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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프리랜서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 [편집자말]
어느 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이웃집 중학생 아이1. 거울을 보고 열심히 화장을 고치고 있다. 이를 본 이웃 중학생 아이2.

"넌 얼굴이 예뻐서 좋겠다."
"아이 참... 언니, 언니도 예쁘잖아요."
"아냐. 넌 얼굴도 하얗고... 화장하니까 더 이쁘다."

 화장하고 싶은 아이 마음도 알아주세요
 화장하고 싶은 아이 마음도 알아주세요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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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근길에 보고 들은 목격담을 그대로 옮긴 거다. 누가 보든 말든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을 하는 아이1도 놀랐지만, 아이2의 말이 더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열두살 딸아이를 둔 아는 동생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사춘기가 시작됐는지 어느 날은 '엄마 난 별로 안 예쁜 것 같아', '친구 OO보다 안 예뻐'란 말을 하는 거야. 그렇지 않다고 너도 예쁘다고 말했는데, 조금 속상했어."
"내가 다 속상하다야... 근데 외모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에게 '너도 예뻐'라는 말은 그다지 공감되지 않을 것 같아. 그런 뻔한 말 말고 다르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을까?"
"외모는 상대적인 거라는 말도 해주고. 넌 피구를 그 친구보다 잘하지 않냐는 말도 해줬는데, 크게 수긍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

- 아... 심샘. 아이들 키우면서 이럴 때 정말 속상한 것 같아요. 저희 둘째 아이가 7세때, 어린이집 친구 아빠가 "너는 얼굴이 네모나구나"라고 했다면서, "내 얼굴은 네모네" 하고 말하는데 화가 날 지경이었어요. 그날부터 아이는 스스로 얼굴이 '네모나다'고 생각해요. 외모에 자신 없어 하고요. 그 아빠는 왜 애한테 그런 말을 했는지, 네모면 어떻고 세모면 어때요?
"격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에요! 제 이야기만 풀어도 4박 5일은 걸릴 텐데... 저 역시 어렸을 때 외모에 대한 평가와 비교하는 말을 많이 들으며 자랐던 기억이 나요.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차례 얼평(얼굴평가)을 들은 후부터 점점 외모에 자신이 없어지고 위축이 되곤 했어요. 스스로를 좋아하기가 참 힘들더라구요. 외모 때문에, 그게 뭐라고!"

- 저도 그랬어요. 엄마가 지금도 그렇지만, 저 키울 때는 훨씬 더 예쁘셨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절더러 엄마 닮았다고 하면 왠지 아닌데, 놀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어요. 위축되고. 사춘기 때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심샘도 큰아이가 외모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제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갑자기 살이 쪘어요. 그걸 보고 주변 어른들과 같은 반 친구들이 '살이 쪄서 미워졌다', '남자애도 아니고 여자애가 배가 나와서 어떻게 하냐', '야 이 돼지야!' 등과 같은 말을 쉽게 하는 거예요.

아이가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자신의 몸이 예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3학년인데 아무 생각 없이 노는 듯해도 외모 이야기가 나오면 자기 외모를 개그 소재로 삼으며 '셀프 디스'를 해요. 종종 자신의 몸이 싫다며 울먹이기도 하고요. 그걸 지켜보는 제 마음도 사실 편치만은 않아요(배 나온 게 어때서!)."

-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한국사회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외모가 미치는 영향이 참 큰 곳같아요.
"그렇죠. 그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외모로 인해 생기는 특권과 차별 등을 경험하기도 쉬워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다른 사람 또는 사회가 원하는 외모 기준에 날 맞추려고 지나치게 애쓰게 되거나, 맞추지 못해 스스로를 혐오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나아가 자녀들이 외모 때문에 받게 될 스트레스와 차별이 두려워 외모에 대한 부담과 압박을 주기도 쉽지요.

하지만 우리가 바라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그런데도 그게 무엇이든 일단 기준이 되어버리면 그 기준과 다른 모습들은 '틀리'거나 '모자란' 것으로 취급받는 부작용이 따라와요. 사람은 그 모습과 매력이 다르고 가진 재능도 다양한데 정해진 미의 틀 속에서 서로를 평가하고 심지어 외모로만 사람 자체를 판단하다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에요."

- 아이들도 아이돌 그룹을 보며 얼평하는 걸 들어보면 좀 걱정스러워요. 어느 남자 아이돌을 보고 '극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표현이 친구 관계에서도 튀어나올 수 있잖아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무심히 혹은 농담이라고 던진 말에 듣는 사람의 내면이 멍들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그걸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 하고요.

특히 외모 자체가 특권이자 능력이자 인성으로까지 평가받는 사회라면 상대의 생김새에 대한 말은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실제 폭력이 되기도 하구요. 일부러 좋은 말만 할 필요도 없지만 '평가'나 '지적'은 더더욱 조심하기!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시작이에요. 당장 부모들부터 자녀들 '얼평'하지 말자고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제일 크다는 거 꼭 기억하셔야 해요."

