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성주호 재정추계위원장의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 재정 전망 결과 발표를 듣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성주호 재정추계위원장의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 장기 재정 전망 결과 발표를 듣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는 지난 17일 장기재정 전망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기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앞당겨졌다는 발표를 했다. 저출산 고령화가 예상보다 빨라져서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졌다는 입장이다.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기금 고갈에 대비해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국민연금의 목적을 고려할 때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국민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어서 그렇지 국민연금에 낸 돈보다 받는 돈이 더 많도록 설계가 됐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고갈은 당연한다. 낸 돈보다 받는 돈이 훨씬 더 많은데 고갈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다. 애초부터 국민연금은 내가 낸 돈을 내가 받는 적립식의 형태가 아니다. 적립식과 부과식의 중간형태(수정적립식)로 출발해 때가 되면 부과식으로 변경하기로 되어 있다.

1988년 출범 당시부터 고갈이 전제되어 있었기에 고갈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적절한 시점에 부과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부과식에 대한 이야기는 쏙 빠지고 장기재정 전망을 할 때마다 고갈되면 큰일 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문제다.

기금 고갈을 예측하면서 재정건전성 측면에서만 접근하다 보니 고갈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고갈 시점을 이야기하면서 중요한 것은 부과식으로 전환을 언제 어떤 식으로 해나갈 것이며, 그렇게 됐을 때 국민부담이 어느 정도 될지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해줘야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출범한 지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해외에 비하면 연금 도입 역사가 매우 짧은 편이다. 독일은 1889년, 영국은 1908년에 연금이 도입됐다. 연금 도입이 100년 넘은 이들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30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적립된 연금이 남아 있는 것이다. 연금 역사가 오래된 해외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과식으로 연금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연금, GDP 대비 적립 규모 1등

자꾸 고갈을 이야기하니 우리나라 연금적립금이 엄청 취약한 것처럼 생각되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은 자산규모로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와 노르웨이의 국부펀드(GPF)에 이어 전세계 3등이다. GDP 대비 적립 규모로는 1등이다. 심지어 이번 재정추계 자료를 보면 2041년까지 고갈은커녕 적립금이 계속 증가해 현재 600조 수준인 적립금이 1775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코 취약하지 않은 구조다.

독일의 경우 연금 적립금이 1달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연금 지급은 잘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 적립금이 남아있는 미국 사회보장연금의 경우 기금 고갈 시점을 2034년 정도로 예상하는데, 우리보다 고갈 시점이 훨씬 먼저임에도 고갈되면 큰 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나라들이 기금을 쌓아두지 않고도 연금이 잘 작동하고 있는데 기금 고갈에만 초점을 맞춰 논의하는 것은 공연히 불안감만 가중시킨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서 고갈되면 연금지출액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기금고갈 예상시점 이후인 2060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지출액이 GDP 대비 7.5% 정도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초연금, 공무원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을 더하면 GDP의 10~12% 정도 지출될 것으로 예측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렇게 되면 마치 나라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이지만 해외는 이미 이렇게 쓰고 있는 나라들이 부지기수다. OECD 국가 중 13개 국가가 GDP 10% 이상을 공적연금으로 지출하고 있으며 OECD평균도 7.9%다. 이들은 오랜기간 10%씩 지출을 하고 있음에도 망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제는 고갈이 아니다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연금지출 우리나라는 GDP에서 차지하는 연금지출 비중이 2.2%로 34개국 중 32위다.(출처_한눈에보는연금 2015)
▲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연금지출 우리나라는 GDP에서 차지하는 연금지출 비중이 2.2%로 34개국 중 32위다.(출처_한눈에보는연금 2015)
ⓒ OECD대한민국정책센터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의 문제는 고갈이 아니다. 너무 적은 연금지출이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적연금 지출액은 GDP 대비 2.2% 수준이다. OECD 34개국 중에 우리보다 연금지출이 적은 나라는 아이슬란드와 멕시코밖에 없다. OECD 평균보다 5.7%를 적게 지출하고 있는데 금액으로 환산하면 74조 원 정도 된다.

