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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는 '4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진행됐습니다. 북측의 요청으로 마련된 이번 회담에서는 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내용 중 '올해 가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과 관련해 일정을 협의하는 것이 중점이었습니다. 이 날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북측의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남과 북의 관계가 이제 막역지우가 됐다"며 기대를 표했고 조명균 통일부장관 역시 "서로 같은 마음으로 해 나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고 화답했습니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해 "판문점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했고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했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회담을 마무리하는 종결회의 자리에서 리선권 위원장은 '남북 쌍방의 책임'을 강조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도 했습니다.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를 진척시키는 데 있어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남 회담과 개별 접촉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탄생될 수 있고, 또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겁니다. 이는 정상회담 날짜를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합의문과 맞물려 일정 부분 남북 간 이견이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이 '9월 정상회담'이라는 성과와 북측이 남긴 '우려' 중 후자에만 초점을 맞춰 '갈등'을 과장하는 데 치중했다는 겁니다. TV조선‧채널A‧MBN은 북측의 '회담 공개 요청'을 빌미로 '남북 신경전'을 부각했고 채널A는 '9월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했습니다.

7개 방송사 모두 톱보도, '갈등' 부각한 TV조선‧채널A‧MBN

9월 중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결정됨에 따라 13일, 7개 방송사 모두 이를 톱보도로 전했습니다. 보도량 역시 KBS‧MBC 4건, JTBC 4.5건, SBS‧TV조선‧채널A 3건, MBN 5건으로 대동소이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방송사가 비슷한 논조를 보인 것은 아닙니다. 지상파 3사와 JTBC가 평화 증진의 기대와 국제적 대북 제재 등 현실적 난점을 모두 짚은 반면, TV조선‧채널A‧MBN은 '회담 공개 여부'를 빌미로 남북 간 '이견'을 부각하는 데 열중했습니다.

'기선제압'‧'신경전' 앞세운 TV조선‧채널A‧MBN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가 '갈등'에 초점을 맞춘 배경에는 줄곧 회담의 공개를 요구했던 리선권 위원장이 있습니다. 리 위원장은 지난 1월 9일, 6월 1일 고위급회담에서도 꾸준히 '회담 공개'를 제안했고 이번에도 "골뱅이 갑 속에 들어가서 하는 것처럼 하지 말고 공개해서 투명하게 합시다"라며 같은 요청을 했습니다. 조명균 장관은 이번에도 "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기자들, 카메라가 지켜보는 앞에서 말 주변이 리 단장님보다 많이 못한다"며 완곡히 거절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이유로는 북측이 남측 언론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사실이 꼽힙니다. 13일 회담에서 리 위원장은 "다음부터는 꼭 다 기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회담을) 하자", "그러면 오보가 나올 수 없다. 편파보도가 있을 수 없다. 북남회담서 좋은 문제가 논의되고 발전적 견지에서 문제들이 협의되는데 이상하게도 글들이 나가는 게 있다. 이걸 막아야 한다"며 '남측의 편파보도‧오보'에 우려를 직접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고위급회담에서 보인 '언론에 대한 불만'과 같은 태도입니다.

그런데 이 상황을 TV조선‧채널A‧MBN은 보도 제목에서부터 '신경전', '기선 제압' 등을 명시하며 '남북의 대결구도'로 묘사했습니다. TV조선과 채널A의 경우 이런 보도를 톱보도 바로 다음에 배치해 상당히 부각했으며 MBN은 5번째 보도였습니다.

 ‘리선권 위원장 공개회담 제안’ 관련 보도 제목 비교(8/13)
 ‘리선권 위원장 공개회담 제안’ 관련 보도 제목 비교(8/13)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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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선 제압"에서 "정상회담 불발"까지 나간 채널A

이번 고위급회담을 '갈등'으로 규정한 가장 대표적인 보도는 채널A에서 나왔습니다. 채널A는 회담 전 북측의 '회담 공개 요구'와 회담 후 리선권 위원장의 종결회의 발언을 묶어 '정상회담 무산까지 경고한 북한의 기선 제압'으로 갈무리했습니다.

