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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대원도 2018
▲ 통일대원도 2018
ⓒ 가나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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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오월과 촛불'. 지난 7월 19일~8월 19일 열린 홍성담 화백의 개인전 제목이다. 2010년도 이후 작품들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60여점의 작품 중 <통일대원도>는 홍 화백의 가장 최근작이다.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를 비롯한 많고 많은 위정자들이 그의 작품 속에 꽤나 예술적으로 등장했지만, <통일대원도> 속 문재인, 김정은만큼 평범하면서도 익살 가득한 모습으로 그려진 정치인은 없다. 그만큼 4월 29일 남북 정상 간 만남은 민중미술가 홍성담에게도 특별하게 다가왔을 터이다. 지난 15일 홍 화백에게 직접 <통일대원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통일대원도>는 세 가지 형식이 하나의 화폭에 담겼다. 두 정상의 마주 앉은 모습과 이를 둘러싼 새들, 그 위 민중화의 도상이 제각각 또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홍 화백은 이 세 가지 조합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화가가 가장 어려운 게 양식이 부딪치는 때예요. 이번에는 3가지가 부딪쳐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찮게 해결방법을 찾았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두 정상의 모습은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죠. 또 새들의 지저귐은 민화적으로 표현했어요. 마지막으로 민중화는 80년대 민화 양식 중에서도 목판화, 채색화를 합한 거예요."

작품 속 민중화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좌우 하단 구성이다. 홍 화백은 제주4.3이나 위안부, 세월호 작품과 마찬가지로 해원(解寃)을 강조한다.

"전쟁 중에 발생한 억울한 죽음을 해원시켜야 하잖아요. 그래서 오른쪽 남자를 보시면, 그 자세가 봉산 탈춤 겹사위의 첫 자세예요. 하늘을 향해 팔을 띄우면서 원한이 서린 땅의 기운을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여 해원을 시켜내는 장면입니다. 왼쪽에 바이올린을 켜는 남자 역시 땅의 원한을 바이올린 현에 실어 해원을 시키는 장면이에요."

그렇다면 두 정상을 둘러싼 새들은 왜 그렸고, 어떤 의미일까.

"제가 지난 4월 정상 회담에서 가장 재밌게 봤던 것이 도보다리 회담인데요. 그때 도보다리 근처로 기자들을 접근하지 못하게 했어요. 대신에 '마치 배경음악을 넣듯이 새들의 합창소리만 들렸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 다음에 DMZ 생태전문가가 그 당시 판문점 숲에서는 14종의 새가 울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도대체 14종의 새가 어떤 새들이었는지 궁금해서 판문점 근처에 서식하는 새를 찾아봤다는 홍 화백은 한 마리 한 마리 새들의 이름을 나열했다.

"물총새, 딱따구리, 알락할미새, 파랑새, 노란배딱새, 뻐꾸기, 꾀꼬리, 두루미, 방울새, 숲새, 올빼미, 하얀삐딱새, 물떼새 등 이렇게 14종의 새들이 나와요."

하지만 이 순간에도 홍 화백은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놓치지 않았다.

"14종의 새들이 배경음악을 넣고 있는데 그 와중에 두루미가 하도 긴장이 되서 갈증이 왔나봐요. 그래서 이 성질 급한 두루미가 숲에서 목을 길게 빼서 김정은 위원장의 물을 들이키는 거예요. 그러니까 김 위원장이 '으잉~이게 뭐야'하면서 두루미를 쳐다보는 겁니다. 이걸 회화에서는 '익살'이라 부릅니다."

새들의 지저귐만 들리는 긴장 국면을 '익살'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란다.

"<통일대원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홍 화백이 해설 말미 웃으며 던진 질문 하나.

"그동안 죽음의 땅으로 남겨놨던 이 DMZ를 지키면서 살고 있었던 14종의 새들이 바로 주인공이에요. 우리 인간이 얼마나 모자랐으면 이 땅에 아무도 발도 못내딛게 했을까. 이런 시대가 다시는 지구상에 없어야 하겠다. 그때가 오면 이 새들이 주인공이 되고, 날마다 합창하는 소리를 듣게 될 수 있겠죠?."

그때가 되면 그의 작품이 더이상 유배 떠나는 일은 없을거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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