바꿀 수도 없는데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있어?"

"나는 저 사람들이 바뀌길 원하는게 아니야. 그저 내가 영화를 보는데 방해되니까 그만 좀 하라는거지. 저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이 바뀌건 말건 거기에는 나는 관심이 없어. 하지만 자기들이 하는 행동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있음을 그 자리에서 말해주질 않으면 그 사람들은 계속 그 행동을 해."

정말 그렇다. 나는 그들이 도덕적인 변화가 있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게 영화관에서 한 번 말한다고 쉽게 될 일도 아닐뿐더러 내가 뭐라고 그들을 변화시키나. 그저 지금 하고 있는 무례한 행동을 멈추라고 할 뿐이다. 나는 조금 더 조용한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극장에서 생긴 일' 공모 기사입니다.
#극장에서_생긴_일 #진상 #핸드폰_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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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읽고 보고 쓰고 있습니다. 활동가이면서 활동을 지원하는 사람입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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