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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안에 투표하고 있다.
 2015년 7월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안에 투표하고 있다.
ⓒ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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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회사 가치를 평가했던 회계법인들이 증권사 보고서를 활용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해당 보고서가 오류 투성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회계법인들이 이런 보고서마저도 왜곡해 활용한 뒤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제일모직 바이오사업부의 가치를 더하는 방법으로 제일모직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일모직의 가치를 평가했던 삼정KPMG회계법인(아래 삼정)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아래 안진)의 평가방식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삼정은 HMC투자증권(현 현대차증권) 등 6개 증권사의 보고서 자료를 활용한 뒤 제일모직 바이오부문을 더해 삼성바이오로직스(아래 삼성바이오) 가치를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현 삼성물산)을 대주주로 두고 있다.

증권사 보고서 평균한 회계법인들 "삼성바이오로직스 약 8조 원"

삼정은 증권사 보고서에 나온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평균한 값 5조5920억 원에 제일모직 바이오부문 평가결과 2조9723억 원을 더해 삼성바이오를 8조564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안진은 2015년 4~5월 사이 1~2개월 동안 증권사 보고서에 나온 삼성바이오 가치 평균에 제일모직 바이오부문 가치를 더해 삼성바이오 가치를 8조9360억 원으로 계산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회계사들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가치평가를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근거가 됐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홍순탁 참여연대 실행위원(회계사)은 "한국공인회계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가치 평가자는 이익기준, 시장기준 등 보편적인 접근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회계법인들이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증권사 보고서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참고로 볼 뿐이며 인용할 경우 그 내용의 적정성을 따져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바이오 가치 9조 원? 증권사 과대평가 인용한 회계법인

그러면서 홍 실행위원은 "그런데 삼정 등이 활용한 보고서에서는 (삼성바이오의) 매출, 원가, 이익 등이 황당한 수준으로 전망됐고, 도저히 인용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3일 논평을 통해 삼정·안진회계법인이 참고했던 증권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여러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논평에 따르면 삼정이 참고한 자료는 HMC투자·한국투자·유진투자·하이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의 제일모직 보고서다.

이 가운데 HMC투자증권은 삼성바이오를 7조2000억 원으로 평가했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7조804억 원으로 평가하면서 삼성바이오 복제약이 유럽·미국에서 90% 확률로 판매승인을 받고, 2020년에는 매출이 7조8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과도한 전망을 내놨다.

이와 함께 하이투자도 어떠한 근거 없이 삼성바이오를 4조1669억 원으로 평가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대투증권은 기술격차를 고려하지 않고 셀트리온, 론자 등 제약회사의 시가총액을 그대로 사용해 각각 3조9520억 원, 3조6800억 원 등으로 삼성바이오 가치를 매겼다.

홍 실행위원은 "회계법인들이 증권사 보고서를 참고한다 하더라도 HMC와 한국투자증권의 보고서는 제외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나머지 증권사들은 3~4조 원 가량으로 삼성바이오를 평가했는데 이 분석도 매우 낙관적이지만 참고할 수는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원하는 결과 위해 자료 그대로 쓴 듯"

그런데 이마저도 회계법인들은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다고 참여연대는 지적했다. 삼정은 HMC투자증권이 삼성바이오를 9조 원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고 이를 활용했다. 당시 제일모직이 주식시장에 상장돼있지 않던 삼성바이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9조 원의 80%(7조2000억 원)만 반영해야 하는데 이를 그대로 활용했다는 것이 참여연대 쪽 설명이다.

또 삼정은 유진투자증권이 삼성바이오를 5조6730억 원으로 평가했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2020년 예상수치였기 때문에 2015년 당시 가치인 3조8610억 원으로 반영해야 했다고 단체는 지적했다. 더불어 참여연대는 안진에서도 증권사 보고서 자료를 평균해 삼성바이오 가치를 5조8000억 원으로 평가했는데, 실제로는 5조4000억 원으로 평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정과 안진 모두 제일모직 바이오 부문이라는 항목을 따로 두고 이를 약 3조 원으로 평가한 뒤 증권사 보고서 평균에 더했는데, 박 의원 쪽과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제일모직 재무제표에는 바이오 부문에 대한 내용이 없다"며 "그런데 이 부분을 평가한 뒤 더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탁 참여연대 실행위원도 "제일모직에는 바이오사업부가 당시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삼정과 안진이 비슷한 항목을 만들어 유사한 금액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삼성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삼성 쪽 자료를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참여연대 쪽 주장이다.

삼정, 안진 검찰에 고발했지만..."고발인 조사도 없어"

질의하는 박용진 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평가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위는 안상수 위원장.
▲ 질의하는 박용진 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평가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위는 안상수 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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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회계법인들이 부실한 자료 등으로 삼성바이오를 고평가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면 (두 회사의) 합병 목표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였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회계법인들이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리고, 이곳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가 올라가 이 부회장이 더 많은 이익을 본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제일모직 대주주였는데 실제 두 회사의 합병비율이 1대 0.35로 정해지면서 삼성물산 주식을 더 많이 보유했던 국민연금이 손해를 봤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참여연대는 지난달 19일 삼성바이오와 삼정, 안진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홍 실행위원은 "(수사 과정에서) 참여연대가 고발인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검찰이) 아직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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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경제팀 기자입니다. sh7847@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