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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 개척의 꿈을 안고 세비야에서 항해를 시작한 이후, 스페인은 해가 지지 않는 막강한 대제국으로 위력을 떨쳤습니다. 유럽과 신대륙간의 해상무역을 독점하였고, 그 중심에 세비야가 있었습니다. 세비야는 스페인 황금시대의 번영을 누렸던 곳입니다. 우리는 스페인의 화려했던 과거와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는 세비야에 들어섰습니다.

세비야 거리에 뜻 모를 글자가 눈에 띕니다.
 세비아의 로고인 ‘NO8DO’. 세비아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세비아의 로고인 ‘NO8DO’. 세비아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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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8DO.' 저거 뭐예요? 이곳저곳 많이 보여서요."
"노팔도라는 거? 관심 있게 보셨네요! 세비야의 로고 같은 거예요."
"뜻은요?"
"'No me ha dejado'의 약자라는데, '성모는 우리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역사의 부침이 심했던 세비야. 수많은 역사의 질곡 속에서 특히, 8세기부터 500여 년 동안은 이슬람세력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세비야에는 곳곳에 이슬람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13세기에 이르러서야 이슬람세력에서 벗어나 지금의 스페인 영토가 되었습니다.

긴 세월 이슬람지배에서 벗어나고, 스페인 지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찬란한 번영을 누려왔던 세비야 사람들로서는 성모님이 자신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세비아 대성당 가는 길. 좁고 미로 같은 골목이 정겹습니다.
 세비아 대성당 가는 길. 좁고 미로 같은 골목이 정겹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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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대성당으로 가는 길, 좁은 골목을 걷습니다. 미로 같은 골목골목에 촘촘히 들어앉은 문명의 흔적들이 다채롭습니다. 골목이 끝나는 자리에 탁 트인 광장이 나타났습니다. 광장에서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세비야 대성당이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웅장함과 우아함 느껴지는 세비야 대성당

세비야 대성당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워낙 큰 건물인지라 바로 앞에서는 아름다움을 느끼기가 곤란하다고 합니다.

"좀 더 떨어져서 성당을 바라보세요. 그래야 세비야 대성당의 웅장함과 우아함을 느낄 수 있어요."
 화려하고 웅장한 세비아 대성당. 오른쪽 높은 건물이 히랄다탑입니다.
 화려하고 웅장한 세비아 대성당. 오른쪽 높은 건물이 히랄다탑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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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비아 대성당의 정면. 우아한 자태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세비아 대성당의 정면. 우아한 자태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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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이드가 일러준 대로 조금 멀리서 성당을 바라보았습니다. 대성당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고딕양식의 성당 외부의 모습이 정말 웅장합니다. 빼어난 조형미에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세비야 대성당은 1402년 이슬람사원이 있었던 자리에 건축이 시작된 성당이라 합니다. 1506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100년을 넘겨 지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성당을 본 사람들이 우리를 미쳤다고 생각할 정도로 건물은 거대해야 한다.'

1401년 열린 성당을 짓기로 했던 참사회의에서 나왔던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사람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이슬람의 지배에서 벗어난 가톨릭세력. 그들로서는 세상이 놀랄만한 어마어마하고 웅장한 대성당을 세워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앞섰을 것입니다. 성당이 지어질 당시, 세비아 대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었다고 합니다.

세비야 대성당은 빼어난 예술성을 자랑합니다. 고딕양식의 건물에 르네상스 양식까지 덧대어졌다고 합니다. 오랜 건축 기간에 그들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을까? 감히 상상이 되고도 남습니다.

이슬람의 흔적이 남아 있는 세비야 대성당

스페인을 여행하는 사람은 세비야 대성당을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1987년 세비야 대성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슬람사원 위에 세워진 성당에는 모스크의 아름다운 첨탑 하나가 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성당 한켠에 서있는 거대한 히랄다 탑이 우리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히랄다 탑은 12세기 이슬람사원의 첨탑이었는데, 너무 아름다워 헐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16세기에 이르러 첨탑 꼭대기의 금색 돔을 떼어내고, 종루를 설치하였습니다. 종루에는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와 깃발을 든 조각상을 세웠습니다.

"탑 꼭대기를 보세요? 여성상이 보이죠?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도는데, 풍향계라는 뜻의 히랄다입니다."

가이드가 가리키는 탑 꼭대기에 아스라이 여성상이 보입니다. 104m의 히랄다 탑은 세비야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라 합니다. 힐라다 탑에 오르면 아름다운 세비야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데, 바쁜 다음 일정 때문에 그냥 지나치는 게 아쉽습니다.

문명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세비야 대성당!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화려하고 웅장한 성당 분위기에 그만 압도되고 맙니다.