채널A <기선 제압하듯… "문제 생긴다">(8/13 유승진 기자 https://bit.ly/2w6rwC7)에서 김승련 앵커는 "북한은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면서 "공개 회담을 해야 자신들의 발언이 제대로 전달된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엄포를 놓았습니다"라고 회담을 묘사했습니다. 유승진 기자는 "다음부터는 꼭 기자들 있는 자리에서 합시다. 그러면 오보가 나올 수 없습니다. 편파 보도가 또 있을 수 없다"는 리선권 위원장의 '회담 공개 요청 발언'을 보여주면서도 '남측의 오보' 부분은 언급하지 않은 채, "북한은 회담 시작부터 기선 제압에 나섰"다고 규정했습니다.

이어서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제기한 문제들이 만약 해결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않았던 그런 문제들이 탄생 될 수 있고"라는 리 위원장 발언을 "정상회담 불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듯한 경고성 발언"이라 해석했습니다. 여기다 "제재압박과 관계개선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는 "북한 대외선전매체" 주장과 "종전선언 언급은 시기상조"라는 해리즈 주한미국대사 입장까지 덧붙여 '남북미 간 입장차'를 강조했습니다.

 공개회담 제안을 ‘기선 제압’이라 전제한 채널A <뉴스A>(8/13)
 공개회담 제안을 ‘기선 제압’이라 전제한 채널A <뉴스A>(8/13)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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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불발 가능성'은 채널A 나홀로 주장

채널A 보도만 보면 이번 고위급회담이 아무런 성과가 없었고 우리 정부가 '북측의 공세'에 밀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채널A 보도는 회담 중 나온 리선권 위원장의 강경 발언을 맥락도 없이 묶어 만들어낸 '남북 갈등 프레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리선권 위원장의 종결회의 발언은 실제로 우려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간 남북 대화를 중시해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KBS라디오 <정준희의 최강시사>(8/14 https://bit.ly/2nIHHSo)에 출연해 "여러 가지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일정에 올라와 있는 여러 가지 이산가족 문제 등등 다 영향받을 수 있다는 식의 얘기는 너무 나간 것", "책임을 남한한테 돌리는 것까지는 좋지만 이런 협박성 발언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리 위원장을 비판했죠. 언론은 리 위원장의 이런 발언이 나온 배경을 짚어야 합니다. 정 전 장관은 "UN 대북 제재라는 이름의 미국 견제, 너무 그것을 너무 의식해서 우물쭈물하는 것, 그것에 대해서 북한이 불만이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고 "정상회담을 빨리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 북쪽"이라 결론짓기도 했습니다.

반면 채널A는 똑같은 종결회의 발언을 두고 느닷없이 회담 전에 있었던 '회담 공개 요청'과 연결지어 '북측의 기선 제압'이라는 묘사에만 골몰했습니다. 회담 전 리 위원장의 '회담 공개 요청'은 채널A도 보여줬듯이 북측이 가진 남측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에 나온 겁니다. 채널A는 시점과 맥락이 완전히 다른 두 발언을 묶어 '대화하지 않고 윽박지르기만 하는 북한', '남북 신경전'을 그려낸 겁니다. 이는 매우 일차원적 발상에 불과합니다. 이런 근거로 채널A는 북한이 '9월 정상회담 무산을 경고했다'는 결론까지 나아갔습니다. 이날 '남북 정상회담 무산'을 거론한 방송사는 채널A뿐입니다.

