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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을 때 가장 좋았던 것 가운데 하나가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기 쉽다는 것이었다. 특히 요즘은 SNS 말고도 전문적으로 모임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많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시골에서는 아무래도 사람이 적으니 이러한 일이 어렵다. 지자체에서 다양한 문화사업, 모임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정작 마을에 그런 마음을 내는 사람이 적다. 이런저런 모임이 분명 있기는 있지만 또래 친구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얼마 전까지 자연농에 관심을 가지고 이곳 골짜기로 들어온 이웃들의 친목 겸 자연농 공부 모임이 내가 동네에서 함께하는 유일한 모임이었다. 나름대로 독특한 경험을 나누어줄 수 있는 손님이 와서 이야기를 듣는다거나, 함께 영화를 본다거나, 산에 가서 다양한 산나물과 나무에 대해 알아보는 등 여러 가지 일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그것만 해도 일주일마다 한번이니 꽤 자주 모이는 셈이다.

얼마 전엔 내가 더워서 힘들어하니 모임을 계곡에서 했는데, 멀리 있는 이름난 계곡을 찾아간 게 아니라 동네 산길 따라 조금 올라가니 딱히 이름도 없는 계곡이 나왔다. 폭염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찬 물이 흐르는 계곡이 코앞에 있었다니, 에어컨 없다고 엄청 불평하고 있었는데 시골의 맛 한번 제대로 봤다.

동네 이웃들과 글쓰기 모임

글쓰기 모임 더위 속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 글쓰기 모임 더위 속에서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다.
ⓒ 김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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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가운데 얼마 전부터 글 쓰고 싶은 사람 넷이 모여 글쓰기 모임을 새로 시작했다. 무엇보다 딸을 키우며 생긴 일들을 글로 기록해두고 싶다는 소금쟁이님의 바람이 가장 큰 계기가 됐다. 마침 나도 막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결심하던 참이어서 적극적이었다. 누구에게 글쓰기를 가르쳐본 사람도 없지만 우리끼리 서로 읽고 감상이라도 이야기해보자며 가볍게 시작한 모임이 벌써 5개월이 넘었다.

2주에 한 번 정도 모이니 그동안 함께 쓰고 읽은 서로의 글만 해도 한 사람당 열 편이다. 그러던 가운데 소금쟁이님은 딸과의 이야기를 상추쌈 출판사와 함께 책으로 펴내는 것까지 계획이 됐다. 이야기도 재밌고 장면을 생생하게 잘 풀어내셔서 늘 웃으며 읽었는데 참 잘됐다. 아마추어들끼리 오순도순 사는 이야기 나누는 모임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네 사람 가운데 출판사와 계약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나밖에 안 남았다.

글쓰기 모임을 함께 하니 좋은 점이 많다. 일단 글을 꾸준히 쓰게 된다. 나는 하도 게을러서 매번 모임 시간 직전에야 글을 겨우 완성하는데, 이거라도 없었으면 과연 한 달에 한 편이나 제대로 쓸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다. 서울에 있을 때 이런저런 모임에 기웃거리면서 좀처럼 읽지 않던 책도 읽고, 글도 쓰게 됐던 기억이 난다. 그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 다른 글쓰기 모임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면 오히려 글쓰기 모임을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서로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평소에도 매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지만 서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기회는 적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농사 이야기라는 주제도 있고, 그때그때 이야기 나누어야 하는 안건도 생기고, 일주일간 새로 생긴 일들만 나누어도 시간이 꽤나 걸리기 때문이다. 시간도 시간이고 아무래도 평상시에 뜬금없이 과거의 이야기나 속 깊은 곳에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1년이 넘게 자주 만나도 계기가 잘 생기지 않는다.

글에는 자연스럽게 평소 갖고 있던 생각, 관심 있는 것, 주장하거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드러난다. 여태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과 읽었던 책, 만났던 사람 등 온갖 것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들을 끌고 와 예쁘게 정리해 보여준다.

당연히 스스로 어느 정도 검열도 하고 어디까지 드러낼지 고민해서 내놓긴 하지만,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던 때보다 훨씬 속 깊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은 틀림없다. 동네에서 매일 얼굴 보는 사람들이 써온 글을 읽으니 모르는 사람의 글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시골에서 오래 살아온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골의 삶도 더 이해할 수 있다. 시골에서 동네 이웃들과 하는 글쓰기 모임, 쉽진 않지만 가능하다면 강력 추천이다.

이렇게 가까이에 천문대가

글 쓰는 일 말고도 이런저런 취미가 있다. 우선 도시에 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은 게임이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어차피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게 게임이다 보니 여전히 컴퓨터로, 또 스마트폰으로 여러 게임을 즐기고 있다.

요새는 인터넷으로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워낙 양도 많고, 수준도 상당히 높다. 때문에 특별히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게 많아 시골에 있다고 해도 정보나 콘텐츠가 아주 부족하진 않다. 오히려 너무 연결되어있어서 도시에서와 별 차이가 없어 이럴 거면 뭐하러 시골 왔지 싶을 때도 있을 정도다.

