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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개선이 명분이지만, 핵심은 주변 부동산 개발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단계별 안내도. 인천경제청은 수문을 설치하고 조수 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수질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수질 개선 효과는 여전히 의문이고, 수변 지역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업이라 인천판 4대강 사업이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 송도워터프런트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단계별 안내도. 인천경제청은 수문을 설치하고 조수 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수질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수질 개선 효과는 여전히 의문이고, 수변 지역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업이라 인천판 4대강 사업이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 자료출처 인천경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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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지난 17일 재정투자심사위원회를 열어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에 대해 방재사업 성격이 있는 구간은 조건부 통과하고 나머지는 재검토를 결정하자 송도동 일부 주민단체와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워터프런트 사업은 2027년까지 약 6862억원을 투입해 송도지구를 'ㅁ'자 형태로 감싸 흐르는 수로를 건설하고, 수로 주변부지 부동산 6.04㎢(수변 공간)를 3단계에 걸쳐 개발하는 사업이다.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은 당초 인천경제자유구역 계획에 없던 사업인데, 지난 2011년 민선 5기 때 송도지구 수질개선을 명목으로 갑자기 튀어나왔다.

인천경제청은 매립한 송도지구 북측 수로의 수질이 나쁘니, 여기다 바닷물을 순환시켜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워터프런트를 추진했다. 매립지 4방면에 'ㅁ'자 수로를 조성하고 갑문을 설치해 수위차를 이용해 해수를 흐르게 하는 것이지만, 핵심은 수변 부동산개발과 마리나 개발 등에 있다.

인천경제청은 당초 3단계로 나눠 개발하고, 사업비 6862억원(1단계 2635억원, 2단계 3849억원, 3단계 362억원)은 'ㅁ'자 수로 주변 부지를 매각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지난 재정투자심사 땐 3단계는 빠지고 6215억원으로 1단계(2546억원)와 2단계(3669억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단계 사업은 북측 수로와 송도 6ㆍ8공구 호수 주변을 개발하고, 북측 수로에 수문을 설치해 북측 수로를 서측 수로와 연결하는 사업이다. 북측 수로는 송도지구와 기존 연수구 사이에 흐르는 수로로 악취 민원이 발생하는 곳이다.

북측 1수문은 남항과 인접한 곳에, 2수문은 11공구 북단에 설치한다. 서측 수로는 북측 수로에서 6ㆍ8공구 내 호수를 관통해 남쪽으로 이어진다. 서측 수로를 조성하기 위해 기존에 매립한 6ㆍ8공구에 수로를 내야한다(위 그림 참조).

2단계 구역은 남측 수로와 그 주변으로 송도 6ㆍ8공구 남단에서 10공구(계획)와 5ㆍ7ㆍ11공구 사이를 지나 11공구 동쪽으로 흐르며, 남측 1수문은 6ㆍ8공구 남단에, 남측 2수문은 11공구 남단에 설치한다.

인천경제청은 1단계 공사 때 서측 수로 6ㆍ8공구 남단과 북측 수로 양쪽에 수문을 설치할 계획이다. 6ㆍ8공구 남단 수문으로 해수를 유입한 뒤, 이 해수를 북측 수로로 흘려보내 북측 수로 양쪽에 설치된 수문으로 내보내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원래 2단계(향후 3단계)에 해당하는 11공구 관통 수로 개발 사업은 이번에 빠졌다. 이 구간은 북측 수로에서 11공구 사이를 관통해 남측 수로와 연결하는 사업으로, 이 경우 매립한 11-1공구를 다시 파내야 한다.

민선 5기 때 인천시는 송도를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같은 '물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이 사업을 추진했지만, 당시부터 수질 개선을 빌미로 한 부동산개발 사업으로 '인천판 4대강' 사업이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자 인천경제청은 단계적인 추진으로 전환해 시 재정투자심사를 의뢰했는데 방재사업 성격을 지닌 구간만 통과됐다.

