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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에 태어난 천사 같은 아이와 소중한 추억거리를 차곡차곡 만드는 행복한 아빠입니다. 아기를 혼자 돌봐야 하는데 걱정이 많은 아빠들을 위해 아기와 둘이 있으면서 익힌 육아 노하우와 재밌는 이야기를 독자 분들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글에서 설명하는 육아 이야기는 제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느낀 주관적인 사견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편집자말]
밖에 나가면 항상 '정말 순한 아기야', '천사가 따로 없다' 같은 말을 항상 듣고 다니던 우리 아기가 슬슬 이제 고집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평화롭기만 했던 세 가족의 식사시간이 이제는 정말 '베이비 워(baby war)'가 되었는데요. 한 그릇 뚝딱 잘도 먹던 밥도 반도 안 먹더니 손을 절레절레 흔들며 거부 의사를 표현하고, 소고기나 버섯 같이 씹어야 삼킬 수 있는 음식들은 배가 고플 때도 먹지 않습니다.

또, 목이 마른가 싶어 빨대 컵에 물을 담아 주면 처음에는 물을 잘 먹고 있다가 잠깐만 한눈을 팔면 빨대를 있는 힘껏 눌러 신나게 물총놀이를 즐깁니다. 그 중에서도 깨끗한 식탁과 주방을 추구하는 제 아내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먹던 음식물을 뱉어서 주물럭거리고 놀면서 여기 저기 묻히거나 음식이 들어 있는 아기 그릇을 마치 공 던지듯이 바닥에 내팽겨 치는 일입니다.

아기 밥 먹이랴, 음식물 흘린 거 치우랴, 아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채고 해결해주랴.정말 우리 세 가족의 소박하고 평범한(?) 식사시간은 멀어져만 갑니다.

밥 먹이기보다 더 힘든 아기 이 닦아주기

밥과의 전쟁이 끝나고 이제야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그보다 더 힘든 일이 한 가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아기의 이를 닦아주는 것인데요. 우리 아기는 다른 아기들보다 이가 빨리 난 편입니다. 생후 4개월 무렵에 처음 이가 나는 것을 보고 우리 부부는 어찌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빨리 나는 것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아기의 발달수준에 비해 이가 빨리 나다 보니 이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그냥 삼켜버리기 십상이고, 언젠가 이를 가는 방법을 익혔는데 그 소리가 재밌었는지 아직도 가끔씩 이 가는 소리를 내며 즐거워하거든요. 또, 거기다가 15개월이 된 지금은 이제 어금니 2개 정도를 제외하고는 벌써 만치(?) 상태가 되어서 이가 썩지 않게 관리에 꽤나 신경을 많이 써야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기가 어릴 때부터 이를 닦아주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에 이를 닦아줄 때는 아기와 우리 부부 모두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카치카, 쓱싹쓱싹"

익숙한 만화 주제가부터 시작 해서 책에 나오는 다양한 의성어를 활용해서 아기를 즐겁게 해주면서 이를 닦아주었지요. 충분한 시간 동안 이를 닦아주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아기가 울거나 힘들어하지 않고 양치질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 무렵부터 아기의 자아가 발달하면서 고집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 닦는 일을 정말 격력하게 싫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양치 지옥이 시작된 것이지요.

아무래도 아기 입장에선 입안에 먹는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들어오는 게 너무 싫었나 봅니다. 딱 반응이 소아과에서 코 안을 살펴보기 위한 진찰도구를 사용할 때의 그 울부짖음과 똑같더군요. 또, 아기용 치약을 사용하면서 그 향과 맛도 아기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생겨 더더욱 아기와의 양치시간이 힘들어졌죠.

 저는 양치질이 싫어요
 저는 양치질이 싫어요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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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빠가 양치질을 성공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칫솔만 가지고 가도 뛰어 도망가기 시작하고, 뛰어가는 아이를 붙잡으면 바로 나 죽는다고 대성통곡을 하지요. 우는 아기의 이를 닦고 있으니 이게 이를 닦는 건지 입술을 닦는 건지 턱을 닦는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아기 양치 잘 시키는 육아 꿀팁은 없는 것일까요?

