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농구 NBA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최근 두 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톰슨, 드레이먼드 그린으로 이어지는 올스타 트로이카를 보유하고도 2015-2016 시즌 파이널에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에 리그 최고의 득점 기계 케빈 듀란트를 영입하며 전력을 대폭 강화했고 덕분에 완전무결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사실 골든스테이트는 듀란트가 없던 2015-2016 시즌에도 정규 리그 역대 최고 승률을 세웠을 만큼 충분히 강한 팀이었다. 하지만 가드를 능가하는 슈팅과 빅맨에 버금가는 높이를 가진 듀란트가 가세하면서 골든스테이트는 누구도 넘보지 못할 전력을 완성했다. 물론 그 대단한 듀란트 역시 합류 초기에는 새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기 위한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이렇듯 농구는 아무리 대단한 스타 선수가 팀에 합류한다 해도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시너지 효과를 올려야 승리할 수 있는 스포츠다. 그런데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개막을 앞두고, 심지어 개막 이후 스타 선수를 급하게 엔트리에 포함시킨 나라가 2개국이나 있다. NBA리거 조던 클락슨이 합류한 필리핀 남자농구와 박지수가 가세할 예정인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이다.

필리핀 선수들과 한 번도 뛰어 보지 않은 NBA리거 클락슨

이번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까지 출전 선수 중 최고의 스타는 단연 토트넘 홋스퍼 FC의 주전 공격수 손흥민이었다. 세계 최고의 빅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상위권팀 토트넘에서 지난 세 시즌 동안 47골을 기록했던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참가는 연령별 대회로 열리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최고의 화젯거리였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언론들에서 손흥민의 병역 혜택 여부를 걱정(?)해 줬을 정도다.

하지만 손흥민에게 쏠린 적극적인 관심은 대회가 임박할수록 미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클리블랜드의 슈팅가드 조던 클락슨에게로 넘어갔다. 2014년 LA 레이커스에 입단한 클락슨은 NBA에서 네 시즌 동안 활약하면서 평균 14.1득점 3.2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다. NBA의 확실한 주전은 아니지만 식스맨으로 출전해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은 세계 최고의 NBA무대에서도 충분히 검증됐다.

지난 2016년 7월 레이커스와 4년5000만 달러(한화 약 560억 원)의 계약을 체결한 클락슨은 다가올 2018-2019 시즌 125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을 예정이다. 한화로 약 142억 원에 달하는 거액으로 손흥민의 63억 원(442만 파운드)을 훌쩍 뛰어넘어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중 최고 연봉 선수가 됐다. 당초 NBA 사무국과 클리블랜드 구단이 클락슨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허락해주지 않을 거란 전망이 높았지만 최종적으로 클락슨의 참가를 허가해줬다.

지난 15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클락슨이 필리핀 선수단에 합류하면서 남자농구에서 메달을 노리는 각국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이 중국에 이어 D조 2위를 차지할 경우 8강에서 C조 1위가 유력한 한국과 필리핀의 맞대결이 성사될 확률이 높다. 인도네시아와 몽골을 연파하고 순항 중인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에 때 아닌 '클락슨 경계령'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미국과 필리핀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는 클락슨은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만 선수생활을 했다. 필리핀 대표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고 당연히 기존의 필리핀 선수들과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리카르도 라틀리프(한국명 라건아)까지 귀화시키며 꾸준히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허재호가 클락슨이 급하게 합류한 필리핀을 두려워 한다면 애초에 아시안게임 2연패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지칠 대로 지친 박지수가 단일팀을 구원할 수 있을까

지난 7월 남북통일농구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남과 북은 곧바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농구 단일팀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새로 팀을 구성하기 보다는 기존의 한국 대표팀에 북측 선수 3명(로숙영, 장미경, 김혜연)이 합류하는 형식으로 단일팀이 만들어졌다. 지난 7월 28일 북측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보름 남짓 합동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춘 대표팀은 13일 자카르타에 도착해 대회를 치르고 있다.

하지만 이문규 감독은 대표팀 엔트리 한 자리를 비워뒀다. 지난 4월 WNBA 도전에 나선 센터 박지수(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를 위한 자리였다. 당초 소속팀 라스베이거스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아시안게임 합류가 어려웠던 박지수는 라스베이거스가 플레이오프에 탈락하면서 대표팀 합류가 확정됐다. 20일 정규리그 최종전을 마치고 귀국하는 박지수는 곧바로 자카르타로 날아가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2017-2018 시즌 WKBL에서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챔프전까지 총 41경기에 출전했던 박지수는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해 WNBA에서 30경기가 넘는 일정을 소화했다. 약 10개월 동안 70경기가 넘는 공식전을 치른 박지수가 휴식은커녕 시차적응을 할 새도 없이 곧바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셈이다. 제 아무리 박지수가 1998년생, 만 19세의 젊은 선수라 해도 엄청난 강행군이 아닐 수 없다.

더욱 큰 걱정은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이다. 박지수는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기존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어 본 경험이 있지만 북측에서 온 3명의 선수들과는 말 그대로 '초면'이다. 남북단일팀은 이미 지난 17일 대만과의 예선 2차전에서 북측 로숙영이 32득점 8리바운드로 대활약했음에도 85-87로 패한 바 있다. 이문규 감독은 남북 선수들의 불안한 조직력을 아쉬워했는데 이는 뒤늦게 합류한 박지수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대만에게도 고전 끝에 패했던 단일팀이 한 번도 손 발을 맞춰 본 적이 없는 박지수가 합류한다고 해서 곧바로 중국이나 일본에 대항할 수 있는 전력이 되리라고는 기대하기 힘들다. 농구는 코트에 선 5명, 넓게 보면 엔트리에 포함된 12명이 손발이 척척 맞아야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포츠다. 어쩌면 필리핀 남자농구와 코리아 여자농구는 스타 선수 한 명의 가세로 팀이 확 바뀔 수 있다는 어리석은 기대에 부풀어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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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농구 조던 클락슨 박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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