지방행정연구원 타당성 검토 결과 '사업성 없음'

지난 17일 시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는 1단계 구간 중에서도 1-1단계 구간은 조건부 통과, 1-2단계 구간은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는 워터프런트사업이 전체적으로는 '부적정'한 사업이나, 1-1단계의 경우 방재사업 성격을 감안해 추진하되 '인천연구원 또는 방재부서의 의견을 들어 방재사업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사업을 추진하라고 경제자유구역청에 통보했다.

1-1단계는 1단계 구간 중 6ㆍ8공구 호수에서 기존에 매립한 6ㆍ8공구를 다시 파내고 서측 수로 950m를 건설해, 남측 수로와 연결하는 사업이다(그림 참조).

인천경제청은 재정투자심사 결정을 토대로 방재부서의 의견을 들은 후 1-1공구를 우선 착공하겠다고 밝혔는데, 인천경제청은 지난 6월 이미 1-1공구 실시설계용역을 마무리한 상태다.

인천경제청은 재검토를 통보한 나머지 구간(1-2단계와 2단계)에 대해서는 사업성과 경제성 제고 방안을 마련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다시 의뢰하고, 이를 토대로 지방투자심사위원회에 재상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재정투사심사위원들이 조건부 통과와 재검토를 주문한 것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실시한 타당성 재 조사(2017.6. ∼ 2018.4.)에서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투자사업관리센터(LIMAC)의 사업 타당성조사 결과 사업편익비용(B/C)이 0.739로 나오면서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사업편익비용(B/C) 수치가 '1' 아래로 나올수록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다만, 부분적으로는 수질개선과 수질예측 모의 적정성 검토 결과 '적정', 수(=물)순환 노선 적정성 검토 결과 '적정', 홍수방어 사업에 대한 검토 결과 일부지역 침수 발생우려 등이 검토 됐다.

즉, 부분적으로는 수질개선 효과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사업 타당성이 떨어지는 만큼, 재정투자심사위원회는 당장 급한 방재사업 성격이 강한 구간에 대해 조건부 통과를 주문하고 나머지는 재검토를 주문한 것이다.

한국당 민경욱 의원과 송도 주민들 크게 반발

그러나 한국당 민경욱(인천 연수구을) 국회의원과 송도 일부 주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경욱 의원은 20일 성명을 내고 "박남춘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워터프런트 사업의 재검토를 운운했고, 지난주 금요일 1-1단계는 조건부 통과, 1-2단계는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며 "이는 오는 10월 착공을 기대했던 수많은 송도 주민들에게 큰 좌절을 준 결정"이라고 밝혔다.

민 의원은 또 "방재검증이나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은 사업 진행 과정에서 차차 풀어가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것으로 사업을 지연시키려는 어떠한 꼼수도 부려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송도 주민들 또한 1-1공구만 개발할 게 전 구간을 동시 착공해야 한다며, 송도에 현수막을 내걸고,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시 관계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인천 워터프런트 전면 개발 요청', '송도국제도시 워터프런트 사업 관련 정부의 인천시 감사 진행을 부탁한다'는 글을 올리며 반발하고 있다.

박남춘,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

이와 관련해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난 20일 시청 기자실을 방문해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이 얘기한 민주적인 절차는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취임 전에도 시민들의 시정 참여를 확대하고, 강화하기 위해 위원회에 결정 권한을 부여하고, 모든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은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가 결정한 만큼 시장이 함부로 바꿀 수 없다. 방재 기능이 있는 1-1공구를 시작으로 1-2공구까지 단계별로 추진할 수 있게 검토하겠다. 공약 사항인 만큼 사업을 추진하되 민주적 과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경제청은 재검토 대상인 1-2단계의 경우 경제성(B/C) 제고 방안을 올해 안에 다시 마련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다시 의뢰하겠다고 했으며, 2단계(남측 수로) 사업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10공구 호안축조공사의 일정에 맞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송도워터프런트, #인천경제청, #인천경제자유구역, #박남춘, #민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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