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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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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14일,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안희정 전 지사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했지만, 그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지는 않았다. 재판부의 결정에 여성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회 내 여성의원들의 목소리가 주목받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 목소리를 모아 법 체계를 실질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여야 구분 없이, 여성의원들이 함께 현행 형법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위력 행사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과는 별개로,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 비동의 간음죄)'을 우리 법 체계에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다. 17일 오전에는 긴급 간담회를 열었고, 24일 오전에는 여야 여성들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관련 기사: '안희정 무죄' 목소리 높인 나경원 "지극히 경직된 판단")

<오마이뉴스>는 17일, 나경원 의원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아래는 나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정조 언급, 동의하기 어려워"

- 안희정 판결 관련해 '법원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다'라고 평했다. 왜 이런 판결이 나왔다고 보는가?
"우선 전제가 있다. 언론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판결 전체에 대해 속단할 수는 없다. 저의 해석과 그 해석의 배경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일정한 성폭력 이후에 전개되는 상황이 지극히 일상적이고 정상적이었다는 게 판결 취지인데, 그것조차도 위력의 연장선상일 수 있지 않느냐는 거다. 그리고 이를 의심하는 건 '합리적 의심이 아닐까'해서 얘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그 이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가 멀쩡한 관계였으니까, 통상 관계였으니까, 그 당시의 행위가 위력에 의한 행위가 아니라 자의적인 것이라고 판단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게 아니라고 판단한 건데, 지위 관계에 있어서 통상적으로 일어나는 행위로 볼 수 있지 않겠나. 시각과 관점을 조금만 피해자 입장으로 돌리면 다르게 볼 수 있는 문제이다."

- 판사가 피해자 심문 과정에서 여성의 '정조'를 언급해 여성계 비판이 거세다.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얘기 아닌가. '정조'는 윤리적인 개념이고 성적자기결정권은 법적인 권리이다. 이 두 가지를 섞어버려서는 안 된다."

- 남성중심적인 법조계 문화가 이번 판결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요즘 법원 문화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는 여성 판사들도 많이 늘어났으니, 조금은 다르리라 본다. 하지만 우리 때만해도 굉장히 남성중심적이었다. 야한 옷차림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나 부부 강간죄 성립 여부 논쟁에 관한 경험을  페이스북에 쓴 것도 그런 맥락이다. 제가 부산법원에 초임 판사로 갔을 때, 70여 명의 판사 중 저 혼자 여성이었다.

판사임용면접을 들어갔을 때도 노골적으로 그런 얘기를 하더라. 한 대법관은 '부장 판사들이 여자 판사랑은 일하기 싫어하는 거 알죠?'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출산휴가 60일 다 쓰면 안 되는 거 알죠?'라고 말했다. 임관을 위해 부푼 꿈을 안고 면접하러 갔는데, 그때 기분이 참…. 그 해에 여성 판사가 몇 명 임용됐는데, 어떤 사람은 그때도 '한꺼번에 여자 판사가 너무 늘었다'라며 투덜대더라."

- 재판부가 사실상 현행 법 체계의 한계를 언급했다.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는가?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우리나라에 권고했다. 당사자 동의가 없는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의사, 당사자의 의사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게 우리 법 체계이다. 강간의 경우에는 폭행·협박이 있어야 하고, 위력의 경우에는 그 위력이 행사되어야만 한다. 이번에도 그 위력은 있지만, 위력이 행사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노 민스 노(No means No)' 룰은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 처벌하는 것이고, '예스 민스 예스(Yes means Yes)' 룰은 동의가 없는 경우에 처벌하는 것이다. 보다 엄격한 게 예스 룰인데, 피해자의 의사를 더 고려한 것이다. 유엔에서 권고한 내용은 예스 룰까지 가야 한다는 것이지만, 사실상 예스 룰을 도입한 건 스웨덴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노 룰도 제대로 도입이 안 되어 있다. 한 번에 갈 수는 없더라도, 이번에 입법적인 범주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노 룰을 도입하고, 위력을 행사할 지위가 있는 경우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예스 룰을 도입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오늘(17일)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를 전체적인 입법 방향으로 잡으려고 한다."

"모든 이슈에 여성적 시각이 반영되어야 한다"
 
나경원 의원. 지난 4월 11일, MBC < 100분 토론> 패널로 참석한 모습이다.
 나경원 의원. 지난 4월 11일, MBC < 100분 토론> 패널로 참석한 모습이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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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열리는 여야 여성의원 토론회는 잘 준비되고 있나?
"일단 3개당(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합류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은 아직 고민 중이다. 조금 더 설득해보려고 한다."

- 국회 내 여성의원들 간의 초당적 연대가 생길 수 있을까.
"의식적으로라도 좀 해야 되지 않겠나. 여성 이슈는 국회 여성위원회나 정부 여성가족부만 챙기는 것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챙겨야 한다고 본다. 저는 예전부터 공천룰에서 여성 확대를 주장해왔다. 지역구 후보의 30%를 여성으로 공천하는 현행제도도 의무적 규정이 아니라 권고적 규정이다. 국고보조금과 연계해서 의무규정화하자고 제안했는데 채택이 안 되더라.

일본은 최근에 여성의원 후보 공천 비율 50%를 지향하는 권고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정치인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모든 이슈에 대해 여성의 시각이 반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라도 여성 정치인 숫자는 반드시 늘어나야 한다."

- 여성 이슈와 관련해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유권자들로부터 비난받는 경우가 있다. 정치적 부담은 없는가.
"혜화역 시위에 대해 언급한 건 일부의 과격한 구호나 주장에 동의한다는 게 아니다. 왜 그 분들이 거리로 나왔는지를 봐야한다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 간의 성대결, 갈등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적 '컨센서스(합의·동의)'가 있어야 한다. 간담회와 토론회를 하는 것도 그런 컨센서스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욕은 원래 많이 먹어서…. (웃음) 욕을 먹더라도 소신대로 하자는 주의다."

- 앞으로의 입법 활동을 어떤 방향으로 잡고 갈 계획인가.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가 일부러 갈등을 유발하거나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누구를 비난하기 위해 이런 활동을 하는 게 아니다. 입법이라는 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현실 사회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한 입법이다.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되면, 그 시대에 맞게 규제를 개혁한다든지, 현실 변화를 보완하고 여기에 맞추는 입법이 필요하다. 또 하나는 사회 현실이 그만큼 나아가 있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바를 위한 입법이다. 이번 입법이 사회적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태그:#나경원,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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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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