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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홍성주민들은 구자환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오른쪽 구자환 감독, 왼쪽 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
 영화가 끝나고 홍성주민들은 구자환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오른쪽 구자환 감독, 왼쪽 정재영 홍성 YMCA 사무총장.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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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룬 영화 <해원>이 지난 16일 구자환 감독과 함께 충남 홍성을 찾았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된 <해원>은 해방 직후부터 한국전쟁까지 전국에서 자행됐던 민간인 학살 문제를 인터뷰와 현장 탐사를 중심으로 구성해 만든 영화이다.

충남 홍성에도 광천 담산리와 용봉산 등 수많은 민간인 학살지가 있다. <해원>에도 담산리 현장의 발굴 장면과 용봉산의 유해 안치 장면이 담겼다. 영화는 홍성세월호촛불이 주최하고 홍성YMCA가 주관해 상영됐다. 영화가 끝난 뒤 구자환 감독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주민들과 담소를 나눴다.

구자환 감독은 "오늘은 조금 일찍 내려와서 예산 수덕사에 들렀다"며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절 주변의 풍광을 보면 기분이 좋아 진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구 감독은 <민중의소리> 기자이기도 하다. 그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30대가 되어서야 민간인 학살을 알게 되었다"며 "부끄러운 마음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간인 학살 문제를 여전히 이념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전쟁 전후에 발생한 민간인 학살 문제는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오다가 학살 현장이 속속 발굴 되면서 그 참상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쉽게 믿기는 어렵지만 그 학살의 주범 중 하나는 대한민국 국군과 경찰이다. 구자환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유족을 만나고 학살 현장을 찾다 보니 유족들이 지닌 한이 내게도 스며든 것 같다. 많은 언론사들이 민간인 학살을 다룬다. 하지만 그 시점이 지나가면 이 사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똑 같아 진다. 그러다가 발굴이 시작되면 민간인학살이 잠시 조명되다가 사그라진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가해자를 찾는 일이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을 예로 들면 현장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군인들이 민간인들을 갑자가 산으로 끌고 가서 집단학살을 자행했고, 살아남은 사람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승만처럼 정치적인 책임자는 분명히 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 대화를 나누면서 문득 구 감독이 걱정됐다. 세월이 한참 지났다고 해도 학살 현장과 유가족을 인터뷰하는 일은 만만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유족을 만나고, 학살 현장을 다니다 보다보면 상처가 남을 것 같은데, 어떻게 치유하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구 감독은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며 덤덤하게 자신의 상황을 털어놨다.

"우울증이 생긴 것 같다. 기자생활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업무가 아니면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다. 어느 연구자가 한 말이 있다. 그는 민간인 학살을 연구하는 연구자나 학자 뿐 아니라 나처럼 영화를 찍는 사람들까지도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그것(트라우마)을 풀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나도 한이 맺힌 것 같다."

끝으로 구자환 감독은 "민간인 학살을 연구하는 학자들조차도 이 분야는 연구하면 할수록 어렵다고 말한다. 사건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라며 "나는 민간인 학살을 널리 알리는 사람이지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태그:#구자환 , #해원, #홍성세월호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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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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