아기 이 닦아주기 필살기를 찾았다!

지난 주말에 1박 2일간 진행되는 행사가 있어서 오랜만에 집을 비웠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잠에 들기 전에 아내와 아기의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했습니다.

"아기 자? 아기 밥은 잘 먹었어? 양치질은 잘했고?"
"어. 방금 잠들었어. 밥도 나름대로 잘 먹었어. 근데 여보, 나. 아기 양치 잘 시키는 방법 찾았다!"
"뭐? 진짜? 그게 말이 됨? 어떻게 하는 건데?"
"궁금하지? 내일 집에 오면 보여줄게."


역시나 요즘 아기의 식사, 양치, 잠이 가장 큰 걱정거리이자 신경 쓰이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자연스레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기쁜 소식을 듣게 된 것이지요. 아기가 싫어하는 양치 잘 시키는 방법을 찾았다니... 너무 궁금했습니다.

다음 날 집에 와서 드디어 아기의 이를 닦아줄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내는 숨겨왔던 양치 필살기를 선보였지요. 저는 놀라서 "우와..우와..우와.."라는 말만 나올 뿐,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방법은 이랬습니다. 아내가 먼저 스스로 자신의 칫솔로 양치질을 합니다. 그 후에 아내의 칫솔을 아기에게 잡게 합니다. 그리고 아기의 칫솔을 아내가 잡습니다. 이렇게 하면 준비 끝. 이제 서로 서로 상대방의 이를 열심히 닦아줍니다. 아기는 자기가 싫어하는 양치질을 하는 것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자신이 엄마의 이를 닦아주는 기쁨에 흠뻑 취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양치시간에 아빠도 한 번 도전해보았습니다. 역시나 잘 먹히더군요. 아기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제 이를 닦아주는 데 어찌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평소 별로 치아 건강이 훌륭하지 않은 제 입장에서는 아기의 치아 건강관리를 이제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까지 생겼습니다.
 아빠와 같이 양치해요
 아빠와 같이 양치해요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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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의 마음을 이해한 아내의 지혜

어떻게 이 방법을 생각하게 됐냐고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아내는 자신이 양치질을 할 때 아기가 칫솔에 관심을 가지고 자꾸만 만지려고 하는 것을 보고는 아기가 직접 칫솔을 잡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던 것이지요.

유명한 심리학자인 에릭슨의 사회성 발달이론을 보면 2세가 되면 자율성을 배우게 된다고 했습니다. 교육학 시간에 배운 것인데 실제로 요즘 우리 아기의 모습을 보면 에릭슨 선생님의 이론이 참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사용한 기저귀를 아기에게 주면 직접 쓰레기통에 가져가 버리고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하거든요. 정말 자율적인 어린이지요.

또, 최근에 아기는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모방행동을 보이는데요. 예를 들면, 밥숟가락으로 인형에게 주는 시늉을 하거나, 인형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아내는 아기의 특성을 파악하고, 엄마가 아기의 이를 닦아주는 동안 아기도 엄마의 이를 함께 닦아주면 훨씬 즐거워할 것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캥거루야 과자 먹자
 캥거루야 과자 먹자
ⓒ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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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를 하다보면 참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걸 하나 해결하면 다음 과제가 또 주어지기도 하고. 아니면 전에 해결했던 일이 다시 발생하기도 하지요. 아기의 이를 닦아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힘든 해결 과제였지요.

물론, '엄마(아빠)와 서로 양치 시켜주기'의 방법이 모든 아이들에게 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기의 행동과 발달과정을 유심히 살피고 함께 함으로써 아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꾸준히 아기와 함께 하다 보면 나만의 육아 지혜가 나올 것이고, 아기와의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도 쌓여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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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