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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의원 "이대로라면 TV조선은행도, 삼성은행도 가능하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TV조선 은행 혹은 삼성전자 은행.'

정부·여당의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 방침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이들이 전망한 '어두운 미래'다. 이는 단순히 정부·여당의 방침을 막기 위해 만든 '프레임'이 아니었다. 그만큼 허술하게 인터넷 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와 관련된 법안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현재 정부는 삼성에게 은행을 줄까, 언론에게 은행을 줄까 하는 꽃놀이패를 들고 고민 중"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졸속과 편법, 말바꾸기로 점철된 이번 은산분리 규제완화 논의는 최소한 충분한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라며 관련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이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앞서도 이들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완화 방침은 대선공약 파기'라면서 반대 입장을 편 바 있다(관련 기사 : '조선'의 극찬과 정의당의 반대... 사이에 놓인 '은산분리' 완화).

그러나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재벌이나 산업자본이 무리하게 은행자본으로 들어올 여지는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뒀다"라면서 강행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이번 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의결권 기준 지분 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34~50%로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추 의원 등이 이날 다시 국회에 모인 까닭이었다. 특히 추 의원은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한 정부·여당의 발언은 말잔치에 불과하다"라면서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안전장치 있다? 1993년 삼성은 이미 성공했다"

추혜선 의원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정부·여당이 앞세운 '명분'이었다. 그는 "(정부·여당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막혀 성장성을 막고 있다고 했지만 자금조달 문제는 모든 인터넷 전문은행의 문제가 아니라 케이뱅크의 증자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케이뱅크는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자금조달 문제를 거론하고 예정했던 1600억 원의 증자도 제대로 못해 1300억 원만 조달했다"라며 "애초 케이뱅크가 자금조달 계획을 거짓으로 제출한 것이고, 금융위원회가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인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금융위가 처음부터 철저히 심사해서 인가를 내줬다면 문제가 없었을 케이뱅크의 자금조달 문제를 놓고 은산분리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거론되는 특례법은 이런 잘못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하지 않고 자동으로 면죄부를 발급하는 것"이라며 "설사 특례법을 처리한다고 해도 기존 인터넷 전문은행은 현재 은행법상 면허를 반납하고 새롭게 인가를 신청해야 한다"라고도 주장했다.

추 의원이 두 번째로 지적한 것은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고 대주주의 주식 등 지분증권 취득을 제한하면 된다"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에 대해 "열 명의 경찰이 한 명의 도둑을 막기 어렵다"는 말로 반박했다. 무엇보다 그는 1993년 승용차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삼성그룹에서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 기아자동차 주식을 매집했던 일을 그 사례로 들었다.

추 의원은 "이 때 삼성의 금융계열사는 모두 고객의 권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주주의 뜻에 따라 자산을 운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대주주에 대한 대출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삼성 계열 회사의 주식을 인수해 준 것도 아니다"라며 "즉 현재의 두 가지 안전장치를 모두 회피하여 총수가 금융기관 돈을 자기 돈처럼 사용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ICT 기업에게만 허용? TV조선과 삼성전자도 ICT 기업"
추혜선 의원, 은산분리 규제완화 중단 촉구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완화 법안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경실련과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도 함께했다. ⓒ 남소연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에게만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허용하겠다"라는 정부·여당의 설명 역시 부실한 논의 과정을 드러내는 사례였다. 특히 앞서 거론했던 TV조선 은행 혹은 삼성전자 은행의 가능성과 연관된 대목이었다.

추혜선 의원은 이를 카카오를 의식한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애초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의 진출을 막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지만, 김범수 의장을 총수로 한 카카오의 자산이 현재 8조5000억 원에 달해 카카오뱅크를 계열사로 편입할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10조 원에 근접하게 되기 때문에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에서 'ICT 기업에게만'으로 말을 바꿨다는 주장이었다.

게다가 이러한 '말 바꾸기'가 상황을 더욱 꼬아버렸다고도 지적했다. 삼성SDS나 SK텔레콤 등의 대기업 집단을 ICT 기업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통계청의 산업분류 기준에 따르더라도 모호한 규정이긴 마찬가지다.

통계청 산업분류 중 '특수분류'엔 반도체·휴대전화·액정표시장치 등이 모두 망라돼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까지 ICT 기업으로 분류된다. '표준분류'에 따르면 신문·방송 등이 망라돼 있어 TV조선 등 종합편성채널까지 ICT 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삼성전자 은행과 TV조선 은행이 '소설'이 아닌 까닭이다.

이와 관련, 전성인 교수는 당초 정부·여당의 예상과 달리 카카오마저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M이 지난 2016년 말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1억 원의 벌금형을 받은 사실이 보도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의 실질적 대주주인 KT 역시 벌금형 문제로 추가 증자를 통한 지분 확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의 실질적 대주주인 카카오마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남은 곳은 통계청 산업분류의 '표준분류'를 적용할 땐 신문·잡지사이고 '특수분류'를 적용할 땐 삼성전자다"라며 "이는 은산분리 완화 목적으로 표방한 고용확산이나 중금리 대출확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은산분리 완화, #추혜선, #카카오, #TV조선, #인터넷전무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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