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족·국제

포토뉴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한신자(99) 할머니가 북측 딸 김경실(72), 김경영(71)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2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작별상봉을 마친 한신자(88) 할머니가 버스에 올라타 북측에서 온 딸 김경영(71)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금강산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북에 사는 두 딸은 남에서 온 아흔아홉 엄마를 놓아주지 않았다. 엄마 역시 딸들의 손을 놓지 않고, 연신 두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상봉이 모두 끝났습니다."

22일 금강산 연회장에 상봉의 마지막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2박 3일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모두 끝난 것. 한신자(99) 할머니는 출입문 앞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했다. 북측 보장성원 두 명이 나서서 할머니와 두 딸(김경실·김경영)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모녀는 꼼짝하지 않았다. '남측 가족이 버스를 모두 타야 그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서야 두 딸은 꼭 쥐고 있던 엄마의 소매를 놓았다.

"나 가짜 아버지 아니야. 너 아버지 있어."

이기순(91) 할아버지는 북측 아들이 안쓰러운지 연신 '아버지'를 강조했다. 68년의 세월을 따로 지내다 12시간을 마주한 아버지. 그 아버지가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조혜도(86) 할머니가 북측 언니 조순도(89)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북측 아들 리상철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제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김춘식(87) 할아버지가 북측 동생 김춘실(77) 할머니와 대화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떠나는 남측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2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작별상봉을 마친 후 버스에 탑승한 남측 가족이 북측 가족을 배웅하며 오열하고 있다. ⓒ 유성호
발 동동구르며 어린아이처럼 '꺽꺽'

이날 낮 1시께, 남측 가족들이 버스로 이동했다. 이들의 눈물이 연회장 계단 곳곳에 뿌려졌다. 북측 가족들은 2층 연회장 난간에 붙어 남측 가족들이 1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입을 막았지만, 꺽꺽 우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남측 이산가족들이 모두 버스에 올라탔다. 북측 가족들이 차창에 붙어 손을 맞댔다. 잠시 차 문이 열린 틈을 타 고호준(77) 할아버지가 차에서 뛰쳐나왔다. 할아버지는 북측 조카를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어이구 자슥아 어떻게 떠나니. 떼어놓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

할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조카는 "삼촌 울면 안 됩니다. 통일되면 건강해서 다시 만납시다"라고 할아버지를 달랬지만, 그 역시 목 놓아 울었다.

최동규(84) 할아버지의 조카 둘은 버스 밖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할아버지가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도 모른 채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이렇게 기막힌 게 어딨니"라며 울부짖었다. "통일되면 이런 거 안 하잖아", 조카들은 억울해했다.

예순을 넘긴 조카도 아흔을 넘긴 할아버지도 모두 어린아이가 됐다. 이관주(93) 할아버지의 조카는 버스 창에 들러붙어 울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시간은 내내 부족했다. 그는 '장수하세요'라고 꾹꾹 눌러 쓴 손바닥을 창문에 대고 떼지 않았다.

차제근(84) 할아버지의 동생(차제훈·76)은 연신 차 문을 두드렸다. 까치발을 들고 서도 버스 창문이 너무 높았다. 그는 "통일 장벽이 너무 높아서 그래"라고 한탄했다.

가슴 찢어지는 슬픔에도... 이별은 엄격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 행사 마지막날인 22일 금강산호텔에서 남측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떠나며 북측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2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작별상봉을 마친 후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하자, 북측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눈물로 배웅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2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작별상봉을 마친 후 남측 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하자, 북측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며 눈물로 배웅하고 있다. ⓒ 유성호
이별은 엄격했다. 22일 낮 1시 30분, 금강산에서 남측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등 197명을 태운 버스가 출발했다. 2시간 후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한 이들은 멍한 표정으로 각자의 짐을 옮겼다.

북측 가족들에게 선물을 주고 온 탓인지 출발할 때보다 짐이 많이 줄었다. 이들은 속초에서 각각 서울역, 경부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타거나 개인 차량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간다.

한편,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이 금강산에서 이어진다. 2차 상봉은 북측 이산가족 83명이 남측의 가족을 찾은 것이다. 상봉 일정은 1차와 같은 방식이다. 단체 상봉, 환영 만찬으로 첫날의 일정을 시작해 마지막 날 작별 상봉으로 마무리된다.
태그:#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