 세비아 성당의 아름다운 예배당. 빼어난 예술성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세비아 성당의 아름다운 예배당. 빼어난 예술성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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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비아 대성당의 천장. 유럽의 여느 고딕성당들보다 밝고 화려합니다.
 세비아 대성당의 천장. 유럽의 여느 고딕성당들보다 밝고 화려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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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는 이슬람지배에서 세비야를 되찾은 산 페르난도 왕을 비롯하여 스페인 중세 왕들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과거 찬란했던 큰 영화를 누려서인지 금과 은으로 된 장식과 화려한 조각물, 그리고 아름다운 성화까지 그야말로 현란한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성당 최고 높이가 무려 55m. 중세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고딕양식이 성당의 위엄을 강조하는 듯싶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형형색색의 빛은 황홀경에 빠지게 합니다. 어떤 신비스런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콜럼버스 묘가 왜 여기 있지?

성당 안에서 가이드가 우리를 불러 모읍니다.

"자, 세비야 대성당에 오면 누구나 마주하게 되는 콜럼버스의 묘가 여기에요. '죽어서도 스페인 땅은 밟지 않겠다'라는 그의 유언에 따라 관을 메고 서 있는 모습이 특이하죠!"
 세비야 대성당에 있는 콜럼버스의 무덤, 스페인 옛 왕국인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을 상징하는 국왕 4명이 관을 어깨에 메고 있습니다.
 세비야 대성당에 있는 콜럼버스의 무덤, 스페인 옛 왕국인 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을 상징하는 국왕 4명이 관을 어깨에 메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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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의 관을 메고 있는 4명의 남자는 스페인의 왕국을 통치하던 왕이라고 합니다. 자기 나라 사람도 아닌 콜럼버스가 얼마나 자신들의 역사에 영향을 끼쳤으면 이렇게까지 대우를 할까? 그것은 콜럼버스가 이사벨 여왕의 지원을 받아 항해시대의 새 장을 열고, 스페인에 막강한 부를 안겨준 위업을 기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탐험을 즐기는 스페인 선조들은 항상 지구는 내 손안에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성당 안에 지구를 든 조각상이 인상적입니다.
 탐험을 즐기는 스페인 선조들은 항상 지구는 내 손안에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성당 안에 지구를 든 조각상이 인상적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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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투지로 일궈낸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유럽 여러 나라가 서방 진출로 식민지개척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에 따른 탐욕스런 정복은 수많은 원주민들의 땅을 갈취하고, 그들의 삶을 짓밟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한 위대한 사람에 대한 평가도 동전의 양면처럼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여러 생각에 잠겨 있는 나에게 가이드 말을 붙입니다.
 콜럼버스의 관을 들고 있는 조각상의 신발이 많은 사람들이 만져 닳고 달았습니다. 어떤 행운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묻어있습니다.
 콜럼버스의 관을 들고 있는 조각상의 신발이 많은 사람들이 만져 닳고 달았습니다. 어떤 행운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묻어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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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앞 두 왕의 신발이 반짝거리죠?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만져 저렇게 되었어요!"
"무슨 연유라도 있나요?"
"오른쪽을 만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세비야를 다시 찾는다 하고, 왼쪽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고 전해지고 있죠. 어느 쪽을 만지고 싶으세요?"


나는 그냥 웃음으로 대신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두 곳을 다 만지고 싶어 한다고 합니다. 이 또한 탐욕이 아닐까요?
 세비아 성당의 마요르 예배당.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1000여명이 아름답고 섬세하게 조각되어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세비아 성당의 마요르 예배당.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1000여명이 아름답고 섬세하게 조각되어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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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성당은 진귀한 보물로 가득합니다. 성가대와 마주 보고 있는 고딕양식의 마요르 예배당은 엄청난 금으로 제작된 주 제단으로, 그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성경속의 인물 1000여명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맞은 편 성가대석은 문이 닫혀있습니다. 성가대석 또한 화려함과 정교함이 눈이 부실 정도입니다. 7000여개의 파이프로 연결된 거대한 오르간은 세비야 대성당의 보물이라고 합니다.
 아내가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아내가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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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성당의 웅장한 제단 앞에 섰습니다. 어떤 신령스런 기운이 온몸을 감싸는 듯합니다. 아내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성당을 돌아보고 나오는데, 한때는 이슬람 정원이었을 오렌지정원이 우리를 반깁니다. 정원에는 작은 분수대가 있습니다. 분수대는 무어인들이 기도하기 전에 손을 씻었던 장소라고 합니다.

녹색 오렌지나무의 싱그러움, 졸졸 흐르는 정겨운 분수대가 좀 쉬었다 가라 손짓을 하는 듯싶습니다.
 한때는 이슬람정원이었을 오렌지정원. 졸졸 흐르는 분수는 무어인들이 예배를 들이기 전 손과 발을 씻었던 곳이랍니다.
 한때는 이슬람정원이었을 오렌지정원. 졸졸 흐르는 분수는 무어인들이 예배를 들이기 전 손과 발을 씻었던 곳이랍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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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