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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 63빌딩 한화생명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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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들이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연금을 적게 지급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금융당국에 반기를 들었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서 '즉시연금 가입자 5만5000명에게 최저보증이율뿐 아니라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채 공제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 등을 지급하라'고 낸 권고안을 거부했다. 금액으로만 따지면 4300억원에 달한다.

이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을 상대로 종합검사를 진행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즉시연금도 중요하다면 욕을 먹어도 (검사를) 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전면전을 선포했다.

윤 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즉시연금관련 보험 상품들의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즉시연금보험은 100만원을 넣으면 사업비를 공제하고 나머지를 운용하는 건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며 "당연히 약관에 명시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원장은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차감한다는 점이 약관에 없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즉시연금 거부 보험사와 전면전 선포한 윤석헌 금감원장

윤 원장의 지적은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아래 분조위) 쪽 생각과 일치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분조위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약관에 문제가 있으니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관련기사: 연금 약관 바꿔놓고 "문제없다"며 소송 거는 삼성생명) 이어 올해 6월에는 한화생명 즉시연금 약관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었다.

이후 삼성생명은 분조위 쪽 결정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해당 상품 가입자들에게도 일괄적으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는 당국의 권고는 수용하지 않았다. 소송을 통해 약관 문제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삼성생명 쪽 주장이었다.

생명보험업계 1위 기업인 삼성생명이 이런 결정을 내리자 한화생명도 이에 가담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화생명은 지난 9일 금감원 분쟁조정 결정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가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가 된 한화생명 즉시연금보험의 약관 내용은 이렇다. 분쟁조정 신청인 김아무개씨(가명)는 지난 2015년 11월 A저축은행에서 한화생명 상품인 바로연금보험에 가입하면서 '즉시형 상속연금형 환급플랜(10년형)'을 선택했다. 이는 우선 목돈을 보험사에 내고 난 뒤 매월 연금을 받고 10년 뒤에 처음 냈던 보험료를 다시 돌려받는 상품이다. 김씨는 가입 당시 5000만원의 보험료를 냈다.

보험사와 분조위의 생각이 첨예하게 부딪힌 부분은 만기보험금을 위한 돈을 매월 연금액에서 뗀다는 내용이 약관에 있는지, 혹은 없는지에 관한 것이다. 해당 상품은 5000만원 가량의 목돈을 받고 보험설계사에게 주는 사업비 등을 미리 뗀 다음 나머지 금액에 대해 이자를 매기고 이를 매월 가입자에게 연금처럼 주는 구조로 돼있다.

그런데 가입자로부터 받은 5000만원을 10년 뒤 다시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매월 연금액에서 빼려 했던 것이 한화생명의 원래 의도였다. 그러면서 회사는 이 부분을 약관에 적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약관에 '연금개시 때의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이 상품의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상당액에서 고정의 사업비를 차감하여 (연금을) 지급'이라고 썼다는 얘기다.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연금액 계산'...금감원 "가입자가 알 수 없는 표현"

한화생명은 이 가운데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라는 표현이 매월 주는 연금에서 만기보험금을 위한 돈을 차감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가입자가 '고려'라는 표현을 보고 돈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한화생명이 같은 약관 안에서, 심지어 같은 문장 속에서 '고려하여'와 '차감하여'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아래는 한화생명이 작성한 즉시연금 약관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연금개시시의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이 상품의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하여 계약자가 선택한 기간 동안(10년, 15년, 20년) 지급.'

정무위 출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정무위 출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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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이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업비가 빠진 뒤 연금이 들어오는 것을 이해할 순 있어도 만기보험금을 위한 돈이 빠지는 것은 알 수 없다는 것이 금감원 쪽 설명이다.

또 한화생명은 약관에서 만기보험금 등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한다고 돼있고, 만기보험금을 뗀다는 내용의 계산식이 산출방법서에 있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산출방법서는 보험회사 내부적으로 관련 보험상품 등에 따라 계산하는 방식을 적어놓은 서류를 말한다.

금감원은 산출방법서의 경우 보험 가입자에게 주는 서류가 아니어서 가입자 스스로 내용을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서류를 보더라도 가입자들은 내용 자체가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약관의 일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소비자가 매월 받는 연금액에서 만기보험금을 위한 돈을 떼는 내용이 약관에 명확히 적혀있지 않으므로 이를 차감하지 말고 제대로 연금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금감원은 한화생명의 동일한 보험상품에 가입한 뒤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비자가 2만5000명이며, 피해액수는 약 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은 즉시연금보험 상품의 유형이 두 가지인데, 이를 하나의 약관으로 작성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라고 쓴 이유는 한화생명에선 거치형 즉시연금 상품도 판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관을 같이 쓰다 보니 만기보험금을 차감할 수도, 더해줄 수도 있어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은 두 가지 유형으로 구성돼있다. 소비자가 보험료를 내면 곧바로 일정 기간 동안 매월 연금을 주는 즉시형과 10년 동안 보험료를 묶어두면서 이자를 붙인 뒤 이후에 매월 연금을 주는 거치형이다. 그런데 회사가 받은 보험료를 10년 동안 굴리면서 이자가 붙게 되면 만기 때 소비자가 낸 보험료 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돌려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약관을 썼다는 얘기다.

다만 회사는 유형별로 상품의 약관을 달리 쓰지 않았던 부분은 잘못이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조정위의 주문은) 차라리 형태별로 약관을 따로따로 썼어야 한다는 말이 되는데, 회사 입장에선 그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법률사무소에 문의해보니 보험금 지급에 대해선 좀더 얘기해볼 여지가 있다고 해서 (분쟁조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법적 판단을 받아보고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소멸시효를 따지지 않고 즉각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의견을 금감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즉시형이든 거치형이든 어떻게 (연금이) 지급된다는 내용이 (약관에)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가 '만기보험금을 차감하여'라는 뜻이라는 주장은) 보험사가 아전인수식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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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경제팀 기자입니다. sh7847@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