- 하하, 제 어릴 적 일이 딱 그 경우네요. 어릴 적에 엄마한테 예쁘다는 말을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어요. 당연히 스스로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죠. 그런 경험 때문인지, 저는 일부러 아이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해요. 가끔 아이들 얼굴을 빤히 볼 때가 있는데, "엄마 왜 그렇게 봐?" 하고 물으면, "너가 참 예쁘고 좋아서"라고 말해요. 그렇게 말해주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는데, 좀 크더니 별로 안 믿는 눈치에요. 진짠데.
"제 생각해도 '너도 예뻐' 이런 말은 별로 위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건 마치 열심히 다이어트 중인데 '뺄 살이 어딨니?'라고 말하는 거랑 같은 거 같아요. 말 한마디로 스스로를 좋아하게 되고 자신감 뿜뿜 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어떻게든 자신감을 회복 시켜주고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덮어놓고 "예쁘다"고만 말한다고 위로가 되거나 생각이 쉽게 달라지는 거 같지는 않아요. 때로는 더 심한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구요.(덜덜~)

저희 큰 아이도 제가 무조건 이쁘다고 말하면 "아니거든!", "엄마 눈에나 그렇지!!"라며 받아치는 걸 보면 부모의 눈은 객관적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해요. 그게 사실이기도 하구요. 어렸을 때를 돌아보면 (착한)어른들이 '안 꾸며도 이쁘다', '화장 안 해도 이쁘다', '그냥 이쁘다' 같은 말을 해주셨는데 별로 들리지 않고 결국 내 생각, 내가 원하는 걸 더 중요하게 여겼던 거 같아요.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게 되었지만요."

 너는 너대로 좋다, 그거면 된다.
 너는 너대로 좋다, 그거면 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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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모로 고민하는 아이들,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요?
"여기서 잠깐, 궁금한 점이 있어요. 아이들은 정말 예뻐지고 싶은 걸까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예뻐지고'만' 싶은 걸까요? 어느 날 큰 아이와 같이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이 었어요. 통통한 자기 몸이 싫다는 이야기를 하던 아이가 갑자기 "엄마, 나는 서영(가명)이가 부러워"라고 하길래 (서영이는 친한 친구인데 아이보다 조금 더 통통한 친구예요) 제가 "왜?(서영이가 너보다 더 통통한데..?)"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아이가 "응, 서영이는 그런 자기 몸을 사랑해"라고 하더라구요.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단순히 예뻐지고 싶고 예뻐 보이고 싶은 게 아니라, 어떤 모습이냐에 상관없이 아이는 '스스로를 좋아하고 싶은 거였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달까요."

- 아, 아이들에게 또 하나 배우네요. 애초에 외모 때문에 고통받는 세상에서 살지 않게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스스로를 못나게 여기고 예뻐지고 싶은 마음,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마음을 인정해주고 공감해 주면 좋겠어요. 너무 속상해 하지도 너무 걱정하지도 않는 태도로 담담히 "너의 기준엔 너가 안 예쁠 수 있지. 그래서 속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물론 내 눈엔 예쁘지만" 이라거나 "누구누구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넌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 그리고 그 모습이 난 좋아. 너도 언젠가 엄마 말이 뭔지 알게 될 걸?" 하고 말해주면 충분할 거 같아요.

꾸준하고 일관적인 태도로 우리의 가치관을 표현한다면 아이들은 당장엔 듣지 않는 듯해도 마음 속 어느 공간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며 힘을 얻을 거예요.

두 번째로 아이들에게도 좌충우돌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세상을 원망하거나, 예쁜 기준에 맞추려고 더 열심히 화장을 하거나 성형을 위해 돈을 차곡차곡 모을 수도 있어요. 또는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가진 것들 안에서 스스로를 좋아하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겠죠. 이 모든 과정을 다 겪을 수도 있어요.

그때마다, 때로는 잔소리를 하고 고성이 오갈지라도, 기본적으로는 아이들의 선택을 지켜보고 믿어주고 기다려 주세요. 아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나은 생각과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보게 될 거예요. 오래 걸리더라도 꼭 기다려 주세요(허벅지 꽉 꼬집고)!

마지막으로 부모가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는 스스로를 좋아하라고 하면서 우리는 자신을 비하하거나 타인의 외모를 생각없이 평가해 버린다면 우리가 하는 어떤 좋은 이야기도 아이들에게 들리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말하는 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가져 오지 않을까요?"

- 아, 제가 최근에 운동하는 모습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엄마가 운동 왜 하는 것 같아?"라고 물은 적 있어요. 모두 한 목소리로 "뱃살 빼려고!" 할 때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때 그렇게 말했어요. "엄마는 지금 몸이 좋아. 운동은 꼭 살을 빼려고만 하는 건 아냐! 운동을 안 하니까 체력이 너무 달려서 힘들어. 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지. 그래서 너희들도 하라고 하는 거야"라고.
"오, 좋은 방법이에요. 아이들이 당장은 안 믿어줄지도 모르지만 다른 이유보다 나 스스로를 아끼고, 아끼는 방식으로써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대화하는 건 필요한 것 같아요. 대신 꾸준-히 하셔야 해요. ^^

앞서 말했지만 세상의 기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 수 있어요. 혼자서는 더욱 힘들겠지요. 하지만 외모와 상관없이 나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우리를 조이는 잘못된 외모의 코르셋을 벗어던지자고 말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따라서 세상도 점점 달라지고 있고요.

이런 변화 속에서 조금이라도 자유를 맛보고 외모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다른 무엇으로도 사랑받고 사랑하는 경험이 생긴다면, 작은 용기가 큰 용기로 이어지고 그 용기를 통해 '그 무엇'이 없을 때라도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점점 더 커질 거라 믿어요. 얼굴이 세모든 네모든 별모양이든 자기 모습에 만족하며 사는 그런 세상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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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