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류사회> 배우 수애 영화 <상류사회>의 배우 수애가 2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수애가 영화 <상류사회>로 관객들과 만난다. ⓒ 이정민


스크린 속에서 빙판 위를 내달리고(<국가대표2>),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감기>) 그가 이번엔 욕망의 화신이 됐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상류사회>에서 대형 미술관 부관장 수연 역을 맡은 것. 상류계층의 이면을 보인다는 설정에 수위 높은 몇몇 장면 또한 담겨서인지 수애는 기자의 반응부터 물었다. "솔직히 말해줬으면 좋겠다"며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일일이 살피고 있었다.

배우 입장에서 수애는 캐릭터에 큰 매력을 느꼈다. 성공의 욕망을 가지고 폭주하는 수연의 모습을 연기로 표현한다는 데 일종의 도전의식을 느낀 셈이다. "배우로서 채워지지 않았던, 그리고 가보지 않았던 길에 대한 아쉬움이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수애는 "욕망을 좇는 캐릭터기도 하고 관객분들에게 충분히 설득하겠다는 생각으로 사전에 감독님과 논의를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수연은 멋진 캐릭터"

"감독님은 2등이 1등 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지만 전 수연 자체의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컸다. 극 중 큐레이터로서 자신의 욕망을 좇는데 왜 여기까지 와야 했을까를 생각했다. 능력은 있지만, 금수저들과 재벌 사이에서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으려는 인물이었다. 그가 속한 환경이 실력만으로는 인정받지 못한 곳이 아니었을까. 열정을 갖고 일하다가 야망이 생기고 스스로 그 환경에 동화됐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굴레를 스스로 벗지 않나. 찍으면서 정말 나였으면 족쇄를 스스로 풀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도피하거나 책임을 피하고 싶었을 것 같다. 당당하게 맞서는 수연이 멋져 보였다. 제 대사 중 남편인 태준(박해일)에게 한 '니 꿈은 원대하고 내 꿈은 *밥이냐'는 게 있다. 평소에 전혀 쓰지 않는 말인데 수연 입장에선 궁지에 몰릴 때 그런 욕들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거라 생각했다. <심야의 FM> 할 때도 감독님이 '수애씨가 욕설을 하면 관객들이 쾌감을 느낄 거야' 그랬는데(웃음), 그땐 예상 가능한 욕이었다면 이번엔 상상하지 못한 욕이라 이래도 될까 싶기도 했다."


 영화 <상류사회> 관련 사진.

영화 <상류사회>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나름 중산층 이상의 환경에서 사는 미술관 부관장. 동시에 자존심과 욕망이 강한 수연을 표현하기 위해 수애는 나름 의상에도 공을 들였다. "사교 파티 등에 갈 때를 빼고는 치마를 전혀 입지 않는다"며 "여성스럽게 보이지 않기 위해 폴라티를 주로 입어 목선도 가리려 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수연을 떼어 놓고 영화가 이야기를 전개 시키는 과정은 몇 가지 논란에 휩싸일 만하다.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비롯해 상위 계층에 대한 단편적인 시각 등으로 설왕설래의 여지가 크다. "(영화 속 불편할 수 있는 지점은) 감독님이 재벌에 대해 풍자하는 과정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라며 수애는 "안하무인인 재벌들, 금수저들에 대한 걸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망설임 없이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을 떠나 이 영화는 부부가 이끌어 가는 멜로라고 생각했다.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수연이 태준을 어떻게 만났을지 어떤 대학 생활을 했는지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다. 연애할 때 이미 태준을 손에 쥐고 있었을 것 같다고 감독님은 말했지만 전 수연이 자기주장은 강하지만 일종의 남녀평등을 추구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태준은 착하고 소극적인 성격인데 수연은 그런 그에게 필요한 여자인 것이지. 중산층이라 이미 많은 걸 가진 채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더 가질 수 있겠다고 여긴 인물이라고 봤다.

(극 중 수연의 첫사랑으로 등장하는) 지호(이진욱)는 수연에게 굳이 잊지 못할 사랑까진 아니었을 것 같다. 수연이 갖지 못한 예술성을 그가 가졌기에 매력을 느꼈고 사귀었던 거겠지. 태준은 수연이 갖지 못한 순수함이 있었기에 매력적이었던 것 같고..." 


이 지점에서 수애는 수연이라는 인물을 속물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며 "저 역시 일에 몰두하다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할 때가 많다. 수연도 그러했을 것"이라고 일종의 관객들이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설명했다.

영화 <상류사회> 배우 수애 영화 <상류사회>의 배우 수애가 2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남성과 여성을 떠나 이 영화는 부부가 이끌어 가는 멜로라고 생각했다." ⓒ 이정민


현재의 화두는 '여유'

욕망에 깊이 천착했기 때문일까. <상류사회>를 마친 후 수애는 여유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욕망을 따라가는 모습 뒤에 가려진 행복에 대해 생각하면 현재의 나를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욕망이라는 단어를 기피할 뿐이지, 종종 이걸 열정으로 포장하지 않나. 종이 한 장 차이다. 수치심 없이 달려가는 걸 열정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제게 있어서 요즘은 편안함이 가장 중요하다. 20대엔 열심히 달렸다. 영화 속 수연처럼 앞만 봤다면 이젠 여러 의미로서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대표2>를 선택했던 것이다. 마냥 막내일 것 같았는데 어느새 저도 선배라고 불리게 됐고 돌아보니 제가 그 역할을 잘 못 하고 있더라. 동료들과 일원으로서 함께 뛰면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번에 박해일 선배와도 처음인데 함께 연기한다면 어떤 시너지가 날지 궁금했다. 이런 생각 역시 여유인 것 같다. 예전엔 누가 가르쳐주려 해도 잘 듣지 못했다. 다른 선배들을 보며 저 역시 자연스럽게 들으려는 자세가 생긴 것 같다." 


영화 <상류사회> 배우 수애 영화 <상류사회>의 배우 수애가 2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가 욕망이라는 단어를 기피할 뿐이지, 종종 이걸 열정으로 포장하지 않나. 종이 한 장 차이다." ⓒ 이정민


나름 냉정한 자기 분석과 반성이었다. 평소 혼자 여행을 즐기면서 마음을 다져온 그는 최근 명상 또한 배우고 있다. "저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라는 이유였다. 그만큼 마음의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중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신비한 분위기로 드라마와 영화에서 동시에 인정받는 몇 안 되는 배우다. "데뷔 때는 감독님께 낮은 목소리 때문에 시청률 떨어진다는 소리 많이 들었는데 사실 그때도 그랬고 전 제 목소리가 좋다"며 수애가 웃어 보였다. 여유를 장착한 이후 수애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이었다.

"제 목소리가 배우로서 방해가 될 요소가 있다고 하지만 목소리 덕분에 전 제가 가진 재능보다 많은 혜택 또한 가졌다. 30대까진 목표의식이 분명했고, 기회 또한 많았다면 이젠 선택의 폭 또한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럴수록 내면을 단련시키고 조금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 여유가 있는데 그걸 잃고 싶지 않았다. 지금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상류사회> 이후 좀 쉬는 시간이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울림을 주는,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웃음)."



수애 상류사회 박해일 재벌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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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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