과학같은소리하네 강연 서울 살 땐 안 듣던 팟캐스트 듣다 공개강연 들으러 서울까지 다녀왔다.
▲ 과학같은소리하네 강연 서울 살 땐 안 듣던 팟캐스트 듣다 공개강연 들으러 서울까지 다녀왔다.
ⓒ 김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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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새로 생긴 취미도 있다. 다른 사람들과 모여서 하는 취미생활에 한계가 있어 즐기게 된 팟캐스트 듣기다. 따지고 보면 서울에서도 출퇴근길 등, 들을 기회는 많았을 텐데 왠지 잘 안 듣게 됐다.

요즘은 밭에서 혼자 일할 때 심심하면 팟캐스트를 틀어놓고 김을 맨다. 워낙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재밌는 팟캐스트가 많다 보니 뭘 들을까 고르는 재미도 있다. 최근에는 학원에서 과학을 가르치게 되어서 그런지 '과학하고 앉아있네'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현장 강연도 듣고 싶어 서울 원정을 다녀오기도 했다.

서울에서 좋았던 건 여러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는 것이었는데, 여긴 아무래도 서울보다 도서관이 적고 멀다. 그런 핑계로 한동안 책을 안 읽었는데 내가 일하는 학원이 도서관 바로 옆에 있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서울에 비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요즘은 지자체와 교육청에서 도서관을 워낙 잘 관리해서 크게 떨어지는 점은 없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도서관에 보통 한 권씩밖에 없는 인기 있는 책의 대출 경쟁이 체감상 조금은 덜한 것 같다.

우리별천문대 홍천 옆 횡성군 공근면에 위치한 작은 천문대다
▲ 우리별천문대 홍천 옆 횡성군 공근면에 위치한 작은 천문대다
ⓒ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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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에 하는 취미생활이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얼마 전엔 천문대에 별을 보러 가기도 했다. 놀랍게도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천문대가 있는 것이다. 작은 천문대지만 1만5000원을 내고 참여한 프로그램에서 실내 설명도, 밖에서 레이저로 쏘아가며 알려주신 별자리 이야기도 알찼다.

구상성단, 산개성단과 예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킨 토성의 고리도 망원경으로 볼 수 있었다. 서울 살 때는 천문대 한번 다녀오는 게 참 멀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가까이에 천문대가 있다니! 마침 놀러왔던 친구, 소금쟁이님, 그 딸까지 다 데리고 갔는데 다들 좋아했다. 혹시 가까이에 천문대가 없더라도 불빛이 적은 시골이 서울보다는 별 보기에 훨씬 유리하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시골이니까 할 수 있는 재밌는 일

사실 나보다 시골에서 잘 놀고 있는 사람은 짝꿍이다. 오히려 어릴 때 시골에 살았던 것은 나인데, 내가 시골에서도 할 수 있는 걸 하며 논다면, 짝꿍이야 말로 시골이니까 할 수 있는 재밌는 일을 한다.

작년에 처음 와서는 밭에서 온갖 벌레를 관찰했다. 나한테는 그냥 '벌레'인데 그걸 하나하나 관찰하며 얘들이 다 다른 종류라며 매일 얘기해줬다.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리고 도감에서 이름도 찾아보고 그런 식이다.

여태껏 노린재는 그냥 노린재인 줄 알았는데 그 종류가 그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다. 지금은 잊혔지만 옛날 사람들은 먹었던 먹을 수 있는 풀을 찾는 것도 좋아한다. 언젠가는 도감과 인터넷, 앱을 통해 공부하며 산에서 버섯을 따기도 했다. 근데 이건 해보니 비슷하게 생긴 독버섯도 많아 잘 아는 분과 함께 가지 않으면 혼자 익히기엔 꽤 위험하다. 안내해줄 분을 찾기 전까진 조금 미루고 있다.

갈대 빨대 짝꿍이 만든 갈대 빨대
▲ 갈대 빨대 짝꿍이 만든 갈대 빨대
ⓒ 이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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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이 최근 하고 있는 공작은 '갈대 빨대'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이슈가 되면서, 또 올 여름 견딜 수 없는 폭염에 오랜만에 카페를 찾으면서 쓰고 버리는 1회용 빨대의 대안을 찾다 발견한 것이다.

갈대는 우리 밭 최고의 골칫덩어리 녀석인데 워낙 억세서 베거나 뽑는 것도 쉽지 않은데 엄청나게 자라고 퍼져있어 농사를 어렵게 한다. 그런데 요 녀석을 자르면 대나무 비슷하게 속이 비어있다. 나와는 달리 관찰력과 손재주가 뛰어난 짝꿍은 금방 갈대를 잘라와 빨대를 만드는 실험을 했고, 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자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돈 주고 사겠다며 주문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같이 사는 나조차도 짝꿍의 이런 모습을 보면 시골에서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도시 사는 친구들에게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나는 시골 가면 너무 심심해서 못 살 것 같다는 얘기다. 정말로 도시가 맞는 사람도 있고, 나도 연극이나 각종 문화행사, 온갖 맛집이나 술집에서 하던 친구들과의 맥주 한잔이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런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확실히 많은 친구들과 멀리 떨어지게 됐다는 건 꽤 크지만, 그것만 빼면 아직까지 시골이라 심심하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우리는 시골에서 이러고 논다.


태그:#귀촌,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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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서울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 지금은 홍천에서 자연농을 배우고 있는 한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