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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시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여 든 촛불이 2돌을 맞았다. 시민들은 지난 2년 동안 694번의 밤을 촛불로 밝혔다.
 김천시민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여 든 촛불이 2돌을 맞았다. 시민들은 지난 2년 동안 694번의 밤을 촛불로 밝혔다.
ⓒ 김천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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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밤 8시, 김천역 평화광장에서 694회째 '사드배치 결사반대 김천시민 촛불집회'가 열렸다. 2016년 8월 20일 경북 김천시 부곡동 강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첫 번째 촛불을 밝힌 뒤 꽉 찬 두 돌을 맞은 것이다. 거듭하는 말이거니와 그날, 강변에서 촛불을 밝힌 시민들 가운데 촛불이 두 해 동안이나 이어지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관련 글 : 사드(THAAD), '폭탄 돌리기'는 그만!]

그해 8월 31일 집회 장소를 김천역 광장으로 옮겨온 뒤, 이듬해 6월 16일 300일째 촛불을 밝히면서도 긴가민가한 시민들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8월 20일에 시민들은 촛불의 첫 돌을 심상하게 맞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의 변화는 더뎠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촛불은 잊히고 있었던 것이다.[관련 글 : 김천시민들이 밝힌 삼백예순다섯 번째 촛불]

김천시민대책위원회는 촛불 1년을 넘기면서 지난 365일을 돌아본 기록집 <힘내라 촛불아>를 펴내기도 했다. '김천 촛불 365일 너머'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1년여의 투쟁과 그 갈피에 담긴 분노와 눈물과 기쁨의 기록을 통해 시민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정리하고 성찰했다. [관련 기사 : "촛불 내리는 순간 김천은 전쟁도화선 된다"]

 2016년 8월 20일 김천시 부곡동 강변공원에서 첫 번째 사드 배치 반대의 촛불이 밝혀졌다.
 2016년 8월 20일 김천시 부곡동 강변공원에서 첫 번째 사드 배치 반대의 촛불이 밝혀졌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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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8월 20일, 김천시민들은 김천역 앞 평화광장에서 365번째 촛불을 밝혔다.
 2017년 8월 20일, 김천시민들은 김천역 앞 평화광장에서 365번째 촛불을 밝혔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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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1년이 훌쩍 지나갔다. 상황은 특별히 변하지 않았고 외롭게 싸우는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주민들과의 연대로 시민들은 또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당연히 두 돌을 맞는 김천의 촛불은 730회라야 하지만 649회에 그치는 것은 지난 7월 1일 680회부터 매일 밝히던 촛불을 주 2회로 줄였기 때문이다.

김천시민이 밝힌 육백아흔네 번의 밤

19일 김천역 평화광장은 소성리 주민들과 소성리 진밭교 앞 평화교당에서 527일째 농성을 벌여온 원불교 교무들,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 대구와 인근 시군에서 달려온 이들로 3백여 명이 금방 찼다. 정의당의 김종대 의원, 민중당의 김종훈 의원, 김충섭 김천시장과 장세용 구미시장 등이 격려차 현장을 찾았다.

 김천 촛불 2주년은 694회 촛불로 밝혀졌다. 2년이면 730회라야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주 2회로 집회를 줄였기 때문이다.
 김천 촛불 2주년은 694회 촛불로 밝혀졌다. 2년이면 730회라야 하지만 지난 7월부터 주 2회로 집회를 줄였기 때문이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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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천 촛불 2돌에는 국회에서 정의당 김종대, 민중당 김종훈 의원, 김충섭 김천시장과 장세용 구미시장 등이 격려차 참석했다. 이들이 두 번째 줄에 앉아 있다.
 김천 촛불 2돌에는 국회에서 정의당 김종대, 민중당 김종훈 의원, 김충섭 김천시장과 장세용 구미시장 등이 격려차 참석했다. 이들이 두 번째 줄에 앉아 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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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말이 694회지 그동안 하늘에 주먹질해대며 지겹도록 되씹고 외친 소리는 점 하나 획 하나 다르지 않은 '사드 배치 반대'고, '사드 가고 평화 오라'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집회는 늘 그렇듯 예사롭지 않은 열기로 이어졌다.

