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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태풍의 길목에서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곳. 그렇기에 태풍 북상과 함께 가장 먼저 분주하게 움직이며 긴장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 제주도다.

22일까지만 해도 평온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태풍전야. 하지만, "6년만에 한반도 관통"이라는 기상청 예보 문구가 뭔가 예사롭지가 않아 보였고, 그렇게 기상청의 태풍 북상 소식과 함께 우리집에서도 태풍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쓰러지기 쉬운 입간판들을 정리하고, 그네줄도 풀어 눕히고, 아이들 자전거 등 태풍에 날아갈 만한 것들은 없는지 살폈다. 위험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가며 제발 무사히 지나가 주기만을 바랄 뿐.

그렇게 맞이한 23일. 태풍이 몰아닥친 제주에서는 피해 소식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원래 태풍이 제주와 가장 근접한 시간은 새벽시간대로, 아침에는 태풍이 지나가 위험한 고비는 넘길 것으로 예상이 됐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태풍의 이동 속도가 더디다보니 사람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아침 출근시간대에 피크타임을 맞게된 것이다.

거센 비와 바람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솔릭의 위력은 정말 창밖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웠다. 실시간 뉴스가 전해오는 제주 곳곳의 피해 소식을 들으며 더 큰 피해가 오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불어오는 바람 소리며 곳곳에서 쿵쿵 울리는 소리가 너무 유난스러웠을까? 7살, 4살인 우리집 아이들이 갑자기 "지진이다" 외치며 책상 밑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어린이집에서 지진 대피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태풍솔릭에 놀란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지진대피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유난스런 태풍소리에 지진인줄 알고 바로 책상 밑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피고 있다
▲ 태풍솔릭에 놀란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지진대피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유난스런 태풍소리에 지진인줄 알고 바로 책상 밑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피고 있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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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지진이 일어나면 첫째, 튼튼한 책상 속으로 들어간다. 둘째, 말랑말랑한 베개를 머리에 쓰고 보호한다."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지진에 대한 대비교육을 받고 있구나'를 새삼 확인하며 아이들에게 지진이 아닌 태풍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만큼 태풍 소리에 놀랐다는 거겠지. 강한 태풍으로 인해 오늘은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해줬고, 나 또한 오늘은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종일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나야 오늘 같은 날은 출근이 자유로워 아이들 돌봄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지만, 아이가 있는 워킹맘들은 늘 이맘 때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가 탈 수밖에 없다. 아파트 출입문 앞에서 아이를 안은 몇몇 엄마들이 동동거리는 오늘 아침 출근길 풍경을 전하는 라디오 멘트에 순간 멈칫했다. 같은 엄마로서 어찌나 공감이 가고 안타깝게 들리던지.

도로 곳곳은 침수되고 가로수가 뽑히고 간판들이 날아가 출근길 도로는 아수라장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거센 비바람을 몰고 온 태풍이 여전히 제주를 빠져나가지 않아 이동 자체가 어려운 게 23일 아침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워킹맘들은 아이를 어디다 맡겨야 할지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지니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 수밖에.

태풍 솔릭은 그렇게 24시간이나 제주에 머물며 곳곳에 생채기를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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