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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모노레일로 운행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 지역에 모노레일을 추진한다고 밝혔을 때 이 모노레일을 떠올린 시민들도 많을 것이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은 모노레일로 운행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 지역에 모노레일을 추진한다고 밝혔을 때 이 모노레일을 떠올린 시민들도 많을 것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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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동안 거주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19일 옥탑방살이를 끝내며 연 기자회견에서 서울 강북지역의 경전철을 우선착공하고, 모노레일과 곤돌라 등 다양한 교통보조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강북지역의 경우 경사가 특히 높은 지역이 적지 않아 계단 등을 이용해 통행해야만 하는 지역이 많아 내린 처방인 셈이다.

하지만 하나의 단어가 머릿속을 맴돈다. 경전철이야 서울 우이신설선, 경기 의정부 등에서 운행되고 있고 곤돌라는 흔히 말하는 '케이블카'와 같은 시스템이라지만 모노레일은 특히 접하기 어렵다. 대구 3호선이나 도쿄 모노레일과 같은 커다란 모노레일을 달동네 한 가운데에 넣는 것도 아니라면, 서울특별시에서 이번에 추진한다는 모노레일은 대체 어떤 의미인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부산에서도, 정선에서도 다니는 '이 모노레일'

2014년부터 부산 중구 영주동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부산 영주동 모노레일이 승객을 싣고 있다. 모노레일 뒤로 부산 시가지의 풍경이 보인다.
 2014년부터 부산 중구 영주동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부산 영주동 모노레일이 승객을 싣고 있다. 모노레일 뒤로 부산 시가지의 풍경이 보인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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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에서 추진하는 모노레일은 '경사형 모노레일'이다. 대구 지하철 3호선이나 도쿄 모노레일 등이 당당한 경전철 노선으로 취급받는 데 비해 경사형 모노레일은 궤도로 취급된다. 이 모노레일에서는 한 대의 차량이 엘리베이터처럼 경사진 모노레일 선로를 오르내리며 승객들을 무인으로 태우고 오르내린다. 엘리베이터처럼 보이고, 모노레일처럼도 보이는 특이한 절충형 교통수단인 셈이다.

경사형 모노레일은 이미 국내에서도 여럿 다니고 있다. 부산광역시 영주동과 동구 168계단에 두 개가 2014년과 2016년 연달아 개통하여 시민들을 위한 대중교통수단이자 부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관광수단이 되어주고 있고, 정선군 고한읍의 강원랜드 사원아파트와 고한읍내를 이어주는 모노레일도 2009년에 개통되어 고한읍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이들 모노레일은 고지대와 저지대를 잇는 교통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많은 주민들을 실어나른다. 특히 계단을 이용할 수 없거나, 계단 이용이 어려워 멀리 돌아가야만 하는 장애인이나 노약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공간 역시 적게 차지한다. 차량이 오갈 수 있는 모노레일 선로 등의 공간과 정거장 공간 정도만 있으면 어떤 곳에서든 모노레일을 만들 수 있어 경제적이다.

편의성은 높이고 방문객도 생겨나고

부산 동구 이바구길의 상징 '초량동 168계단 모노레일'이 산복도로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설치한 모노레일은 어느새 부산의 주요 관광지가 되었다.
 부산 동구 이바구길의 상징 '초량동 168계단 모노레일'이 산복도로 정상을 향해 오르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설치한 모노레일은 어느새 부산의 주요 관광지가 되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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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은 지역주민들의 교통 편의를 증진시키기도 하지만, 그 지역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관광명소가 되기도 한다. 모노레일 자체가 갖고 있는 특유의 탁 트인 시야 때문이다. 모노레일인 대구 3호선이 대구의 명물이 되고, 일본 오키나와의 '유이레일'이 오키나와를 찾는 이들이 꼭 타보는 열차인 것, 그리고 국내의 각 지자체에서 관광 모노레일을 운행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경사형 모노레일도 그러한 사례가 있다. 부산 동구 168계단 모노레일이 그렇다. 1950년대 피난민들이 정착한 부산 초량동의 168개의 계단을 두세 번씩 쉬어가며 오르내리던 부두 노동자들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관련 전시관, 체험시설이나 전망대 등이 마련되어 168계단 모노레일의 개통과 함께 사람들의 큰 인기를 끌어냈고, 현재는 부산의 대표 관광코스 중 하나가 되었다.

서울시 내의 계단에서도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가장 먼저 경사형 모노레일이 설치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해방촌 108계단은 일본인들의 거주지로 시작하여 외국인들이 살기 시작하고, 다시 한국인들의 '핫플레이스'가 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형태로 전망대나 전시관 등을 마련하면 주민 편의도 잡고 시민들의 볼거리도 잡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셈이 된다.

다만 '주객전도'가 문제될 수 있다.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모노레일이 관광객들로 인해 설치하지 않았으니만 못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약자나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여 가장 먼저 필요한 지역에서 먼저 도입하거나, 지역 주민 외에는 교통카드 등으로 요금을 내는 지불 시스템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심야버스'가 시간 이었다면 모노레일은 공간 이어주길

심야버스는 민선 5기 박원순 시장 체제의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 서울 시민들의 '밤의 발' 심야버스 심야버스는 민선 5기 박원순 시장 체제의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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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첫 임기를 보냈던 민선 5기 최고의 정책은 단연 심야버스라 할 수 있다. 심야에는 대중교통의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뭇 사람들의 말을 심야버스가 서울특별시 내를 거미줄처럼 이으며 해결했기 때문이다. 민선 7기에는 도로가 좁고 가파르며, 계단이 있다는 등의 공간상의 이유로 대중교통의 혜택을 입지 못하는 지역에 경사형 모노레일이 추진된다.

경사형 모노레일은 특히 설치 지역의 노년층, 장애인 등 기존의 교통 소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반가운 점은 강북 지역에 이러한 시설들이 우선추진된다는 점이다. 산지가 많고 차량이 드나들기 어려운 골목길이 많은 강북의 특성상 경사형 모노레일의 도입은 이들 지역민들에게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박원순 시장의 옥탑방 한 달 살이를 통해 나온 뜻깊은 정책인 셈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다양한 대중교통 정책이 서울특별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치적 쌓기 좋은 커다란 지하철 등은 이미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부산, 정선 등의 경사형 모노레일이나 경기도의 '따복버스'만큼 효율적이고, 실제 이용객들에게 환영받을만한 정책을 강구해주길 바란다.


태그:#모노레일, #서울특별시, #교통정책, #산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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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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