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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비동의 간음죄' 토론회 참석자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 의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최금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김현아 김정재 의원, 김태명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현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 ⓒ 남소연
나경원·윤종필·김승희·송희경·김정재·김현아·신보라(이상 자유한국당), 신용현·김삼화·김수민(이상 바른미래당), 조배숙(민주평화당), 추혜선(정의당).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국회 토론회'의 공동주최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들 명단이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4당의 이름이 모두 보인다.

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는 여성 의원들의 초당적 논의를 지향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당적이 아니라 '여성'이라는 성별이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사단법인 한국여성변호사회도 공동주최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토론회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서울 동작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혐의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여성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었다. 나 의원은 앞서 17일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비동의 간음죄) 관련 여야 여성의원 긴급간담회'을 열었고, 당시 논의를 바탕으로 이날 토론회까지 열 수 있었다.

나경원 "여성계 숙제, 투쟁하고 노력해 쟁취하자"
비동의 간음죄 도입 취지 설명하는 나경원 의원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 의원이 토론회를 마련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 남소연
나경원 의원은 "급하게 토론회를 열었는데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면서 "네 정당의 여성 의원들이 힘을 함께 모으려고 노력한 것 자체가 굉장한 의미를 가진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성 관련 재판을 할 때면, 여성 피해자들이 피해를 유발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했던 시절이 있었다"라면서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우리의 법 체계가 피해자의 관점보다는 가해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보는 것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나 의원은 "우리가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불평들을 많이 느낀다"라면서 "우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노력 없이 저절로 저희 입에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계의 숙제는 다 우리가 투쟁하고 노력하면서 이뤄왔다"라면서 "이번에도 쟁취하자"라고 덧붙였다.

환영사에 나선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전북 익산을)은 "(안희정 전 지사의) 판결문을 쭉 훑어 봤다"라면서 "판사를 지낸 입장으로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비판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피해자 보호를 위한 룰을 정해놓지 않으면, 김지은씨와 같은 피해가 계속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안희정 전 지사 사건의) 재판부를 봤더니, 여성 판사가 없었다"라며 "제가 1986년도에 임관해서부터 남성 판사들과 합의를 할 때 제일 부딪히는 게 이 성폭력 사건의 귀책 사유 부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업무상 위력 부분에 대해서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하여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입법해야 한다"라며 "다시는 제2의 김지은씨 같은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입법 작업을 하도록 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평소에 항상 국회의원 배지를 차다가 오늘(24일)은 미투 배지를 찼다"라며 "이번을 계기를 통해서 우리가 다시 한번 미투 운동의 불길을 살려갔으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비례)은 "우리 여성 의원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라면서 "비동의 간음죄 부분은 많은 반대가 있어서 개정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투와 관련돼 나와 있는 법안이 130여 개"라면서 "여성계에서 요청하는 법안들이 번번이 국회 남성의원들이 반대에 막혀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에는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비례) 역시 "직업여성들의 비중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했을 때, 업무상 위력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라면서 "여성가족위원회 차원에서든,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에서든 여러 논의가 진행돼서 합리적인 법 개정이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비동의 간음죄 없어도 안희정 처벌 가능"
발제 맡은 김태명 교수 김태명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 발제를 맡아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최금숙 여성단체협의회 회장과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의 축사까지 이어진 후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이날 토론의 발제를 맡은 김태명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동의 간음죄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안희정 전 지사 때문에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1심 판결이 '법이 미비했기 때문에 이 사건을 처벌하지 못했다'라고 하는데 아니다,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충분히 있다"라면서 "(재판부가) 요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증거가 충분히 제출돼 있는데, (재판부가) 다 배척했다"라면서 "남성중심적인 성인식에 바탕을 둔 사실 판단"이라며 "입법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국내 현행법의 문제점과 세계적 입법추세를 설명하며 "비동의 간음·추행죄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비동의 간음죄 토론회 참석한 김현숙 부회장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현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김현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은 마이크를 잡고 현행 형법을 비판했다. 그는 "많은 피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을 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해서 법의 취지가 정말 무엇인지 의심을 많이 하게 됐다"라면서 "국민들의 법의식에도 걸맞지 않아서,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해왔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비동의간음죄 도입에 대해서는 여성계에서 그동안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했었고,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논의가 있었다"라면서 "그러나 일부 법학자나 국회 입법조사처 등에서는 기존의 강간죄 규정을 확대 해석하거나 개정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부회장은 "폭행이나 협박의 유무로 범법 여부를 규정하는 건 피해자의 인권을 지킬 수 없는 체계라는 게 이번 판결을 통해 증명됐다"라고 주장했다.

윤석희 한국여성변호사회 수석부회장은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가부장적 의식구조 하에서, 피해자에게 생사여탈권을 가진 상급자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도 위력을 행사하며, 반복적이고, 지속적이며, 심지어 직장·조직 내에서 항의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피해자의 상황을 유리한 증거로 악용하고, 이를 방관하고 조력하는 조직내부자가 존재하는 특징을 보인다"라고 규정했다.

그는 "실제 사건에서는 가해자의 우월적 지위라는 객관적 상황, 피해자가 가해자의 세력·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온전하고 자발적인 동의를 하였는지 여부 등 피해자의 관점에서 위력으로써 간음, 추행한 것인지를 살펴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평했다.

윤세진 여성가족부 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점검단 점검총괄팀장은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못하는 경우 강간죄가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도 이 문제의 개선을 권고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는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할 수밖에 없다"라며 "강간죄의 요건을 완화하거나 범위를 넓히는 등의 법률재정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비동의 간음죄와 관련해서 합리적인 법이 도입될 수 있도록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라며 "조금 더 합리적인 법이 도입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가 최선을 다할 것을 말씀드린다"라고 말했다.

토론은 당초 2시간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열변이 이어지면서 애초 예정보다 30분가량 늦게 마무리됐다. 이날 토론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은 당적과 관계없이 국회 모든 여성 의원들의 이름으로 관련 법안을 발의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태그:#비동의간음죄, #노민스노, #예스민스예스, #안희정,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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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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