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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시(詩)가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통일과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노래하던 시절이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군사독재의 압제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었고, 경제적으로는 폭압적인 자본의 착취가 일상이던 시절이었으며, 절대다수의 노동자가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돼 있던 1970~1980년대.

세상이 좋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보았다. 옳지 않은 지도자를 선택한 나라는 한순간에 끔찍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시인을 "세상과 타인의 고통을 대신해 울어주고, 함께 걸어갈 길을 밝히는 등대와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건 낯 뜨겁고 시대착오적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분명하다. 시인은 세상 어떤 사람들보다 '예민한 촉수'를 지녔다는 것. 세상의 변화와 그 변화가 어떤 물결로 흐를 것인지를 예측하고, 독자들과 더불어 길을 찾는 것. 이건 시대와 관계없는 시인의 책무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년간의 갈등과 반목을 넘어 민족의 화합과 통일로 가자는 명징한 메시지를 담아낸 책 한 권이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최근 출간된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작가)가 바로 그것. 표지에 선명한 '판문점선언 기념 통일시집'이란 문장은 이 책이 지향하는 바를 가감 없이 밝히고 있다.

남북의 시인은 물론, 해외 거주 시인과 화가들까지 참여

 최근 출간된 통일시집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
 최근 출간된 통일시집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
ⓒ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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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의 기획과 출간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한 관계자가 말하는 시집의 의의를 들어보자.

"무엇보다 역사적 '판문점선언'을 기념하고 싶었다. 더불어 광복 73주년을 맞아 남북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시인들과 화가들이 모여 공동의 작업 하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모두 214명이 취지에 동의해주었으니 성공한 셈이다. 시인 김준태와 이동순 등의 원로에서부터 김승희와 나해철 등의 중진, 여기에 젊은 시인들도 다수 참여했다. 최국진과 김태룡 등의 북측 시인 8명도 힘을 보냈다. 또 하나 의미를 둘 수 있는 건 리인모, 양희철 등 비전향 장기수와 재일 조선인 시인, 네팔 시인인 엘지 비버스의 글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신학철과 김봉준, 박방영와 여태명 등의 화가들도 힘을 보탰다."

214명 예술가의 작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작업을 맡았던 작가 출판사는 "판문점선언의 민족사적 의의와 통일에 대한 전망, 이산가족의 아픔과 민간부문 교류의 중요성, 민족의 공존공영을 간절히 노래한 기념비적 시집"이라고 밝혔다.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가 기획된 시기는 지난 7월. 민족작가연합(상임대표 김해화)과 통일시집발간추진위원회는 남북 시인들과 해외동포 시인들, 비전향 장기수들의 시를 모아 '통일시집'을 출판하기로 결의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로의 원고청탁서 발송과 출간의 의의를 알리는 통화가 이어진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과정에서 화가들 역시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는 게 관계자의 부연이다.

세계 유일 분단국 멍에 벗고 함께 부를 통일의 노래

 시집에 수록된 박방영의 그림 '멋지고 기쁜 우리조국'.
 시집에 수록된 박방영의 그림 '멋지고 기쁜 우리조국'.
ⓒ 작가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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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머리는 화가 신학철과 서예가 여태명 등의 작품으로 이뤄졌다. 신학철은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를 위해 '소원'을 그렸다,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기념식수 표지석 글씨를 쓴 여태명은 이번엔 '번영'이라고 썼다. 그 외에도 김봉준의 '우리는 하나 자주 만나요', 류연복의 '꽃 한 송이'등도 확인할 수 있다.

"판문점 선언의 의미와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열망을 담은 시, 북측 여종업원 12명의 송환을 촉구하는 시, 개성공단 재개와 남북 종단철도 개통을 기원하는 시, 평화체제 구축을 촉구하는 시, 판문점선언 이후 북의 신문 <통일신보>에 발표된 시, 비전향 장기수들의 통일시 등이 8부로 나뉜 시집 속에 담겼다"는 게 출판사 측의 설명이다.

그 웃음이 지닌 뜻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일까?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에 실린 김준태의 시 '평화의 노래 하나됨의 노래' 중 한 구절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아래와 같은 시다.

땅 위에
씨앗을 뿌리면
밭이 되지만
땅 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총칼이 쌓인다

물방울도
짓누르지
않으면
강으로 가서
바다로 가서
수평선을 넘는다

나여
너의 나여
그리고 우리여
이제는 가자
저 무수한 나랑
두 눈 반짝이며
그렇게 가자...(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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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