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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녹조가 창궐한 공산성 앞 강물에 백제문화제 행사를 위해 유등을 띄웠다. 공주시는 또다시 이런 행사장을 만들고 싶어한다.
 지난해 녹조가 창궐한 공산성 앞 강물에 백제문화제 행사를 위해 유등을 띄웠다. 공주시는 또다시 이런 행사장을 만들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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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문화제 행사를 위해 공주보 수문이 다시 닫힌다. 수문을 닫으면 녹조와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적됐는데도 수문을 다시 닫기로 했다.

지난해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4대강 수질 개선을 위한 업무지시를 내렸다. 정부는 우선 16개 보 중에 녹조 우려가 높은 6개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겠다고 했다. 4대강 민관조사·평가단을 구성해 1년 동안 16개 보의 생태계 변화, 수질, 수량 상태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해 2018년 말 최종 처리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이어 4대강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을 감사하고 환경부가 통합적으로 수질과 수량, 재해예방을 관리하는 '물 관리 일원화' 도입도 지시했다. 이명박근혜 정부10년 동안 우리 강은 '잔혹사'였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보 수문 상시 개방과 4대강 정책 감사 업무 지시는 4대강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를 받았다.

이 총리 "공주시장 건의 잘 고려해달라"
 공주시가 백제문화제 행사를 앞두고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미르섬(모래톱)에 꽃을 심고 경작을 하고 있다.
 공주시가 백제문화제 행사를 앞두고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미르섬(모래톱)에 꽃을 심고 경작을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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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환경부가 주도한 제5차 '금강수계 보 개방 민·관 협의체'가 열렸다. 수문이 전면 개방된 공주보의 수문을 다시 닫는 회의였다. 김정섭 공주시장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김정섭 공주시장이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김정섭 공주시장이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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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강물이 많이 줄었습니다. 공주보를 쌓아 계속 물을 담아두기만 하다가 수문을 크게 개방했기 때문입니다. 금강의 수질이 많이 개선되고 옛 모습이 조금씩 살아나는 대신, 9.14~22 백제문화제를 앞두고 부교와 유등 설치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일정한 수위에 이르려면 공주보 수문을 닫아야만 합니다.

8.14 마곡사에서 만나뵌 이낙연 총리님께 이 문제를 건의드렸더니, 휴가에서 복귀한 8.16 오늘, 총리가 주재한 현안 점검 회의에서 환경부장관에게 "공주시장의 건의를 잘 고려해달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오늘 오찬 때, 김은경 환경부장관을 세종시에서 만나서 공주시의 입장을 재차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김 장관께서는 "큰 행사를 차질없이 치를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걱정이 없도록 하려면, 앞으로 공주보를 필요에 따라 열었다 닫았다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ㅠㅜ 어쨌든! 한없이 든든하신 이낙연 총리님, 친절하신 김은경 장관님! 참으로 고맙습니다!! ^^'

시장이 휴가차 공주를 방문한 총리에게 공주보를 다시 닫아달라고 부탁하고 총리는 공개석상에서 장관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시장은 장관에게 다시 부탁하여 장관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공주시 담당자 "46일간 수문 닫아 달라"

24일 오후 4시부터 백제보 2층 회의실에서 '금강수계 보 개방 민·관 협의체 회의'가 진행 중이다.
 24일 오후 4시부터 백제보 2층 회의실에서 '금강수계 보 개방 민·관 협의체 회의'가 진행 중이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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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4시 백제보 2층 회의실에서는 제5차 '금강수계 보 개방 민·관 협의체' 회의가 열렸다. 백제문화제 행사에 따른 수위 회복을 위한 두 개의 안건이 제시됐다. 1안은 태풍 및 기압골의 영향으로 강우량이 충분하면 이를 담수하여 수위를 올리는 방안, 2안은 대청댐 방류를 통해 공주보 수위를 회복하는 방안이다. 2개 안 모두 공주보 수문을 닫아야 하는 방안이다.

이 자리에는 환경부 4대강조사평가단 염정섭 팀장, 고대형 팀장, 금강유역환경청 김종윤 국장, 이순우 과장, 윤조희 연구사(금강물환경연구소), 충청남도 이명수 사무관, 세종시 김희정 팀장, 부여군 이중우 과장, 대전국토관리청 배상근 과장, 한국환경공단 윤완우 팀장, 수자원공사 하좌근 차장, 금강홍수통제소 원유승 과장, 농어촌공사 유종근 차장, 충북대학교 조영철 교수, 충남대학교 안광국 교수, 한밭대학교 주진철 교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유진수 사무처장, 대전충남녹색연합 양준혁 간사, 김영기 부여군 농민대표, 김광수 세종시 어민, 김기환 청양군 어민, 김대환 공주시 안전관리과장을 비롯한 공주시 담당자 5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 안건은 64회 백제문화제 기간 중 공주대교·백제큰다리 구간에 유등을 띄우기 위한 수심 확보 요청이었다. 공산성과 금강을 배경으로 웅진천도 475년을 상징하는 황포돛배 및 백제 상징 유등을 설치하여 해상강국 대 백제 이미지를 연출한다는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측정한 이곳의 수심은 최소 0.2m~2.0m 정도다.

