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의 새 예능 < 방문교사 >가 지난 23일 첫 방송되었다.  < 방문교사 >는 기존 음악 전문 채널 엠넷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학습+과외를 소재로 삼은 프로그램이다.

엠넷의 새 예능 < 방문교사 >가 지난 23일 첫 방송되었다. < 방문교사 >는 기존 음악 전문 채널 엠넷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학습+과외를 소재로 삼은 프로그램이다. ⓒ CJ ENM


음악전문 채널의 색다른 변신?

23일 첫 방송된 엠넷의 새 예능 <방문교사>는 여러가지 특이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슈퍼스타 K> <쇼미더머니> <프로듀스101>로 유명한 음악 전문 채널에서 방영되는 '비음악' 프로그램인 데다 연예인이 청소년 학생을 1대1로 가르치는 과외는 케이블 예능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과외 선생님으로 선택된 출연진 전원이 아이돌을 비롯한 음악계 종사자라는 것만 빼면 <방문교사>는 얼핏 볼때 기존 엠넷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

음악 채널 엠넷의 '외도'(?)라고 할 수 있는 <방문교사>는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철두철미한 선생님들의 사전 준비
 엠넷 < 방문교사 >에 출연한 세븐틴 멤버 버논.  중2 때 학교를 자퇴하고 홈스쿨링으로 학습한 경험을 토대로 영어 수업을 진행했다.

엠넷 < 방문교사 >에 출연한 세븐틴 멤버 버논. 중2 때 학교를 자퇴하고 홈스쿨링으로 학습한 경험을 토대로 영어 수업을 진행했다. ⓒ CJ ENM


한달전 <방문교사> 방영 소식이 전해지고 지난 21일 제작 발표회 관련 기사가 쏟아졌지만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엠넷보단 계열 채널인 tvN에 적합해 보이는 프로그램 성격 + 현직 아이돌들이 선생님으로 나서기 때문에 "저 친구들이 누굴 가르쳐?"라는 냉소적인 지적도 이어졌다.

그런데 23일 첫 방송은 프로그램 방영 전 가졌던 편견은 지워도 될 만큼 의외의 내용을 담았다.

과외 선생님이 된 버논(세븐틴), 홍석(펜타곤) 등은 교육청에 직접 방문해 '개인과외교습자' 신고필증을 발급 받는 정식 절차까지 거쳤다(주-방문과외 또는 공부방을 운영하려는 사람에겐 개인과외교습자 필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해당 지역 교육청을 찾아 개인과외교습자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주민등록등본, 최종학력증명서, 신분증, 사진, 성범죄 경력 동의서 등의 추가 서류를 함께 내면 신고필증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과거 영어학원을 운영했던 아버지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동료 및 절친의 조언을 받는 등 제대로 된 과외선생님이 되기 위한 사전 준비에도 소홀함 없이 임하는 모습도 소개되었다. 이쯤되면 이 방송에 임하는 아이돌 과외 선생님들의 기본 자세엔 합격점을 줄 만하다.

참스승의 가능성 보여준 '낚시꾼'(?) 마이크로닷
 엠넷 < 방문교사 >에 출연한 마이크로닷.  랩을 응용한 영어 학습법 외에도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놀라움을 안겨줬다.

엠넷 < 방문교사 >에 출연한 마이크로닷. 랩을 응용한 영어 학습법 외에도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놀라움을 안겨줬다. ⓒ CJ ENM


<방문교사>에 등장하는 3명의 학생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채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능숙한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자랑할 만큼 음악 공부에만 전념하는 중2 여학생, 오랜 기간 하던 축구를 그만둔 후 사춘기를 맞은 중1 남학생, 역시 학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중3 여학생 등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이다.

학습 동기 부여 측면에서 이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선생님으로 택한 건 현명한 판단으로 보인다. 패널로 출연한 개그우먼 박지선도 학창시절 자신이 좋아했던 H.O.T.가 팬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고 했던 말이 자신에게 동기 부여가 되었다고 경험담을 이야기 할 만큼 내가 좋아하는 우상의 한마디가 때론 학업에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가 관심있게 지켜 볼 만한 인물은 뉴질랜드 교포 출신 래퍼 마이크로닷이다.

단순히 우수한 성적으로 현지 대학교를 다녔다는 이력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그의 지도 방식이었다. 우리말이 아직 능숙하진 않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래 가사를 일일이 옮겨 적으며 익혔다는 마이크로닷 본인의 경험담을 활용해 마치 랩을 하듯이 영어 문장을 읽도록 해 힙합을 좋아한다는 학생의 흥미를 돋웠다.

또한 학부형과 1시간 30분에 걸친 장시간 면담 과정에서 "성경에도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말이 나오지 않냐?", "실력도 좋지만 세현이(지도학생)가 행복했으면 더 좋겠다"라고 언급한 그의 말은 어찌 보면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진부하지만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래퍼, 혹은 예능 프로그램 속 낚시꾼으로만 생각되던 마이크로닷이 이날 보여준 진지한 태도는 나이는 어리지만 충분히 '참스승' 대접을 받을 만했다.

이건 좀 보완 해줬으면...
 지난 23일 방영된 엠넷 < 방문교사 >의 주요 장면.

지난 23일 방영된 엠넷 < 방문교사 >의 주요 장면. ⓒ CJ ENM


<방문교사>는 당초 예상에 비해 알찬 내용을 담으며 다음 방영분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다. 하지만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도 노출했다.

일단 스튜디오 출연진들의 역할은 여타 관찰 예능 못잖게 모호했다.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 놓인 MC 김성주+박명수, 그리고 패널로 참여한 박지선이 본인들의 경험에 따른 현실적인 이야기를 중간마다 들려준 데 반해 나머지 학생 또래 패널들은 아직 방송 경험이 일천한 탓에 변변한 말조차 꺼내기 쉽지 않았다.

공부에 흥미를 잃은 출연 학생과 더불어 사춘기를 맞은 자녀와의 소통 및 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 속 부모님에 대한 조언이 함께 뒤따라야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은 크게 발견하기 어려웠다. 현직 간호사로 자신의 교육 방식에 대한 후회를 토로하는 어머님의 모습에서 보여지듯이 자녀 못잖게 어른들 역시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현직 학원 원장님이 전문가로 스튜디오 촬영분에 출연해 방문교사들의 지도법에 대해 좋은 설명과 지적을 해주긴 했지만 자녀-부모 사이의 문제점 및 보완점을 말해줄 전문가 섭외가 필요해 보였다.

재미를 강조해야 하는 예능의 특성이 우선시 되야 하지만 일단 교육을 소재로 택했다면 이와 같은 부분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 역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방문교사 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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