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43세 베테랑 투수 임창용의 선발 전환이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 임창용은 지난 15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1.2이닝 8피안타 3피홈런 1사구 8실점으로 난타당해 패전 투수가 되었다.

이 패전으로 인한 여파는 임창용 개인의 부진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날 KIA는 4-13으로 대패해 전날 경기까지 이어오던 3연승 및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의 상승세가 꺾였다.

다음날인 1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는 4일 휴식만 취한 에이스 양현종을 선발로 투입하고도 6-8로 역전패했다. 2연패한 KIA는 51승 59패 승률 0.464, 8위로 추락한 상태에서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맞게 되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갑작스런 선발 전환 이후 부진에 빠진 KIA 임창용

갑작스런 선발 전환 이후 부진에 빠진 KIA 임창용 ⓒ KIA 타이거즈


현역 최고령 투수인 임창용은 올시즌 30경기에 등판 3승 4패 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6.36를 기록 중이다. 피출루율과 피장타율을 합친 피OPS 0.865다. 평균자책점과 피OPS 등 세부 지표는 선발 전환 이후에 급격히 나빠졌다.

임창용은 불펜 필승조의 일원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구원 투수로 25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 0.165 피OPS 0.610의 준수한 불펜 요원이었다.

하지만 6월 8일부터 어깨 담 증세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임창용은 7월 9일 1군에 복귀했고 20일 광주 kt 위즈전부터 선발 투수로 전환되었다. 이날을 기점으로 그는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11.25를 기록 중이다.

선발 전환 이후 피안타율 0.378 피OPS 1.124로 세부 지표도 크게 나빠졌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커녕 5.1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도 없었다. 그가 선발 등판할 때마다 KIA의 불펜진은 매 경기 4이닝 이상을 책임져야만 했다.

▲ KIA 임창용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KIA 임창용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IA 임창용 최근 5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특히 좌타자에게 약점이 있는 약점이 있는 사이드암 임창용은 선발 투수가 맞지 않는 옷이다. 상대 팀들은 그의 선발 등판이 예고되면 선발 라인업에 좌타자들을 집중 배치한다. 43세의 그가 긴 이닝을 소화하며 상대 타자를 구위로 압도할 수 있는 시기는 오래 전에 지났다.    

나이만 문제가 아니다. 불펜 투수의 선발 전환은 지난한 작업이다. 스토브리그 내내 착실히 준비를 해도 선발 로테이션 소화에 차질을 빚곤 한다.

일례로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투수 산체스는 지난해 47경기를 불펜으로만 나선 뒤 올 시즌 KBO리그에서 선발로 전환했다. 6월까지 KBO리그를 압도하던 산체스는 7월 이후 평균자책점 6.75 피OPS 0.982로 난타당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의 준비 과정을 거쳐도 불펜 투수의 선발 전환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임창용은 2007년 9월 30일 대구 현대 유니콘스전 이후 11년 만에 선발로 전환되었다. 그 사이 그는 불펜 투수로만 활약해왔다. 퓨처스리그에서의 선발 등판과 같은 최소한의 준비 과정조차 없이 시즌 도중에 급작스럽게 역할이 바뀌었다. '마구잡이 보직 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 생명에도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되는 이유다.

KIA 구단이 밝힌 임창용의 선발 전환 이유는 '선수 본인의 희망'이었다. 컨디션 관리가 용이한 선발 보직으로의 전환을 임창용이 강력히 원했다는 내용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선발로 부진한 임창용에 대해 '이기적이고 책임감이 없다'는 일부의 비난도 있다. 하지만 특정 선수의 보직 결정과 기용에 대한 최종 책임은 결국 감독이 져야할 몫이다.

 올시즌 8위로 추락한 KIA 김기태 감독

올시즌 8위로 추락한 KIA 김기태 감독 ⓒ KIA 타이거즈


불과 1~2년 전까지 KBO리그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투수 혹사나 비상식적인 기용에 대해 해당 감독들은 '선수가 원해서'라는 이유를 입버릇처럼 대곤 했다. 그리고 혹사당한 투수 중 상당수는 부상, 수술, 재활, 그리고 구위 저하 등으로 인해 조기에 은퇴하거나 2군에 머물고 있다.

최근 KIA는 고졸 2년차 유망주 우완 유승철이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8월 11일 1군에서 제외되었다. 시즌 내내 반복되는 투수-야수들의 보직 파괴와 입단 후 긴 재활을 거친 신인 투수의 통증 재발까지, KIA 구단의 선수 관리 시스템이 붕괴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투수가 스스로 등판을 자처하거나 보직 변경을 원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 전반의 방향성을 감안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감독에게 요구되는 상식적인 역할이다. 프로야구 감독이 '매니저(Manager)'라 불리는 이유에 다름 아니다. 선수 기용 실패에 대해 '선수가 원했다'는 식의 해명은 구차하다. 성공이든 실패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감독의 몫이다.

[관련 기사] [견제구] 약팀이 된 KIA, '선발 임창용' 실험 계속할까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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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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