집회 분위기는 2년 동안 끌어온 집회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기에 차 있다. 육백아흔네 번째 묵고 묵은 집회를 새 집회처럼 치러내는 시민들의 열정은 경이롭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것은 '김천시민들의 도저한 낙관주의'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애당초 집회에 가면서 나는 집회 참석자들을 따로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집회가 진행 중이고 저마다 맡은 역할이 있는바 달리 짬을 내달라기가 어려웠다. 궁리 끝에 나는 대책위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에게 부탁하여 이들 실무진에게 몇 가지 질문을 보내어 그 답을 받았다.

내 질문은 이들이 정답을 의식하지 않고 솔직한 자기 속내를 밝혀주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내 질문은 ① 2년이 되었다. 이렇게 오래 끌 줄 알았나? 심정은? ② 이렇게 오랫동안 시민들을 싸우게 한 힘의 원천은 무어라고 보나? ③ 무엇이 희망이라고 생각하나? 무엇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까? ④ 일반의 관심에서 사드는 멀어졌다. 싸움의 끝을 볼 확신은 있는가? ⑤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등 다섯 가지였다.

 촛불을 밝힌 지 2년을 맞았지만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열정은 여전했다. 이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집회에 집중했다.
 촛불을 밝힌 지 2년을 맞았지만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의 열정은 여전했다. 이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집회에 집중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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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돌을 맞는 김천 촛불에는 소성리 주민과 원불교 교무들, 그리고 인근 시군에서 온 시민단체 회원 등 3백여 명이 참석했다.
 2돌을 맞는 김천 촛불에는 소성리 주민과 원불교 교무들, 그리고 인근 시군에서 온 시민단체 회원 등 3백여 명이 참석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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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솔직하게 자기 의견을 밝혀주었는데, 이들 가운데 실제 대중운동의 경험을 가진 이는 노조 활동을 한 사람은 한둘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주부거나 평범한 직장인 등이었다. 이들은 실명을 밝혀주었으나 실명 대신 대책위 안에서 맡은 직책이나 역할로 표기한다. 율동맘은 세 사람이 참여했다.

"정말,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다"

대다수가 무려 2년이나 끌게 될 거라는 걸 '몰랐다'고 답했다. "한두 달 하면 끝날 줄 알았다."(사무차장)라거나 "금방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고 했다. 하루하루가 쌓여 2년이 되면서 '투쟁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사무국장)고도 고백했다.

율동 맘으로 활동하는 한 여성은 대중집회에 난생 처음 참여해 보았다며, "박근혜 정권이 바뀌고도 그 결과가 똑같이 가고 있어 참담하다"며 아픈 속내를 드러냈다. 한 퇴직 교원은 "1년 안에 끝날 줄 알았다. 처음에는 광장에 천 명 이상 모였으므로 결집한 시민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울분과 분노, 허탈과 좌절의 시간을 지나와서인지 비교적 담담하게 참여하고 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도 이들의 낙관은 빛났다. "지금까지 함께 이끌어 와주신 모든 분이 존경스럽다"(율동 맘)라거나 "답답하고 가슴 아프지만 힘들지 않다. 지금은 즐기는 마음으로 광장에 나가고 있다. 좋은 사람들 만나러 가는 길이 즐겁다"고 한 이는 집안 3대가 집회에 나오는, 율동 맘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농민이다.

힘의 원천은 '아이들, 내 고향', 혹은 '시민과 주권의식'

오랜 투쟁을 가능하게 한 '힘의 원천'으로 '시민의식의 성장, 깨어난 주권의식'(기록팀), '주권자로 불법 사드를 용인할 수 없었던 정의'(시민), '연대 원칙과 절차가 무시되는 데 대한 자존감'(사무차장)이라 답하거나 '국민을 무시한 정부에 대한 배신감'(대외협력팀), '불필요한 사드의 불법성'을 들기도 했다.

 촛불집회는 는 율동을 담당하는 '율동 맘'과 그들의 아이들이 선보이는 율동으로 한결 빛난다. 함께 춤추는 부모들과 아이들.
 촛불집회는 는 율동을 담당하는 '율동 맘'과 그들의 아이들이 선보이는 율동으로 한결 빛난다. 함께 춤추는 부모들과 아이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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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내 고향'(부위원장), '내 집을 지키는 일'(율동 맘), '내 고향 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애정과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으려는 소명감'(율동 맘), '힘들지만 가야만 하는 길임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 등이 평이하면서도 인상적인 반응이었다. 이는 이념적 시각이 아니라 삶의 터전을 평화롭게 가꾸겠다는 소박한 소망에서 이들의 투쟁이 비롯했다는 방증이다.

