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이 취라치 방에서 나와 서명문을 향해 달아났다. 서소위 부장의 보고에도 '군사들이 또한 그것을 보았는데, 충찬위청 모퉁이에서 큰 소리를 내며 서소위를 향하여 달려왔으므로 모두들 놀라 고함을 질렀다. 취라치 방에는 비린내가 풍기고 있었다'고 했다.'(중종실록 59년, 중종 22년 6월 17일)

'어리석은 백성들이 미혹되어 형태가 있다고도 하고 혹은 소리와 냄새가 났다고도 하니, 근거 없는 괴설이 어쩌면 이렇게 심할 수가 있겠습니까? 슬기로운 이는 미혹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진실로 사실을 밝혀 진정시켜야 할 것입니다.'(조선왕조실록, 중종 22년 6월 26일)


 영화 <물괴> 포스터

영화 <물괴>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사료에 잠시 등장했던 '괴설'이 영화적 상상력을 얻어 '국내 최초' 크리쳐 액션 사극으로  재탄생했다. 오는 추석 개봉을 앞둔 <물괴>는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몇 줄의 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영화다.

<물괴> 연출을 맡은 허종호 감독은 "중종 시절에 물괴라 불리는 존재 때문에 조선이 혼란을 겪는다는 실록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라며 "물괴로부터 조선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사투를 벌인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 <물괴>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김명민은 "우리가 한 번도 듣고 보지 못했던 실록에 나온 이야기를 갖고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다른 사극과는 특화된 영화의 장점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물괴> 감독과 배우들은 16일 오전 서울 건국대학교 인근에서 제작보고회를 열고 취재진들에게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 <물괴> 스틸컷

영화 <물괴>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선명탐정> 시리즈 등으로 어느덧 '사극 흥행 보증수표'가 된 배우 김명민이 물괴에 맞서 싸우는 용감한 내금위장 역할을, 배우 김인권이 그 옆에서 김명민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았다. 걸스데이 혜리는 김명민의 딸 '명' 역할을 맡아 첫 스크린 연기에 도전한다.

이날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배우들은 모두 "안 할 이유가 없었다"는 말로 <물괴>를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현장에서 배우들은 직접 영화 촬영장에서 썼던 칼과 활을 가지고 와 포스터 속 포즈를 선보였다.

김명민은 "사극 연기의 집대성"이라는 말로 자신의 역할 '윤겸'을 소개했다. 배우 김명민은 "물괴가 나타나고 왕의 부름을 받아 수색대장으로 물괴를 찾아나선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또 김명민은 실제 농기구와 삼지창 등을 사용해 무술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나이도 있고 하다 보니 무술 연습을 하기도 힘들어 '내 안에 무술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내가 현장에서 소문을 내기도 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허종호 감독은 김명민의 말을 받아 "(김명민이) 리허설 때는 열심히 안 하는 척하다가 슛만 들어가면 너무 잘 하더라"라고 답하면서 웃었다.

"거지 꼴로 나타난 혜리" 첫 스크린 도전기

 영화 <물괴> 스틸컷

영화 <물괴>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보고회 현장에서는 첫 스크린 도전을 해낸 혜리에게 관심이 쏠렸다. 혜리에게 <물괴>는 첫 스크린 도전이자 첫 사극이고 첫 액션 연기를 보여줄 영화다.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혜리는 웃으면서 "처음 도전하는 게 많다 보니 떨리기도 하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내가 생각보다 액션은 잘 하더라"라고 자평했다.

이어 "(김명민의 딸로서) 너무 많이 챙겨주시고 예쁨을 받으면서 찍을 수 있었다"며 "역시 김명민이었다. 현장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김명민은 딸 역할인 혜리를 두고 "마음 씀씀이도 예쁘고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예쁘다"면서 "처음 대본 리딩하고 현장에서 만났는데 누군지 못 알아봤다. 역할에 딱 맞춰서 정말 거지 꼴로 나타났더라"라면서 활짝 웃었다. 이어 그는 "그때부터 혜리는 자세가 된 배우구나 싶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배우 김인권은 물괴에 맞서 싸우는 김명민의 오른팔 '성한' 역할을 위해 13kg을 찌우는 수고를 감내했다. 김인권은 "물괴와 싸우려면 엄청 큰 덩치가 필요할 것 같아서 13kg을 찌웠고 지금은 다시 13kg을 뺐다"고 밝히기도 했다.

허종호 감독은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도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거라 믿지 않았다. 설득하는 과정에서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며 "이렇게 <물괴>가 만들어져 꿈만 같고 위험을 감수하고 흔쾌히 출연해주신 배우 분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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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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