공주시 담당자는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 유등을 띄우는 행사를 하면서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 축제 중 20위 정도로 충남에서는 보령머드축제 다음으로 가는 축제다. 2017년 백제문화제 행사에 176만 명이 참여하여 3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었다. 올해 39억 원을 투입해 유등과 부교를 설치해야 하는데 수심이 낮아 작업을 할 수 없다"며 "행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8월 24일부터 10월 9일까지 46일간 수문을 닫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최근 공주시민단체가 환경부를 방문하여 수문을 닫아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오늘도 그분들이 항의하러 온다고 했는데, 결과를 보고 나서 하자고 말려서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녹조와 물고기 집단 폐사 우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사적 제12호 공산성 앞에 녹조가 발생하고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녔다. 지난해 백제문화제 부교를 설치한 곳이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사적 제12호 공산성 앞에 녹조가 발생하고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녔다. 지난해 백제문화제 부교를 설치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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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 사무처장은 "지난해 6월부터 개방해 11월에 전면 개방했는데,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이제 와서 급하다며 수문을 닫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공주보 개방 당시 새들목(공주대교 위 모래톱)에 물고기가 갇히고 중장비까지 동원되어 구출 작전을 펼쳤다. 백제보에서는 3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 떼죽음도 있었다. 다른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제 핑계로 다시 닫았다가 열겠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 공주보에 갇혔던 물이 다시 열리면 온도변화에 따른 수생태계 변화가 반드시 뒤따른다. 유등을 육로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는데 1~2안에서 모두 빠져있다. 16개 보 중 다른 지자체가 또 요구하면 다시 닫고 할 것인지 (수문개방에 따른 모니터링) 본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주시 담당자는 "지난 5월 석장리 구석기 축제 때 환경부에 수문을 닫아 달라고 요청을 했다. 당시 환경부 담당자가 백제문화제 행사할 때는 닫아 준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담당자를 밝히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물고기보다 사람이 우선시 돼야 한다. 다시 막는다고 해서 생태계가 교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철 교수는 "9월은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시기다. 수문이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 물이 빠르게 흐르지만 많은 양의 녹조류가 잔류하고 있다. 공주보도 수위가 오르면 녹조가 확산됐다. 지난번 개방 당시 물고기가 집단으로 폐사하고 수자원공사가 웅덩이에 갇힌 물고기를 구출하는 작전을 펼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하며 꼭 개방해야 한다면 환경부나 공주시 등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보 개방 철학과 맞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보 개방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공주시가 지금까지 뭘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준혁 활동가는 "해마다 녹조가 창궐하고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하다 수문개방으로 강이 살아나는 변화를 보인다. 그런데 다시 닫으면 녹조 발생 등 불 보듯 뻔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수문이 열린 세종보에 올여름 남조류 1만셀(cells/㎖) 정도가 측정됐는데, 수문이 닫힌 백제보는 40만셀이 넘게 측정됐다. 요즘 시민은 기후변화 등 환경에 민감하다. 유등을 띄우고도 녹조가 가득하다면 관광객이 발길을 돌릴 것이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있지만 공주시 뜻에 동의"
지난해 공주보 수문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까지 녹조가 창궐했다.
 지난해 공주보 수문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 공주시 백제큰다리 밑까지 녹조가 창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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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국 교수는 "지금은 수문개방에 따른 모니터링 기간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9월은 수생태계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기간이다. 또 행사가 끝나고 다시 방류하면 백제보의 녹조는 더욱더 증가한다. 만들지 말았어야 할 보를 만들었다. 하지만, 공주시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공주시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대현 팀장은 "1년 모니터링 후 연말에 보 처리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국민과 약속했다. 이것도 모니터링의 한 과정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공주시가 수문개방에 따른 대안을 마련해서 협의체에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문개방에 따른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시 닫는 모니터링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 어민은 "올해는 이렇게 하고 내년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물이 없어서 행사를 못 한다고 하니 수문을 다시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양군 어민과 지자체 공무원들도 공주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20여 명이 넘은 참석자들의 주장이 펼쳐지면서 6시가 가까워져 오자 사회를 맡은 김종윤 국장은 공주시가 요구하는 대로 수문을 닫아 원활한 행사가 진행되도록 해줘도 되는지 물었다. 이후 28일부터 30일 가까이 수문을 닫고 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 건설된 공주보 때문에 물의 체류 시간이 느려지면서 상류에 녹조가 발생하자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황토와 응집제를 살포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 건설된 공주보 때문에 물의 체류 시간이 느려지면서 상류에 녹조가 발생하자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황토와 응집제를 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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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마친 유진수 처장은 "오늘 회의는 한 편의 연극처럼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였다. 참석한 공무원들은 당연히 찬성할 줄 알았지만, 어부들까지 찬성할 줄은 몰랐다. 물고기는 수위 변동에 민감하다. 생계 문제가 발생 할 수 있음에도 공주시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공개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회의를 지켜보면서 환경부가 4대강 사업에 대한 해결 의지가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러웠다. 환경부는 개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서다. 그런데 녹조가 발생하고 물고기 폐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열린 수문을 다시 닫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앞서 언급한 이낙연 총리와 김은경 장관의 지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태그:#4대강 사업, #공주시,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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