'희망'에 대한 질문에는 '남북화해, 평화협정, 종전선언'을 드는 이(대외협력팀, 사무차장, 율동 맘, 부위원장, 사무국장)가 많았다. 역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진전이 열쇠가 되리라는 판단이다. '미국과 중국의 합의와 협력, 주변국들의 지지'(기록팀)를 꼽는 이도 있었다.

한 율동 맘은 '우리가 모이고 있는 자체, 스스로가 희망'이라고 답했고, 시민은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들었다. 그는 "안중근이, 이봉창이 희망을 보고 자기를 포기했겠는가? 안 되는 것은 죽어도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힘들지만 2년이 아깝지 아니한가?"

'싸움의 끝'에 대한 '확신'을 묻자 '함께하는 길이므로 끝까지 갈 수 있다.'(기록팀), '시기가 문제일 뿐 사드는 철회될 것'(사무국장)이라고 답하거나, '명분도 없는 이 싸움, 끝이 있지 않을까?'(부위원장)하고 되묻기도 하면서 의지를 추슬렀다.

"무엇보다도 견디기 힘든 건 주변에서 '다 끝난 거 뭐하고 있냐'고 물을 때지요."(율동 맘)

"솔직히 자신이 없다. 언제까지 될 거라는 건 '희망 고문' 같아서 싫다."(율동 맘)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흔들리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하지만 한편, 청년 농부로 열심히 싸우고 있는 사무차장은 "힘들지만 2년이 아깝지 아니한가?"하고 눙치며 마음을 다잡는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지나온 시간을 무위로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율동 맘은 "시간이 많이 흐르면 당연히 관심은 없어진다. 사드에 관심이 멀어졌다고 해서 사드 배치 정당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하지 못한 일들은 시간과 세간의 관심과 상관없이 바로잡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퇴직 교원은 사드 반대가 "군사주권을 실현하는 길이며 전쟁을 막고 평화로 가는 길이다. 또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시민들은 당당하고 떳떳하게 남은 길을 갈 것이다"라고 원론을 환기해 주었다.

'문재인 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응답자 대부분이 기대를 드러냈다. '쉽지만은 않지만 대통령 의지에 달려 있다.'(대외협력팀), '이 정권이 아니면 풀 수 없을 듯'(사무차장), '임시배치를 선택한 정부지만 현재의 평화 무드를 만들어낸 것도 현 정부다'(부위원장)는 답변은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기대

'미국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사무국장)는 주문과 함께 "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믿는다."(율동 맘)고 기대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이도 있었다. 현 정부 들어서 사드 배치와 후속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후보 시절 대통령의 약속에 대한 믿음이 남아 있는 셈이다. 정부에 대한 기대를 철회하고 실망감을 적대적 대응으로 바꾸는 대신 이들은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의지를 믿고 싶어 하는 듯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에 대한 고민과 대안을 생각하는 듯싶다. 남북평화에 화해 무드 조성과 여러 협력장치를 마련하는 것들을 보면 나름 큰 틀을 향해 움직이고 있음이 느껴진다."(율동 맘)

"문재인 정부 스스로는 이 문제를 풀 수 없겠지만 북미 관계의 중재자와 조정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면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민족끼리의 교류확대를 통한 신뢰회복은 무엇보다 우선적 과제이다."(퇴직 교원)


 집회는 참가자들이 통일기차 놀이를 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다음날(20일)이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날이어서 참가자들이 기차놀이로 통일과 평화를 기원했다.
 집회는 참가자들이 통일기차 놀이를 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다음날(20일)이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이 상봉하는 날이어서 참가자들이 기차놀이로 통일과 평화를 기원했다.
ⓒ 장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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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는 '내일(8월 20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있다는 걸 환기하면서 참가자 모두가 일어나 앞으로 전개될 남북관계의 발전을 기원하는 '통일 기차' 놀이로 마무리되었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김천시민과 이웃 동네에서 온 사람들이 어울려 평화광장을 한 바퀴 돌았다.

오는 22일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집회는 막을 내렸다. 오늘 금강산에선 이산가족들이 눈물의 상봉을 했고, 곧 남북정상회담도 성사되리라 한다. 9월 6일에는 미국의 폼페오 국무장관이 비핵화 후속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해졌다.

김천시민들이 희망의 근거로 제시한 남북관계, 북미 관계의 진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따위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사람들은 시방 조바심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들이 2년 동안이나 밝힌 촛불의 소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밤이 필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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