10% 이상 쓰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1년에 100조 원 이상 적게 쓰고 있다. 4대강으로 쓴 돈이 22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 차이가 얼마나 큰 차이인지 알 수 있다. 공적연금 지출이 적으니 자연스레 노인은 가난해진다. 그 결과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노인빈곤율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는 노인 절반이 가난한 나라다. 다같이 가난하면 나라가 가난해서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전체 빈곤율은 15%가 채 되지 않는다. 나라는 그럭저럭 잘살고 있는데 노인만 가난하다는 뜻이다. 이 문제 역시 해외는 그렇지 않다. 해외는 노인빈곤율과 전체 빈곤율의 차이가 크지 않은데 유독 우리나라만 차이가 크다.

국민연금법 1조는 국민연금 설립목적을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기금고갈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설립목적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때다.

주변에서 보는 노인 절반이 가난하게 살고 있으니 국민연금이 있어도 노후가 불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것은 기금이 고갈돼서가 아니라, 국민연금이 노후에 도움 되는 것을 주변에서 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600조 넘게 쌓아두고 고갈될까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이 돈을 가지고 어떻게 노후안정을 꾀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기금고갈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노후안정에 대한 대안이다.

불신의 이유 : 주변에서 국민연금이 노후에 도움 되는 것을 본 경험이 없기 때문

물론 노인 인구가 늘어나니 내는 돈도 올릴 수 있고 수령 시기도 늦출 수 있다. 그런데 일에도 순서가 있다. 사회보험과 세금은 다르다지만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실상 증세나 다름없다. 자산에 대한 과세, 기업에 대한 과세, 부유층에 대한 과세부터 제대로 하고 나서 서민들한테 손 벌리는 것이 순서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의 직역연금은 이미 예전부터 세금으로 메꾸고 있었음에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개혁이 이뤄졌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해야 될 것을 먼저 하고 나서 이야기를 해야 올린다고 해도 납득할 수 있다.

수령 시기를 늦추는 것도 마찬가지다. 67세든 68세든 늦추는 것 역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그때까지 국민연금 없이 살 수 있는 대안은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조기퇴직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없어서 비정규직, 일용직으로 전전긍긍하게 만들어놓고 연금 수령 시기만 늦춰버리니 분노할 수밖에 없다. 노후에 일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떠나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연금을 늦게 준다고 해도 기다릴 수 있다.

노인이 가난해서 OECD 노인자살률 1위인 나라에서 정작 노후를 책임진다는 국민연금은 수백조를 쌓아놓고도 고갈 걱정만 하고 있다. 노인빈곤율이 50% 가까이 되는 나라에서 연금을 계속 쌓아둬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나 아직도 국민연금을 증시부양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쌓아두기만 할 것이 아니라 쓸 생각을 해야 한다. 쌓인 돈으로 주식에만 투자할 것이 아니라 주거문제, 보육문제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 투자를 늘려보는 것은 어떨까?

노인을 위해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돈은 자꾸 더 걷어가고 주는 돈은 계속 줄이고 늦게 준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노인 빈곤은 단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이 돈을 안 쓰니 노인들은 계속 돈을 쥐고만 있어야 하고 부모세대의 부가 자녀세대한테 이전되지 않게 된다. 돈이 노인들 사이에서만 돈다. 돈이 없는 서민들은 부모가 밥을 굶으니 본인도 살기 빠듯한데 부모부양까지도 책임져야 한다. 그나마 조금 있는 돈마저 노인들한테 흘러간다.

지금의 노후빈곤 문제를 개인에게 전가하는 사이에 청년들 역시 미래가 불안해서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노후에 박스나 줍게 될 것 같은데 결혼하고 아이한테 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리 없다. 결국 노후빈곤 - 출산율 저하 – 연금재원 부족 - 노후빈곤의 악순환 고리에 갇히게 된다. 국민연금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이 출산율 저하인데 출산율이 낮아지는 원인은 외면한 채 기금고갈에 보험료 인상 이야기만 한다면 출산율은 더욱 악화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고갈은 좀 잊고 노후빈곤부터 해결해달라.


댓글2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사람들이 돈에 관해 올바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모두가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행복을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그날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