'기선 잡기'? 근거 없는 '트집 잡기'

회담 전 북측의 회담 공개 요구가 '기선 제압'를 위한 '신경전'이라는 채널A 주장 역시 '짜깁기'한 결론에 해당합니다. 물론 '기선 제압'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기는 하나, 그런 해석은 당시 상황과 남북 양측의 발언을 모두 짚어본 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채널A가 중요한 발언들을 전달하지도 않은 채 주관적인 해석만 내놓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이는 해석이 아니라 추정일 뿐이며, 오히려 사실과 다르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채널A는 남측 언론을 비판한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을 대부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채널A는 "다음부터는 꼭 기자들 있는 자리에서 합시다. 그러면 오보가 나올 수 없습니다. 편파 보도가 또 있을 수 없다"는 리 위원장 발언만 보여줬으나 실제로 리 위원장은 "언론이라는 게 여론을 조성하는 근본 바탕이고 그들이 어떻게 선도하느냐에 따라 여론 방향이 달라지면서 좋은 것이 나쁜 것으로 와전될 수 있고, 선의적인 게 악의적으로 매도될 수 있는 아주 그런 중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언론이) 다 보는 데서 우리가 일문일답, 견해 토론을 하면 기자들이 듣고서 잘못된 추정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등 상당히 장황하게 언론 보도를 우려했습니다. 조명균 장관도 이런 지적에 "취지에는 동감한다"고 밝혔죠. 채널A는 이런 맥락들을 모두 잘라낸 채 '기선제압'이라는 해석에만 치중한 겁니다. 이렇게 실제 발언 중 자사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보도는 우리 측 대표단을 '저자세'로 묘사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리 위원장의 거친 발언들만 보여주며 '북측의 기선제압'이라 규정하면 시청자로서는 '남측이 기선제압을 당했구나'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 회담 후 리선권 위원장은 현재 상황에 일정한 불만을 토로했죠. 이는 당연히 남측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방증입니다. 요컨대 채널A는 남북 고위급회담에 따른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방향성 및 난점을 분석하지 않고, 오로지 북한에 덧씌우기 위한 이미지, '남북 갈등'을 부각하기 위한 방법만 고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개회담 제안 의도'가 '기선잡기'라 설명한 TV조선‧MBN

TV조선‧MBN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TV조선‧MBN은 '9월 정상회담 무산'까지 거론하지는 않았을 뿐입니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북측의 의도를 '기선제압'이라 단언하며 '갈등'을 부추겼다는 점에서는 채널A와 동일합니다.

TV조선 <리선권 "공개"↔조명균 "비공개"…또 신경전>(8/13 김정우 기자 https://bit.ly/2w7tt0T)에서 신동욱 앵커는 리선권 위원장의 공개회담 제안에 대해 "마치 남측이 수용하지 못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공세적으로 나왔지만 조명균 통일부 장관의 재치있는 답변에 실랑이가 오갔"다면서, "북한이 회담 때마다 공개를 주장하는 의도가 뭔지" 분석했다고 운을 띄웠습니다. 회담장에서 리선권 위원장이 분명 '남측 언론 보도'를 향한 불만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더 분석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김정우 기자는 "골뱅이 갑속에 들어가서 하는 것처럼 제한된 속에서 하지 말고 공개"라고 말하는 리 위원장 모습을 보여준 후 "시대와 민족을 선도하자면 당국자들 생각이 달라져야 된다"는 리 위원장 발언에 대해 "오보나 편파보도를 막는다는 게 북측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속뜻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라 지적했습니다. TV조선은 '따로 있다'고 예상한 '속뜻'을 "상대방을 위축시키고, 회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또 선전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이라는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인터뷰로 대신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일정에 오른 모든 문제들을 진척시키는 데 있어서 쌍방 당국이 제 할 바를 옳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리 위원장 발언도 덧붙여 "우리 측에 '할 바를 하라'고 요구"한 것이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회담 전에 있었던 북측의 '회담 공개 요구'를 회담 후 북측의 마무리 발언과 연결해 '남북회담 신경전'이라는 스스로의 프레임을 완성한 겁니다.

MBN <"회담 공개하자" vs "수줍어서">(8/13 송주영 기자 https://bit.ly/2MqkKBc)도 비슷합니다. 김주하 앵커는 "회담을 다 공개하자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라며 의구심을 표했고 송주영 기자는 "오보나 편파보도를 막자는 취지"라면서도 "일종의 기선 잡기용 전략"이라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MBN은 TV조선처럼 리선권 위원장의 회담 후 발언을 이 내용과 연결하지는 않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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