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사 프랭클린 2017년 11월 7일 열린 엘튼 존 에이즈 재단의 25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아레사 프랭클린의 모습

▲ 아레사 프랭클린 2017년 11월 7일 열린 엘튼 존 에이즈 재단의 25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아레사 프랭클린의 모습 ⓒ AP/연합뉴스


지난 밤, 음악 팬들에게 아픈 비보가 울려퍼졌다. 8월 16일(미국 디트로이트 현지 시각) 오전, 가수 아레사 프랭클린이 향년 76세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오랫동안 췌장암 투병을 이어 왔다. 대변인의 발표에 따르면, 그녀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이름 앞에 붙었던 수식어는 'Queen Of Soul(솔의 여왕)', 'Lady Soul(레이디 솔)'이었다. 모두 화려한 수식어들이지만, 여기에 과장은 없다. 그녀는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목소리로 사랑받았던 뮤지션이다. 가스펠로 음악을 시작한 그녀는 다양한 음역을 넘나드는 소리꾼이었다. 독보적인 리듬감, 그리고 폭발하는 에너지가 공존했다.

그녀는 생전에 가수로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영예를 누렸다. 총 열일곱 개의 곡을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 안에 올렸다. Respect', 캐롤 킹(Carole King) 원곡의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Chain Of Fools'는 한국의 팝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명곡들이다. 1987년, 흑인 여성 가수로서는 최초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Rock and roll hall of fame)에 등재되었으며,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레전드상'과 '평생 공로상'을 모두 수상했다. 2005년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그녀에게 직접 자유 훈장 메달을 걸어주기도 했다.

2008년, 미국의 롤링스톤(Rolling Stone)은 그녀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1위에 선정하면서, '그녀의 목소리는 파워와 기술을 모두 갖췄다', '여성이 노래를 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라는 선정의 변을 밝혔다. 영국의 음악 잡지 '모조(mojo)' 역시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가수 1위로 아레사 프랭클린의 이름을 꼽았다.

시대의 목소리, 아레사 프랭클린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명곡 'Chain Of Fools'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명곡 'Chain Of Fools' ⓒ Atlantic


타임지는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을 선정하면서, 밥 딜런, 비틀즈, 루이 암스트롱과 함께 아레사 프랭클린의 이름을 적었다. 대중 음악 뮤지션은 그녀를 포함해 총 네 팀이었다. 그녀가 단순히 노래를 잘 하는 가수일 뿐 아니라, 한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갖췄다는 증거였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시대의 증인이 될 자격이 있다. 그녀는 1968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장례식 당시 'Precious Lord'을 부르며 남은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Respect'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이 곡의 원곡자는 또 다른 솔(soul)의 전설 오티스 레딩(Otis Redding)이다. 오티스 레딩의 원곡은 흑백 인종 차별에 대한 강력한 호소였다. 그런데 아레사 프랭클린은 이 곡에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엮어 새로운 해석을 덧붙였다.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남성'에 대한 메시지를 더한 것이다('Respect'라는 단어를 스펠링 단위로 끊어 더욱 곡을 역동적으로 만든 것도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개인적 경험이 보편적인 경험으로 치환되는 순간이었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60년대 공민권 운동의 상징이자, 당당한 여성의 상징이었다.

2017년 은퇴를 선언하기 전까지,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빛났다. 칠순을 훌쩍 넘긴 2014년, 백악관 공연에서도, 그 다음 해 케네디 센터에서 공로상을 받을 때도, 그녀는 한결같았다. 여러 가지 부침도 있었으나, 그녀는 고령이 되어도 '아레사 프랭클린다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녀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레사 프랭클린은 휘트니 휴스턴, 앨리샤 키스, 아델, 비욘세 등 수많은 여성 뮤지션들에게 있어 기준점과 같은 존재다. 그녀는 여성 솔 보컬 뿐 아니라 모든 뮤지션들에게 존경받았다. 그녀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흑인 록커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는 '솔 여왕이 천국의 왕좌에 앉기 위해 이 땅을 떠났다'며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역시 아레사 프랭클린에 대한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다. 오바마는 '이제 아레사는 다른 곳으로 떠났으나, 그녀가 남긴 음악 선물은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말처럼, 아레사 프랭클린의 육신은 없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위대한 유산'은 계속 누군가에게 영감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게 아레사 프랭클린은 영원한 존재가 된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소리는 팬들의 슬픔보다 더 짙고 선명하게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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