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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조정기(67·왼쪽)씨가 북측에서 온 아버지 조덕용(88) 할아버지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아버지, 그때 소고기 어디서 사셨어요?"

아들은 태어나 처음 아버지를 마주했다. 남에서 온 조정기(67)씨는 북에 사는 아버지를 부여잡고 한참을 곱씹은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가 홀로 피난 갔을 때, 조씨는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다. 그는 어머니의 임신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피난길에 소고기를 들려 보냈다는 말을 기억했다. 그게 왜 그렇게 궁금했는지, 아버지를 만나면 꼭 묻고 싶었다.

24일 2시간여 이어진 단체상봉에서 조씨는 벼르던 질문의 답을 들었다. 홍천역에서 사 온 소고기. 어머니는 어떤 마음으로 그 소고기를 먹었을까. 조씨는 이내 담배를 태우러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 근데 괜찮아요. 보니까 괜찮아요. 어머니 때문에 그렇지…."

아버지의 손을 잡은 조씨가 말끝을 흐렸다. 그의 어머니는 평생을 혼자 살다 돌아가셨다. 남편을 그리워하고 아들을 홀로 키워낸 어머니는 지난 5월에 세상을 떠났다. 50여 일이 지난 7월 5일, 조씨는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 만나는 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왈칵 눈물이 나지 않을까 싶어 조씨는 손수건을 사 왔다. 아버지를 만나서는 손수건을 아버지의 품에 넣었다. 어머니와 자신을 두고 떠난 아버지에게 서운함이 왜 없었겠나. 그는 "나한테 미안하다고 안 해요?"라고 아버지에게 되물었다. 여든 여덟, 귀가 어두운 아버지는 아들의 질문이 들리지 않는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그냥 웃었다.

통일 꿈꾸며 기자가 된 딸

살아서 만난 것 자체가 고마워 웃음이 끊이지 않는 테이블도 있었다. 일흔에서 여든 사이, 비슷한 또래의 자매들은 소녀가 됐다. 즉석 사진을 함께 찍고 "내 얼굴이 두 배나 크다"라며 깔깔 웃었다.

단체 상봉 내내 언니(권정애·83) 곁에서 떨어질지 모르던 권정숙(77) 할머니는 "앞으로 자주 만나고 평화롭게 사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언니에게 소곤거렸다.

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양순옥(86), 양계옥(79), 양영옥(77), 양경옥(74), 양성옥(71) 자매와 북측의 둘째 량차옥(82) 할머니까지 모두 모인 육자매가 그간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량차옥(82) 할머니는 자신의 첫 작문을 본 아버지가 '기자가 되어야 할 것 같다'라는 말을 기억했다. 북한에서 40년 간 기자로 살았다. 통일되면 기자로 (남측에) 내려가겠다고 생각하며 일했다. 남측의 언니, 동생을 만난 할머니는 엄마를 그리며 시 한 편을 써 읊었다.

'우리집에 코스모스 / 담장밑에 코스모스/ 아롱다롱 고운꽃 / 우리엄마 가꾼꽃// 엄마따라 나도함께 / 곱게곱게 가꾼 꽃/엄마꽃은 빨간꽃 / 옥이꽃은 노란꽃'

다섯 남매가 할머니의 시를 감상했다.

"이따 또 만날 수 있어"

"상봉이 종료될 예정입니다."

안내 방송이 나왔다. <백두에서 한라로 우린 하나의 겨레> 노래가 이어 나왔다. 남측 가족도, 북측 가족도 못 들은 척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남북 자매도 서로 떨어지지 않았다. 북측 보장성원이 "이따 또 만날 것"이라며 달래며 북측 강호례(89) 할머니의 휠체어를 끌자 그제야 자매는 서로를 놓아줬다. 오후 5시 15분, 남북 이산가족들의 첫 만남이 마무리됐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 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강두리(88 오른쪽)씨가 북에서 온 언니 강호례(89)씨와 얼싸안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단체상봉이 끝나고 2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남측 가족들은 방을 배정받았다. 오후 7시 14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측이 준비한 환영 만찬이 시작됐다. 2시간여 이어질 만찬에서 남측 가족들은 못다 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환영 만찬이 끝나면 2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 일정은 마무리된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튿날 개별상봉과 객실 중식을 함께한다. 이날은 가족들끼리만 오붓하게 식사할 수 있다. 마지막 날에는 작별상봉과 공동 중식 등의 일정이 준비돼 있다.
태그:#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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