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양경용(89) 할아버지가 북측 가족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양경용(89) 할아버지가 북측 가족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윤흥규(92)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외조카손자 김상욱(38)씨의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윤흥규(92)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외조카손자 김상욱(38)씨의 가족사진을 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금강산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

동생의 이름을 지어준 형, 무릎을 베고 누워 자던 남동생이 한곳에 모였다. 남측 큰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북측 손자는 아버지의 손에 큰할아버지 그림을 들려 보냈다.

20일 금강산호텔에 마련된 남북이산가족 단체상봉장에서 남북이산가족은 지난 시절을 함께 떠올렸다. 서로 준비해온 사진을 하나하나 보며,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을 설명하기도 했다. 처음 만났을 때 다소 어색해하던 이들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손을 붙잡고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배순희(82) 할머니가 언니 배순복(87)과 동생 배순영(75)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배순희(82) 할머니가 언니 배순복(87)과 동생 배순영(75)을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두 시간 후에 다시 만나요"

북측 두 아들을 만난 권석(93) 할머니는 미소로 아들과 손자를 바라봤다. 두 손자는 '평양곡산공장'에서 받았다는 훈장 6개를 챙겨왔다. 처음 만나는 할머니에게 잘 살아왔다고, 자신들의 삶을 설명할 훈장이었다. 할머니는 그런 손자의 손을 부여잡았다.

손자(리윤·56)는 "할머니 나중에 또 보고 싶을 것"이라며 속삭였다. 이어 그는 "할머니 더 오래 사셔야죠. 그렇게 사시면 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68년 세월을 지나 마주한 두 시간은 짧았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단체 상봉이 오후 5시에 마무리되자 손자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니 2시간 있다가 다시 만나요"라며 여러 번 강조했다.

할머니 역시 손자들의 손을 놓지 못했다. 동행한 남측 딸이 "저녁 먹을 때 또 볼 거야"라고 말하고나서야 이내 그 손을 놓을 수 있었다.

큰할아버지를 보고 싶었던 조카는 상상 속의 할아버지를 그림에 담았다. 이문혁(95)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에서 조카를 만났다. 할아버지에게는 손자인 북측 조카의 어린 아들은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대신 손자 리웅번은 할아버지와 자신의 아버지가 만나는 모습을 연필로 그린 그림을 아버지의 손에 들렸다. '70년 만에 만나는 큰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손자 리웅번'이 적힌 그림이 할아버지에게 전달됐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홍정순(95)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조카 홍선희씨로부터 가족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홍정순(95)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조카 홍선희씨로부터 가족사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학진(80)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조카 최용순, 최용복씨와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학진(80)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조카 최용순, 최용복씨와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널 보니 마음이 놓인다"

김한일(91) 할아버지는 동생과 조카에게 북측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일을 확인했다. 어머니 제사상이라도 차리고 싶었지만 날을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조카에게 들은 날을 남측 아들에게 적어두라고 볼펜을 쥐여줬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가 몇 년이었는지 어머니는 그때 몇 살이었는지 묻고 또 물었다.

할아버지의 여동생(김영화·76)은 오빠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오빠 한 번만"이라며 자신이 들고 있던 물컵을 할아버지에 입에 갔다 댔다. 동생은 그렇게 오빠에게 물 한잔을 직접 먹일 수 있었다.

신재천 할아버지 역시 여동생에게 북측에 남아있던 어머니, 아버지의 소식을 들었다. 할아버지는 "엄마, 아버지한테 밥 한 그릇 못 해 드린 게 마음에 걸렸는데, 널 보니 마음이 놓인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할아버지는 여동생이 선물한 어머니 사진과 동생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동생의 얼굴에 어머니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딱 이 모습이야, 딱 보니까 그래. 피는 못 속여"라고 말했다. 이어 사진을 접어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마음으로 그렸던 어머니의 모습을 이제야 마주했다.

단체 상봉이 종료됐다는 안내가 나왔다. 남매는 어렵사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은 할아버지의 한복 옷고름을 매만지며 고쳐줬다. 먼저 자리를 뜨는 할아버지를 북측 동생은 하염없이 바라봤다. 두 시간 후 만날 텐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동생의 손수건이 계속 젖었다.

이날 단체상봉을 마친 남북이산가족은 오후 7시부터 북측이 주최한 환영만찬에서 마주했다. 오후 7시 17분경 시작된 만찬은 9시 19분경 마무리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다음날인 21일에는 숙소에서 오전에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회부, 신나리 입니다. 들려주세요.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