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 책표지
 <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 책표지
ⓒ 한빛비즈

관련사진보기

지인의 딸 A씨(아래 A)는 3년 전 출산 후 경기도의 한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그런데 산후조리실의 소음이 비교적 큰 편이라 제대로 쉴 수 없는 데다가 어느 날엔 보일러가 고장 나는 바람에 아기와 자신이 감기에 걸리면 어쩌나 신경 쓰이는 등 여러모로 불편했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인터넷 맘카페, SNS 등에 이용후기를 올렸다. 물론 자신이 겪은 사실을 바탕으로 한 글이었다. 그런데 그 산후조리원은 A씨를 통신법 관련으로 고소했다.

다행히 법원은 '해당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개인이 비방과 같은 목적으로가 아닌 향후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임산부들에게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글(지인의 말을 듣고 옮김)'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한동안 육아까지 포기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인터넷이나 SNS 등에 글쓰기가 쉬워지면서 A씨처럼 이용후기를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자칫하다간 이처럼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유죄를 선고받기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애초의 가해자에게 피해를 배상하거나 하는 등 2차, 3차 피해를 당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인의 딸 A씨의 이용후기는 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로 보인다. 게다가 없는 사실을 지어내 유포한 것도 아니니 더더욱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고소를 당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억울하지만 재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냥 참아야 할까?

<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한빛비즈 펴냄)은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에 공감하며 시작된 책이라고 한다.

모 기업의 성추행 피해자가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SNS에 호소하자 회사가 명예훼손으로 피해자를 고소했다. 이에 피해자는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데 회사는 사과나 진상 규명은커녕 성추행 피해자가 자살을 시도한 것 또한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며 2차 고소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어이없는 현실에 분노한 한 기자 지망생이 관련 공부를 해 쓴 책이다.

이와 같은 내용의 서문을 읽으며 올해 1월, 자신이 8년 전에 당한 성추행 사실과 그로 인한 불이익 등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떠올랐다. '만약 서지현 검사가 지인의 딸이나 위 사례자처럼 SNS에 호소하는 등과 같은 방법으로 알리고자 했다면?'의 물음과 함께 말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미투 운동으로 확산되는 등 반향이 컸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에 영향력이 높은 매체, 즉 알리는 방법을 제대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부당한 일을 당한 누구에게나 이러한 열려 있는 기회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사실을 제대로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것들을 알아야 할까?

한 변호사는 SNS 폭로가 권장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은 일반 명예훼손보다 훨씬 위중하게 다루며 이미 피해를 입었다면 법정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먼저 언론이 취재하는 방식 등 우회적으로 발산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가해자의 이름을 명시해서 SNS에 피해사실을 폭로하는 일은 공익 목적이 있거나 국민의 알 권리에 부합하는 등의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한 별개의 범죄행위다. 또한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규명할 때 판사로 하여금 자칫 예단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양형 등을 판단할 때 가해자가 피해자의 폭로로 입은 피해도 감안될 가능성이 높다.

'~에 대한 사과를 요구합니다'와 같은, 당사자 한명에게 전달하는 글을 인터넷상에 올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범죄행위에 해당되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더욱 지양해야 한다. 언론제보와 달리 SNS 게재는 타인의 필터링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사람의 경험은 감정적으로 기억된다. 순간의 기억으로 곧바로 글을 쓰게 되면 채선당사건, 240번 버스사건처럼 다른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41쪽.
       
 
책은 SNS나 인터넷 등과 같은 공간에 개인적으로 알리는 방법 언론이나 시민단체, 법 관련 기관 등을 통해 알리는 방법 등을 각각 명시한 후, 각 방식들의 장단점과, 제대로 알림으로써 마땅한 보상 등을 받으려면 반드시 알아야만 할 것들, 갖춰야만 할 것, 주의해야할 것 등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직장 내 성차별 및 성폭력 등을 상담할 수 있는 곳은 '일고민상담(02-706-5050)'과 '성폭력 상담(02-335-1858)'이 있다. 일고민상담소는 상담은 물론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겪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정보제공과 직접적인 대응활동을 지원한다.

성폭력상담소는 상담은 물론 재판 동행이나 의료비 지원, 보호시설 연계 등의 대응활동 등을 지원한다. 여성들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관련 지원단체로는 '여성민우회'가 있다.

직장 내 겪는 다방면의 갑질은 '직장갑질 119'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은 외에도 가정 내 폭력이나 아동 폭력, 군 인권 관련,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때, 특정인의 글로 명예훼손을 당했을 때, 지인의 딸처럼 이용후기를 올렸을 뿐인데 고소를 당했을 때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경우를 들어 설명, 제대로 알리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 쪽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되어 있다. 왼쪽에는 알리는 방식이나 도움 받을 수 있는 단체나 기관 등을, 오른쪽에는 관련 내용을 풀어 쓰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왼쪽 아랫 부분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나 기관 등의 연락처, 누리집 등이 소개되어 있다.
 <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 쪽구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되어 있다. 왼쪽에는 알리는 방식이나 도움 받을 수 있는 단체나 기관 등을, 오른쪽에는 관련 내용을 풀어 쓰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왼쪽 아랫 부분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단체나 기관 등의 연락처, 누리집 등이 소개되어 있다.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 책속 모습.
 <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 책속 모습.
ⓒ 김현자

관련사진보기


대부분 사례로 설명하고 있어서 훨씬 쉽게 와 닿는 느낌이다. 왼쪽에는 알리는 방식이나 관련 법규, 언론 제보 채널, 도움을 주는 기관 등을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정리했고 오른쪽에는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나 사례 등을 간단하고 명확하게 풀어 썼다(위 사진 참고). 필요할 때 누구나 쉽게 펼쳐 읽고 참고하는 데 좋을 것 같다.
(법률홈닥터는)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직관 등을 거점으로 변호사 자격자를 '법률주치의'로 두고 서민들의 접근성을 강화하여 1차 무료법률서비스(법률상담, 정보제공, 법 교육, 소송구조알선, 법률문서작성 등을 소송수임 없이 제공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전담하는 공익변호사를 말한다. 법률자문과 법 교육이 주요 업무이며, 필요할 경우 지자체 등의 사회복지망과 연계하여 취약계층의 법률문제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지원한다.

현재 전국 60개 지역의 시청, 구청, 사회복지협의회에 전문적인 법률홈닥터 60명이 배치되어 있으며 법률상담, 법 교육, 법률문서작성, 조력기관연계 등 무료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채권, 채무, 임대차, 이혼·친권·양육권, 상속·유언, 손해배상, 임금 및 근로관계, 개인회생·파산 등 생활전반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소송수행은 법률홈닥터의 업무범위가 아니다. 읍, 면, 동 단위의 마을변호사 서비스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59쪽 '법률홈닥터' 설명 전문)
         

법률홈닥터와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등 사회 약자들이 도움 받을 수 있는 단체들도 별도 페이지로 소개한다. 157쪽짜리 문고판 크기의 책이 매우 알차다.

덧붙이는 글 | <알리기 전에 알면 좋은 사실들>(홍태화 씀) | 한빛비즈 | 2018-03-20ㅣ정가:8800원.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